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에너지 브리프] 다음 에너지 위기는 ‘물’이다- AI가 되살리는 화석연료, 그리고 그 뒤에서 말라가는 세계의 물

2026. 08. 19 SK이노베이션 5분 읽기

💡 핵심 요약

  • 폭염∙가뭄 등 이상기후로 냉각수가 부족해지며, 전력망을 위협하는 ‘물-에너지 넥서스’ 위기가 본격화됨
  • AI 데이터센터의 직접적인 냉각수 소비와 화력발전 및 채굴·정제 공정에 드는 간접적인 물 소비가 맞물려, 물 수요를 3중으로 압박
  • 대체 불가능한 필수 자원인 물의 공급 정체와 수요 폭증이 맞물려, 향후 에너지 안보를 좌우할 최우선 병목 자원으로 부상함

전력망 위기는 오랫동안 ‘연료를 어디에서 어떻게 확보하느냐’의 문제로 여겨져 왔다. 코발트는 콩고에서, 희토류는 중국에서, 천연가스는 러시아에서, 원유는 페르시아만에서 온다는 식이다. 그러나 최근 한 글로벌 에너지 전문지에 이틀 간격으로 실린 두 편의 글을 겹쳐 읽으면, 다음 에너지 위기의 진짜 병목은 그보다 훨씬 가까운 곳, 즉 물에 있을 수 있다는 그림이 드러난다.

| 이미 균열이 시작된 물-에너지 넥서스

에너지 이코노미스트인 레너드 하이먼과 윌리엄 틸레스는 8월 17일 오일프라이스닷컴에 게재한 칼럼 “The Next Energy Crisis Could Be a Water Crisis”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강수 패턴 변화가 이미 전력 생산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콜로라도강의 유량이 줄면서 주요 저수지인 미드호(Lake Mead)의 수위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드호 하류의 후버댐은 대형 발전 시설이자 캘리포니아 메트로폴리탄 수도국(MWD)의 주요 전력 공급원인데, 필자들은 MWD가 물과 전력을 동시에 잃는 ‘이중 손실’에 직면했다고 짚었다.

유럽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폭염과 가뭄으로 하천 수위가 급격히 낮아지면서 발전소 냉각수 확보와 연료 운송용 바지선 운항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루마니아는 원전을 셧다운했고, 헝가리는 완전 셧다운을 간신히 피했으며 프랑스도 원전 출력을 낮췄다. 하이먼과 틸레스는 미국 발전 부문이 전체 물 사용량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는 점을 언급하며, 담수가 필요 없는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축소하고 대신 물을 많이 쓰는 원자력·석탄 발전을 대안으로 내세우는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가 물 부족 문제를 오히려 심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 데이터센터, 새로운 초대형 ‘물 소비자’

이 균열점 위에 새로운 거대한 변수가 등장했다. 바로 AI 데이터센터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에너지와 AI(Energy and AI)’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연간 물 사용량은 2023년 기준 약 5,600억 리터로 추산되며, 이 중 약 60%는 발전 과정에서 소비되는 간접 물 사용량으로 전해진다. IEA는 이 수치가 2030년까지 약 1조 2,000억 리터로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는데, 이는 미국 가구 약 400만 곳의 연간 물 소비량에 해당하는 규모다.

개별 시설 단위로 보면 체감되는 정도가 더 강해진다. IEA 추산에 따르면 100메가와트(MW)급 데이터센터 한 곳은 하루 약 200만 리터의 물을 쓰는데, 이는 약 6,500가구가 하루에 쓰는 물의 양과 맞먹는다. 문제는 이런 시설들이 이미 물 스트레스가 높은 지역에 집중적으로 들어서고 있다는 점이다.

5,600 억 ℓ IEA 추산 전 세계 데이터센터 연간 물 사용량 (2023년 기준)
– 2030년 1조 2,000억 ℓ까지 늘어날 전망
– 미국 가구 400만 곳의 연간 물 소비량과 맞먹는 규모
18억 톤 AI가 화석연료 부문 생산성을 끌어올려 추가로 발생시킬 수 있는 연간 CO₂ 배출량 (NPJ Climate Action 연구 추정 상한치)
일 200만 ℓ 100메가와트(MW)급 데이터센터 한 곳이 하루에 쓰는 물의 양 (IEA 추산)
– 약 6,500가구의 하루 물 소비량과 맞먹는 규모
1/3 미국 전체 물 사용량 중 발전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

– 자료: IEA ‘Energy and AI’ 보고서, NPJ Climate Action(2026), 오일프라이스닷컴

| AI는 왜 화석연료를 다시 불러오는가

같은 시기, 오일프라이스닷컴의 헤일리 자렘바 기자는 “AI Set to Extend Fossil Fuel Dominance” 제하의 기사를 통해 물 문제의 배경이 되는 또 다른 흐름을 짚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의 탄소 배출량은 2025년에서 2026년 사이 각각 25%씩 급증했고, 아마존은 16% 늘었다. 세 회사를 합치면 배출량이 프랑스 전체의 3분의 1 수준에 달한다.

자렘바 기자가 인용한 Nature 자매지, NPJ Climate Action의 새로운 연구는 보다 근본적인 경고성 메시지를 담고 있다. AI가 데이터센터 자체의 전력 소비보다, 화석연료 산업 내부에서 활용될 때 훨씬 더 큰 탄소 배출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화석연료와 재생에너지 부문이 AI로부터 동등한 이익을 얻는 시나리오에서도 전 세계 CO2 배출량이 연간 4억 7,000만~18억 톤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순배출 감소를 이루려면 재생에너지 부문의 효율 개선 폭이 화석연료 부문보다 4~5배 커야 하는데, 현재의 정치 지형에서는 사실상 기대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 이중 압박: 화석연료 되살리기 = 물 수요 두 배로 늘리기

두 기사를 나란히 놓으면 하나의 순환 구조가 드러난다. AI 붐은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를 폭증시키고, 이 수요는 화석연료 발전으로 채워지는 비중이 크다. 화력발전소는 증기를 응축시키는 데 막대한 물이 필요하다. 자렘바 기자의 기사가 보여주듯 AI는 화석연료 산업 자체의 생산성까지 끌어올려, 채굴·정제 공정에서 소비되는 물의 양도 함께 늘린다. 여기에 데이터센터가 직접 쓰는 냉각수까지 더해지면, AI 한 축이 물 수요를 이중, 삼중으로 밀어 올리는 셈이다.

하이먼과 틸레스가 지적한 대로, 이 새로운 대형 전력 사용자(AI 데이터센터)는 자신의 운영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자신에게 전력을 공급하는 발전소를 위해서도 물을 필요로 한다. 물 공급이 정체되거나 줄어드는 상황에서 전력 생산자와 전력 사용자, 그리고 그 밖의 모든 물 이용자가 정체되거나 줄어드는 물 공급을 놓고 서로 경쟁하는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는 우려다.

| 가격만으로는 풀리지 않는 이유

그렇다면 시장 가격이 자연스럽게 균형을 찾아줄 수 있을까. 하이먼과 틸레스는 회의적이다. 이들은 네 가지 이유를 든다.

•  가격을 올려도 필요한 시기와 지역에 비가 더 내리는 것은 아니다. 소비를 억제하고 재이용·해수담수화를 촉진하는 효과는 있지만 한계가 뚜렷하다.

•  물은 대체재가 없는 생활필수품이다. 가격을 올리거나 자원을 대형 사용자 쪽으로 옮기면 심각한 사회적 반발을 부를 수 있다.

•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가격이 생산·소비의 장기적 비용(장부상 사회적, 환경적 비용)을 모두 반영해야 하는데, 현재는 그렇지 못하며 이를 바로잡으려면 정치적으로 매우 부담스러운 가격 인상이 필요하다.

•  법률·관할권·물 공급업체마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오래된 물 권리를 포기하려는 주체가 거의 없다는 점도 변화를 어렵게 만든다.

두 필자는 전력망과 상수도 인프라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과거의 환경 가정 위에 설계됐다고 지적한다. 자금 부족이든 기후변화 속도가 예상을 앞질렀기 때문이든, 이념적 이슈 때문이든 이 인프라는 충분히 갱신되지 못했고, 그 대가는 늦든 빠르든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 21세기의 리튬은 물이 될 것인가

두 기사가 공통적으로 가리키는 결론은 명확하다. 지난 몇 년간 에너지 전환 논쟁의 중심에는 리튬과 희토류, 반도체가 있었다. 그러나 AI가 화석연료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동시에 스스로도 막대한 물을 요구하는 지금, 다음 병목은 훨씬 평범하고 훨씬 대체 불가능한 자원, 즉 물이 될 수 있다. 하이먼과 틸레스의 표현을 빌리면, 물은 공급이 정체된 채 수요만 늘어나는 절대적 필수 상품이며, 이보다 확실한 조합은 없다. 사람들이 리튬을 찾아 헤매는 시대가 지나간 뒤에도, 물은 21세기를 정의하는 상품으로 오래 남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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