💡 핵심 요약
- 꺼진 전자기기도 콘센트에 꽂혀 있으면 ‘대기전력(뱀파이어 파워)’을 소비하며, 플러그를 뽑거나 멀티탭을 차단하면 절감 가능
- 데이터센터에도 전원은 켜져 있지만 쓸모없이 전력만 먹는 ‘좀비 서버’가 존재. AI 수요 증가로 전력 확보 자체가 더 큰 과제로 떠오름
- SK이노베이션은 단기 전력 변동성 대응용 ESS(SK온의 ‘그리드온’)와 중장기 전력원인 SMR(테라파워와의 ‘나트륨’ 협력)로 전력 저장·공급 역량을 함께 키우고 있음
| 당신 집에도 ‘귀신’이 살고 있다면?
할로윈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저는 매년 이맘때면 친구들과 집에 모여 함께 간식을 먹고 게임을 하면서 할로윈 파티를 즐깁니다. 그리고 할로윈에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공포영화죠. 평소엔 잘 못 보는데, 이날만큼은 친구들과 꼭 한 편을 같이 봅니다.
그런데 공포영화 좀 봤다는 분들께도 들려드릴 호러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파티가 끝나고 TV부터 게임기, 셋톱박스까지 전원을 다 껐는데도 전기가 계속 쓰이고 있다는 것. 이거, 영화보다 무섭지 않나요?
“헐, 그럼 누가 쓰고 있는 거죠?”
이런 전력 소비에는 ‘뱀파이어 파워(Vampire Power)’, 또는 ‘팬텀 로드(Phantom Load)’라는 별칭이 붙어 있습니다. 흡혈귀와 유령이라니, 이름만 들어도 소름이 쫙 돋지 않나요? 게다가 이 녀석들, 할로윈에만 찾아오는 게 아니라 1년 365일 우리집 콘센트에 살고 있습니다. 심지어 월세도 안 냅니다.
거기다 공포영화는 두 시간이면 끝나지만, 이 녀석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날 우리 집에서 가장 무서운 건, 영화가 아니었던 거죠. 그래서 이번 할로윈 파티를 준비하기 전에는 이 수상한 세입자부터 찾아봐야 할 것 같아요! 함께 하실래요?
| 콘센트 속 작은 유령, 모이면 얼마나 커질까?
일부 전자기기는 꺼진 뒤에도 다음 사용을 준비합니다. TV가 리모컨 신호를 기다리거나, 전자레인지가 시계를 표시하는 데도 전기가 필요하죠. ‘꺼진 것처럼 보이는 상태’와 ‘전기 공급이 완전히 끊긴 상태’는 다른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기기가 대기하는 동안 쓰이는 전기를 ‘대기전력’이라고 부릅니다. ‘뱀파이어 파워’의 공식 명칭인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이 세입자들을 전부 내쫓을 필요는 없습니다. 필요한 일을 하고 있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다만 한동안 쓰지 않을 기기까지 계속 대기시켜 둘 이유는 없겠죠. 내보내는 방법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콘센트에 꽂힌 전자기기의 플러그를 뽑거나, 스위치 달린 멀티탭으로 전기를 끊어주면 됩니다.

우리 집에 사는 뱀파이어는 한 명이지만, 대한민국의 약 2,300만 가구에 전기 먹는 뱀파이어가 한 명씩 머문다고 생각하면 엄청난 숫자인 거죠. 이처럼 작은 전력 소비도, 모이면 규모가 달라집니다.
| 데이터센터에도 전기를 먹는 ‘좀비’가 있다고?
그렇다면 평소 많은 전기를 꾸준히 쓰는 곳은 어떨까요? AI 연산과 온라인 서비스를 밤낮없이 처리하는 데이터센터가 대표적입니다. 전 세계에서 요청이 몰릴수록 서버가 소화해야 할 일도, 필요한 전력도 함께 늘어납니다. 그래서 데이터센터의 서버들은 지금도 모두 바쁘게 돌아가고 있을 것 같은데요.
“정말 그럴까요?”
데이터센터에는 전원이 켜져 있지만 오랫동안 유용한 일을 하지 않는 ‘좀비 서버(Zombie Server)’가 있답니다. 전력은 계속 끌어다 쓰는데, 정작 계산과 데이터 처리를 맡는 CPU와 메모리 사용률은 거의 0에 가까운 상태죠.

집 안의 ‘뱀파이어 파워’와 닮은 점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 다른 점은 역할입니다. 대기전력에는 다음 번의 사용을 위해 준비하는 몫이 있지만, 좀비 서버의 전력은 어떤 일로도 이어지지 않습니다.
집에서 사는 뱀파이어가 와트(Watt, W) 단위라면, 데이터센터의 좀비는 랙(rack) 단위로 모입니다. 켜져 있는 서버가 뿜는 열을 식히는 데도 전기가 들어, 냉각 부담까지 더해지죠.
그래서 데이터센터는 이 좀비를 찾아내는 일부터 시작합니다. 서버별로 무슨 일을 하는지 점검하고, 흩어진 작업을 모으고, 전력 사용을 상시 감시하는 식이죠. 집에서 플러그를 뽑는 일과 다르지 않습니다. 규모만 다를 뿐입니다.
“그렇다면 좀비를 다 걷어내면 끝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AI로 문서를 요약하고 이미지를 만드는 일이 잦아질수록 서버가 할 일은 계속 늘어납니다. 좀비를 줄이는 건 새는 물을 막는 일이고, AI는 담아야 할 물의 양 자체를 키우고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이를 뒷받침할 발전 설비와 전력망을 갖추는 데는 꽤 긴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서 데이터센터의 과제는 이제 ‘전력 덜 쓰기’에서 ‘어떻게 끊김 없이 전력을 확보할 것인가’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 잠들지 않는 데이터센터를 지키는 ‘에너지 수호자’
대기전력, 좀비 서버처럼 크고 작은 규모로 전기를 잡아먹는 에너지계의 ‘뱀파이어’와 ‘좀비’가 있다면, 잠들지 않는 데이터센터를 지켜 줄 ‘수호자’는 없을까요?
“있습니다.”
첫 번째 수호자는 에너지저장장치(Energy Storage System, ESS)입니다. ESS는 전기를 미리 저장해 두고 필요한 순간 꺼내 씁니다. AI 작업이 몰려 사용량이 갑자기 치솟을 때, 저장해 놓았던 전기를 보태 공급이 끊기지 않게 받쳐주는 역할이죠.
또 다른 수호자는 소형모듈원자로(Small Modular Reactor, SMR)입니다. 기존 대형 원전보다 규모를 줄이고 모듈 방식으로 제작하는 원자로로, 앞으로 전기를 꾸준히 생산할 공급원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짧게 말하면 단기적인 전력 변동성은 ESS가, 중장기적인 전력원은 SMR이 맡는 구조죠.
전기를 만드는 능력만으로는 부족하고 저장해 뒀다가 때맞춰 내보내는 역량까지 필요하기 때문에, SK이노베이션은 이 두 가지를 모두 사업 영역에 두고 있습니다. 자회사 SK온은 EIS* 기반 BMS(Battery Management System, 배터리관리시스템), 액침 침지, 듀얼 밸브 구조 등 혁신 기술을 담은 ESS 통합 솔루션 브랜드 ‘그리드온(GRIDON)’을 선보였고, SK이노베이션은 테라파워(TerraPower)와 사업협력을 확대해 ‘나트륨(Natrium)’ SMR의 미국 실증 프로젝트 참여는 물론 국내 ‘K-나트륨’ 추진을 통한 상용화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EIS (Electrochemical Impedance Spectroscopy, 전기화학 임피던스 분광법): 다양한 주파수의 교류 신호를 가하고 임피던스(저항)를 측정해 배터리 내부 성능과 상태를 평가하는 비파괴 분석 기술
| 줄일 전기는 줄이고, 지킬 전기는 지키기
다시 우리집으로 돌아와 볼까요? 거실의 뱀파이어는 월세도 내지 않고 매일 머물고 있었고, 데이터센터의 좀비는 랙 단위로 전기를 먹고 있었습니다. 둘의 공통점은 양이 아니라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었죠. 보이기 시작하면 달라집니다. 집에서는 어떤 전자기기가 대기 중인지 확인하고, 멀티탭 스위치를 내리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우리집과 멀리 떨어져 있지만 내 일상과 이어진 데이터센터에서는, 쓰임 없는 서버를 걷어내고 꼭 필요한 전기는 ESS와 SMR로 끊김 없이 받쳐주는 일이 이뤄져야겠죠. 언뜻 보면 집의 상황과 반대인 줄 알았는데, 사실 방향은 같습니다. 새는 것은 막고, 필요한 것은 확실하게 확보하는 것.
저처럼 이번 할로윈에 영화도 보고 게임도 하고, 밤 늦게까지 즐겨도 됩니다. 다만 친구들을 배웅한 뒤에 콘센트를 한 번 봐주세요.
월세도 안 내고 눌러앉은 세입자, 이제는 배웅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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