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5일 토요일 오전, 서울숲 언더스탠드 에비뉴 앞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행사 준비로 바쁘게 움직이는 이들 사이로, 휠체어를 탄 참가자들이 하나둘 도착했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SK이노베이션과 사랑의열매가 후원하고 비영리단체 ‘계단뿌셔클럽’이 주최하는 연례 대표 행사 ‘크러셔데이’에 함께하기 위해서였다.
크러셔데이는 참가자들이 직접 상업시설을 방문해 경사로, 문턱, 화장실 등 이동약자의 접근 및 시설 이용과 관련한 불편사항을 살피고, 이동약자의 삶을 둘러싼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행사다. ‘우정으로 넓히는 세계’를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크루와 후원자, 일반 참가자, 이동약자와 가족 등 170여 명이 함께하며 약 580곳의 시설 정보를 기록했다.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지만, 이날만큼은 모두가 하나의 질문을 마주했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외출이 왜 다른 누군가에게는 커다란 결심을 필요로 하는 일이 되는지, 그 이유를 체감하며 깊이 공감해 보는 시간이었다.
크러셔데이가 열린 4월은 장애인의 날(4/20)이 있는 달이다. 이동약자의 삶을 돌아보자는 사회적 메시지가 다시 한번 환기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다만 일상 속 불편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문제를 인식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동약자에게 어려움으로 다가오는 요소들을 직접 확인하고 필요한 정보를 수집해 실제 변화로 이어가야 한다. 그 간극을 조금씩 좁혀 온 단체가 바로 ‘계단뿌셔클럽’이다.
계단뿌셔클럽은 이동약자가 다니기 쉬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현장의 접근성 정보를 수집하고, 누구나 볼 수 있는 지도를 앱으로 만들어 왔다. 경사로가 있는지, 문턱 높이는 어느 정도인지, 화장실은 이용 가능한지처럼 누군가에게는 사소해 보이는 정보가 이동약자에게는 외출 가능 여부를 결정짓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의 출발점으로 ‘정복활동’이라 불리는 현장 정보 수집 활동을 통해 그 정보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날 현장에는 SK이노베이션 계열 구성원도 함께했다. 오전에는 서울숲과 성수 일대에서 진행된 야외 정복활동에 참여해 접근성 정보를 수집했고, 오후에는 두 차례의 토크 콘서트를 함께 들으며 이동약자의 삶과 접근성의 의미를 더 깊이 들여다봤다. 단순한 행사 참관이 아니라, 현장을 직접 걷고 정보를 확인하고 이야기를 듣는 방식으로 참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 컸다.

| 직접 보고 기록하며 ‘접근성 정보’의 힘을 느끼다
오전에는 이동약자인 ‘휠체어 사용자’와 ‘비사용자’가 함께 팀을 이뤄 서울숲과 성수 일대를 다니는 ‘정복활동’이 진행됐다. 조별로 카페, 식당, 편의시설을 직접 방문해 출입구 단차, 경사로 유무, 엘리베이터 접근성, 화장실 환경, 내부 이동 동선을 하나하나 확인하고 계단뿌셔클럽 앱에 등록했다. 확인해야 할 정보는 적지 않았지만, “여기 턱이 한 칸이에요”, “입구에 경사로가 있어요”와 같은 작고 구체적인 정보를 기록하는 일이라 큰 어려움 없이 참여할 수 있었다.
SK이노베이션 계열 구성원들도 휠체어 사용자와 같은 조가 되어 두 시간 남짓 현장을 누볐다. 같은 골목이었지만, 휠체어를 탄 팀원의 시선이 머무는 곳마다 풍경은 전혀 다르게 다가왔다. 비장애인 참가자가 무심히 드나드는 카페 입구조차 휠체어 사용자에게는 턱의 높이나 경사로 유무를 먼저 확인해야 하는 공간이었다. 낮은 문턱 하나, 계단 한 칸이 ‘갈 수 있는 곳’과 ‘가기 어려운 곳’을 가르고 있었다.


| 이동의 어려움을 듣고 함께 이겨낼 방법을 생각하다
오후 행사는 두 명의 공동대표인 박수빈∙이대호의 ‘계단뿌셔클럽’ 소개로 시작됐다. 특히, 실제 휠체어 사용자인 박수빈 대표가 직접 느낀 실생활 속 불편함, 그리고 세상을 바꾸기 위한 위대한 도전을 설명함으로써 ‘계단뿌셔클럽’의 필요성과 가치를 참여자들에게 진정성 있게 전달할 수 있었다. 이후 이대호 대표 주관으로 토크 콘서트가 이어졌다. 오전에 눈으로 직접 확인한 이동약자의 삶을 언어를 통해 더 깊이 이해하는 시간이었다.
첫 번째 토크 콘서트 ‘어디에나 있는 당신의 세계’는 이동약자의 어려움을 보다 넓은 관점에서 바라보게 했다. 이동의 어려움이 특정한 사람에게만 닥치는 문제가 아니라, 누구나 삶의 어느 순간 겪을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자리에 오른 세 명의 연사가 각자의 경험으로 풀어냈다.
TV 예능 ‘하트시그널’에 출연했던 방송인 김지영 씨는 “임신하고 나서는 계단이 예전처럼 편하게 느껴지지 않았고, 그때 처음으로 지하철 엘리베이터가 어디 있는지 찾아보게 됐다”면서 “그 이후 좋은 공간에 대한 기준이 모두가 갈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었다”라고 말했다. 누구나 어느 순간에 신체적인 변화로 이동의 제약이 닥치는 순간이 올 수 있으며, 그로 인해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이 전혀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는 그녀의 이야기는 청중들의 공감을 이끌었다.
함께 패널로 참여한 계단뿌셔클럽의 크루인 진영채 씨는 직접 크루 활동에 뛰어들게 된 계기를, 여지나 씨는 나이가 들면서 달라지는 일상을 말하는 등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동약자의 접근성과 사회적 공감의 필요성에 대해 전했다.
뒤이은 두 번째 토크 콘서트 ‘우정으로 넓힌 그녀들의 세계’에서는 전동 휠체어로 전국을 여행해 온 네 명의 패널이 무대에 올랐다. 바로 무(無)장애 여행 문화 확산에 앞장서고 있는 전윤선, 이경희, 차미경, 하석미 작가다. 그들은 매달 함께 여행을 떠나며 끈끈한 우정으로 접근성 장벽을 넘어온 이야기를 현실감 가득히 전했다. 여행이라기보다 모험에 가까웠던 순간들을 생생하게 들려주며, 높은 계단과 문턱, 부족한 화장실 정보, 이동 동선의 제약 등이 여전히 여행의 큰 장벽으로 남아 있음을 이야기했다.
패널 전윤선 씨는 “여행을 떠날 때마다 출발 전에 목적지의 장소 정보를 하나하나 확인해야 했고, 미리 확인하고 찾아간 곳도 실제와 다른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누구에게나 설레는 여행이, 휠체어 사용자에게는 수많은 사전 확인과 준비가 필요한 현실임이 와 닿는 순간이었다.
이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했다. 이동을 가로막는 현실적인 제약 앞에서도 사람과 사람의 연결이 새로운 가능성을 만든다는 사실이다. 함께 이동 경로를 고민하고 막힌 길 앞에서 대안을 찾는 과정은, 그들의 외출을 혼자만의 고군분투가 아닌 함께 길을 여는 일로 바꾸고 있었다. 현장에 전해진 생생한 이야기들은 참석자들에게도 깊은 여운을 남김과 동시에 정보 수집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줬다.
오전 내내 현장을 함께 걸으며 접근성 정보를 직접 수집했던 SK이노베이션 계열 구성원들에게 오후 세션은 그 경험의 의미를 다시 짚어보는 시간이었다. 몇 시간 전 서울숲과 성수 일대에서 확인했던 접근성의 문제는 무대 위 패널과 연사들의 이야기와 맞물리며 더욱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 누군가의 길이 되어주는 사람들, ‘로드메이커’
야외에서 접근성 정보를 수집하던 이날 오전, SK이노베이션 계열 구성원들의 모습은 처음 정복활동에 나선 사람들과는 조금 달랐다. 앱 사용법을 따로 묻지 않아도 능숙하게 정보를 입력했고, 어떤 항목을 확인해야 하는지도 이미 익숙한 듯 움직였다. 이들에게는 낯선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25년부터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계단뿌셔클럽과 함께 ‘로드메이커’라는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로드메이커는 이동약자가 보다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상업시설을 직접 방문해 엘리베이터 이용 가능 여부, 화장실 접근성, 출입문 유형, 계단 및 경사로 유무 등 접근성 정보를 수집한 후 계단뿌셔클럽 앱의 지도에 등록하는 활동이다. 이름처럼 로드메이커는 ‘누군가의 길이 되어주는 사람’이다. 본 활동을 통해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말까지 전국 1만여 개 상업시설의 접근성 정보를 등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활동을 시작한 2025년부터 현재(2026년 4월 28일 기준)까지 SK이노베이션 계열 구성원 총 250여 명이 참여했으며, 수집한 접근성 정보는 6600여 건에 달한다. 한 명 한 명의 발걸음이 쌓여, 이동약자가 실제로 참고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 정보가 조금씩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로 이번 크러셔데이의 오전 정복활동 역시 로드메이커의 취지와 맞닿아 있다. 평소 SK이노베이션 계열 구성원들이 참여해 온 로드메이커 활동의 의미를 현장에서 다시 체감하는 과정이었다.
| 정보가 있어야 길이 열린다, 현장의 목소리



| 공감에서 끝나지 않고, 행동으로 이어지는 연대
‘우정으로 넓히는 세계’라는 슬로건처럼 행사가 끝난 뒤에도 참가자들은 담소를 나누며, 함께한 시간의 의미를 되짚고 있었다.
누군가의 일상에 필요한 정보를 직접 기록하고 연결하는 일, 그 작은 행동이 더 많은 사람의 이동을 가능하게 한다. 더 나은 이동 환경은 누군가의 배려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더 많은 사람이 함께 보고, 듣고, 기록하고, 행동할 때 비로소 세계는 넓어진다.

SK이노베이션이 함께한 2026 크러셔데이는 단순한 행사 후원이 아니라, 이동의 문제를 생활의 언어로 다시 배우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배움은 한 번의 공감으로 끝나지 않는다. 앞으로도 계단뿌셔클럽과 함께 이동약자를 위한 접근성 정보 확산에 힘을 보태고, 더 많은 사람이 주저 없이 길을 나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함께할 계획이다. 직접 걷고, 기록하고, 곁에 서는 것. SK이노베이션이 선택한 연대의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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