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특파원 리포트] 호주 다윈, 14년의 결실 ‘바로사 LNG’ 첫 항해의 순간을 기록하다

2026. 03. 05 SK이노베이션 5분 읽기

SK이노베이션 E&S, 14년 집념의 열매… 호주 다윈 LNG 터미널 첫 선적 현장을 가다

국내 민간 기업 최초의 ‘LNG 밸류체인 전(全) 과정’ 완수, 비결은 One Team Spirit

호주 북부의 작은 해안 도시, ‘다윈’은 지도를 폈을 때 겨우 손끝으로 짚을 수 있는 곳이다. 인도양 쪽으로 활짝 열려 있는 하늘과 한 번 젖으면 좀처럼 마르지 않는 공기. 우기에는 비가 ‘내린다’기보다 ‘쏟아진다’고 말해야 맞는 곳. 천둥번개가 밤을 두 쪽으로 가르고, 물가에는 악어 경고 표지판이 일상처럼 서 있다. 나는 그곳 다윈의 LNG 터미널에서, SK이노베이션 E&S의 집념 가득한 투자와 개발의 결실인 바로사(Barossa) 가스전이 첫 생산한 LNG가 최초로 배에 실려 대한민국으로 향하는 역사적인 순간을 기록하기로 했다.

우기 특유의 변덕스러운 날씨가 변수라 했다. 그래서 사전답사 날 하늘이 유난히 맑았던 것은 어쩐지 선물 같았다. 2월 9일(현지 시각), 섭씨 32도에 육박하는 무더운 날씨 속에 습한 공기는 젖은 천처럼 피부를 감쌌다. 다윈 LNG 터미널 현장에서 만난 호주인들이 웃으며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Nice and warm winter weather~” 겨울이라는 말이 농담처럼 들렸다. 그때 나는 영화에서나 본 오렌지색 작업 수트를 입고 안전화를 당겨 신은 채, 안전모 끈을 조여 매고 있었다. 색다른 시작 속 오늘 이곳에서 무엇이든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는 다짐을 한 채.

▲ (좌) 호주 다윈 LNG 터미널을 방문한 송 특파원(왼쪽, SK이노베이션 Brand관리팀 송상연 PM)과 SK이노베이션 호주LNG사업팀 정성원 매니저 / (우) 송상연 PM이 2월 10일(현지 시각) 새벽, 바로사 가스전에서 생산한 LNG 선적 현장을 확인하기 위해 다윈 LNG 터미널로 향하고 있다.

| 2월 10일 새벽, 제티(JETTY)로 향하다

다음날인 2월 10일. 새벽 5시 30분, 어둠이 덜 걷힌 도로를 작은 버스가 터미널 끝까지 데려갔다. 목적지는 제티. 대형 LNG 수송선이 정박하는 부두다. 제티는 수심이 깊지만 방파제의 도움을 받기 어렵다. 관건은 바람과 파도가 쥐고 있다.

부두에 내려서자 공기가 달랐다. 소금기 섞인 바람, 바닥에 스며든 바닷물의 흔적. 아직 해가 뜨지 않았는데도 사람들의 움직임은 이미 ‘낮’이었다. 나는 부두 한쪽에 타임랩스 카메라를 세우고 삼각대를 눌러 고정했다. ‘제대로 찍어야 한다’는 생각이 손끝에 실렸다. ‘처음’이라는 역사적인 순간은 되돌릴 수 없으니까.

| ’프리즘 어질리티(Prism Agility)’ 입항

거대한 LNG 수송선이 스스로 제티에 ‘딱’ 붙는 건 아니다. 앞에서 길을 잡고 몸을 밀어주는 건 TUGS라 불리는 예인선이다. 작은 배들이 큰 배의 양옆과 앞에 붙어, 좌측 또는 우측으로 세밀하게 방향을 조정해 준다. 이 정밀한 접안 과정을 책임지는 사람이 도선사(Pilot)다. 무전기 너머로 그의 짧고 단단한 지시가 오간다.

이번이 바로사 가스전에서 생산한 LNG의 첫 선적이라며, SK이노베이션 E&S의 협력사인 산토스(Santos) 측에서 환영 퍼포먼스를 준비했다. 예인선의 워터캐논이 작동하자 물줄기가 두 줄의 아치형으로 솟구쳤고, SK이노베이션 E&S의 LNG 수송선인 ‘프리즘 어질리티’호는 그 뒤를 유유히 따랐다. 물은 금방 바다로 떨어졌지만, 그 장면이 남긴 감정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이게 14년의 결실이구나.’ 어느 누구도 말하지 않았지만, 현장에 있었던 모두가 느낀 응축된 감동의 순간이었다.

▲ SK이노베이션 E&S의 LNG 수송선인 ‘프리즘 어질리티’호 앞에서 길잡이 역할을 하는 예인선이 바로사 가스전에서 생산한 LNG의 첫 선적을 축하하기 위해 워터캐논을 이용해 물대포를 쏘고 있다.

| 마지막 계류줄이 팽팽해지는 순간

접안은 서서히, 그러나 단호하게 진행됐다. 선원들이 정해진 위치에 선체를 맞추는 동안, 부두 위 공기는 조용히 조여 들었다. 마지막 계류줄이 팽팽해지는 순간, 밧줄은 소리 없는 긴장을 내뿜는 것 같았다. 거대한 선체가 마침내 ‘멈췄다’는 사실이 눈으로 확인되자, 그제야 사람들이 숨을 조금 길게 내쉬는 것이 보였다. 그때부터 태양이 본색을 드러냈다. 그늘 없는 부두 위로 빛이 수직으로 떨어졌다. 안전모 안쪽이 땀으로 젖었고, 열기가 바닥에서 다시 치솟았다.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작업 시작”이라는 말이 피부로 이해됐다.

LNG 선적을 준비하는 과정은 이야기의 절정이라기보다 가장 길고 지루한 문장 같은 시간이었다. 로딩암(Loading Arm)을 연결하는 데만 두 시간 가까이 걸렸다. 연결하고 확인하는 모든 과정은 안전과 정확성을 최우선으로 진행됐다. 탈수로 목이 타들어 가던 때, 산토스 직원이 전해질 얼음바를 건넸다. 차가웠던 그 최고의 한입이 이날의 온도를 기억하게 만들 것 같았다.

▲ (좌) LNG 선적을 위해 로딩암(Loading Arm)을 ‘프리즘 어질리티’호에 연결하고 있다. / (우) 탈수 방지를 위한 전해질 얼음바

| 17시간의 선적, 그리고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집중

드디어 바로사 가스전에서 생산된 LNG가 차가운 액체 상태로 프리즘 어질리티호의 대형 탱크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액화된 LNG가 배를 가득 채우는 데만  17시간. ‘채운다’는 말은 간단하지만, 현장에선 17시간 내내 긴장을 놓지 않는다. 아직 사업 초기인 만큼 변수는 항상 발생할 수 있기에 “무사히 끝났다”는 말은 마지막 확인이 끝나야 꺼낼 수 있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집중을 유지해야만 했다.

다음날도 해가 뜨기 전, 다시 다윈 LNG 터미널로 향했다. 밤새 얼마나 선적이 됐는지 관제실 화면 속 수치가 말해줬다. 7만 5천 톤. 최대 선적량을 꽉 채웠다는 사실이 기쁨을 불러왔다.

▲ 관제실에서 SK이노베이션 E&S 김종수 호주LNG사업팀장(좌측 사진 왼쪽에서 첫 번째), 호주LNG사업팀 정성원 매니저(좌측 사진 왼쪽에서 세 번째) 및 산토스 직원들이 LNG 선적량 등 선적 관련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

| “여기까지 오는 데 14년이 걸렸습니다.”

이렇게 말하며, SK이노베이션 E&S 김종수 호주LNG사업팀장은 그제서야 활짝 웃었다. 그가 가장 큰 도전으로 꼽은 건 바로사 가스전에서 다윈 LNG 터미널까지 잇는 350km 해저 파이프라인 공사였다. 호주 북부의 광활한 바다 밑을 뚫고, 가스를 안전하게 수송하는 일. 그 과정에서 지역 원주민 반대로 공사가 1년 지연되는 등 수많은 난관이 있었다고 한다.

“그때 LNG본부만이 아니었어요. 본사 경영지원본부, 재무, 법무, 대외협력 담당 부서까지 모두가 ‘원 팀(One Team)’이 되어 함께 대응했어요. 정말 힘든 시간이었지만, 오늘 이 순간을 위해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버텼죠.” 그 말은 14년간의 업무 일지를 짧고 굵게 축약한 것처럼 들렸다. 무엇보다 ‘버텼다’는 팀장님의 말 속에서 가슴 먹먹한 사명감이 느껴졌다.

▲ SK이노베이션 E&S 김종수 호주LNG사업팀장

| 다윈에서 보령까지, 대한민국 민간 자원개발 역사의 새로운 이정표

프리즘 어질리티호에 실린 LNG는 약 8~10일 동안 드넓은 인도양을 지나 남중국해를 거쳐 아시아의 관문을 통과하고, 대한민국 충남 보령에 닿는다. 대한민국 민간기업이 해외 가스전의 탐사부터 개발, 생산, 액화, 수송, 도입까지 전(全) 과정을 독자적으로 완수해 국내 소비로 연결하는 첫 사례가 된 것이다.

▲ (좌) 출항 전 산토스 직원인 헤수스(가운데)와 SK이노베이션 E&S 구성원들이 함께 찍은 기념사진 / (우) 출항 전 ‘프리즘 어질리티’호 조타실에서 SK이노베이션 E&S 김종수 호주LNG사업팀장이 최종 확인을 하고 있다.

제티 끝에서 배를 바라보고 있는데, 산토스의 직원인 헤수스(Jesus)가 농담처럼 했던 말이 떠올랐다. “바다에 빠지지 말아요. 악어가 기다리고 있어요.” 웃어넘길 말인데, 이상하게 현실감이 있었다. 다윈은 실제로 그런 곳이니까. 그리고 생각했다. 악어가 살고 번개가 내리치며 바람이 방향을 바꾸는 곳에서, 결국 항해를 현실로 만든 건 현장을 지킨 사람들의 용기와 인내였을 거라고.

수많은 어려움이 가득했던 14년의 긴 여정 끝에, 바로사 LNG는 마침내 바다를 건너기 시작했다. 우리는 오늘, 새로운 항로의 ‘출발’을 함께 기록했다.

▲ SK이노베이션 E&S 및 산토스 직원들이 다윈 LNG 터미널에서 바로사에서 생산된 LNG의 첫 선적을 축하하며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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