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LFP 배터리로 시작한 우리 ESS 산업의 도약을 기대한다

2026. 03. 05 강홍석, 전주대학교 나노신소재공학과 명예교수 6분 읽기

’세계에너지기구(IEA)‘는 최근 유튜브 방송에서 “AI는 얼마나 많은 전기를 필요로 할까?”하는 질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했다. 현대 거대 기술 기업의 데이터센터는 서버를 구동하고 냉각하는 데 100MW의 전력을 소모하며, 이는 미국 100,000 가구의 사용량에 대응한다. 그리고 현재 짓고 있는 가장 큰 것은 20배에 해당하는 2GW를 소모할 것이다. 2024년 세계 데이터센터는 550TWh의 전기를 소비하여 약 1.5%의 비율에 해당하는데, AI에 대한 수요로 해가 갈수록 이 비율은 급속히 치솟을 것이다. 2030년에는 이 비율은 2배인 약 3%에 이르러 945TWh에 해당할 것이며, 이는 현재 일본 전체의 전기량에 해당한다. 평균 전력으로 환산하면 108GW에 해당한다. 미국은 2030년까지 추가적 전기의 절반을 AI에 사용할 것이며, 일본은 이보다 더할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AI 3대 강국”을 지향하는 우리나라는 향후 더 많은 비율의 전기를 AI를 위해 필요로 할 것이다. 2025년 IT 시장 분석기관인 IDC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연평균 11% 증가하여 2028년에는 6.2GW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급격한 전력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서, 정부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세웠는데, 이에 따르면 10.3GW의 신규 발전이 필요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부는 우리나라 남부 지방의 풍부한 태양광 발전과 같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ESS로 보완하는 정책을 시행하고자 한다.

IEA 보고에 따르면, 2025년 ’리튬이온전지(Lithium ion battery: LIB)‘의 70%는 전기차에, 15% 정도가 ESS에 사용된다. 2023년 및 2024년도 결과를 토대로 2025년도의 결과를 추정해 보면, 전기차용은 전년도에 비해 18% 이하 증가에 그쳤을 것이나, ESS용은 100% 이상 급격히 증가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리튬이온 ESS 시장은 2019년 0.2GWh에서 2024년 57.7GWh로 성장했으며, 2030년에는 644.1GWh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즉, 향후에도 연평균 40% 이상 높은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며 이제 ESS는 향후 전력 시스템의 전제 조건이자 핵심 인프라가 될 것임을 시사한다.

최근 EU가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을 늦추고, AI 데이터센터에 대한 세계적 전력 수요가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이러한 현상은 더욱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의 측면에서, 전기차에 비해 ESS 시장 규모가 급격히 커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화재 안전성과 가격 측면에서 신규 ESS 시장의 90% 이상은 LFP 배터리가 차지하고 있다. 즉, LFP는 니켈·코발트 기반 배터리보다 저렴한 소재가 사용되어 가격 경쟁력이 높고, LFP 양극재의 구조적 안정성으로 인하여 NCM 배터리에 비해 화재에 대해 훨씬 더 안정적이다. 이는 LFP ESS가 데이터센터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데 NCM계보다 몹시 적합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세계는 LFP 양극재 공급의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역사적으로, 중국이 우리와 다르게 LFP를 NCM과 함께 전기차에 채택해 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하면, 국내 기업들이 LFP 소재·셀·시스템 설계 역량을 강화해 글로벌 ESS 수요를 선도할 수 있도록 정책·투자 측면에서 시급히 지원을 넓혀갈 필요가 있다.

이러한 때에 우리 정부는 최근 ’ESS 중앙계약시장‘을 독립적인 에너지 자산으로 육성하는 정책을 시작하였다. ’ESS 중앙계약시장‘은 전력계통 운영 주체가 일정 기간 동안 ESS 용량과 서비스를 미리 계약해 확보하는 제도로, 장주기 ESS를 활용해 전력망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기반해 2038년까지 장기로 진행되는 국책 사업인 만큼, 대규모 투자가 집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2026년 2월 12일 발표된 전남 및 제주 지역에 대한 ’2차 ESS 중앙계약시장‘의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에서는 장시간 운전 능력, 효율, 운영 신뢰성과 더불어 특히 화재·설비 안전성이 주요 평가 요소로 주목받았다. 가격 평가와 비가격 평가 비중도 ’1차 시장‘과 달리 60대 40에서 50대 50으로 조정되었으며, 이 구조는 국내 ESS 사업자가 안전성과 신뢰성을 앞세운 기술 투자와 고품질 LFP·시스템 개발에 나설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 SK온 서산 공장 전경

’SK온‘은 이번 2차 선정에서 ESS 전체 입찰 물량의 절반인 284MW를 확보하여 ESS에 대한 기술력과 안전성을 인정받게 되었다. 국내 주요 배터리 기업들도 ESS 수요에 맞춰 LFP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으며, ’SK온‘은 이 가운데서 안전성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SK온은 국내 최대 수준인 서산 지역에 약 3GWh 규모 ESS용 LFP 생산능력을 갖추는 한편, 전기화학 임피던스 분광법(EIS)을 활용해 화재 발생 최소 30분 전 이상 징후를 감지하는 ESS 기술을 앞세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사고 이후 대응이 아니라 사전 감지를 통해 위험을 낮추는 접근법을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과 장수명, 높은 안전성’을 동시에 갖춘 LFP 기반 ESS 설루션을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그리고 이번 계약시장에서 확보한 장기 프로젝트 경험은 국내 기업이 실증 데이터와 운영 노하우를 축적하는 기반이 되어, 향후 해외 ESS 시장 진출 때도 중요한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  2025 인터배터리에서 SK온이 선보인 장수명 LFP 배터리(위)

그 결과 2026년에 착공할 예정인 전남 해남의 ’국가 AI컴퓨팅센터‘는 근처의 태양광 발전 등으로부터 향후 최대 5.4GW의 전력을 공급받을 계획이다. 태양광 발전은 낮 시간에만 작동하므로 필연적으로 여분의 전력을 저장하고 밤에 전력을 공급할 에너지저장장치를 필요로 한다. 양수발전도 있지만, 보다 현실적 방법은 LFP ESS를 이용하는 것이다. 특히, 태양광 및 풍력 발전의 간헐성에 비추어 ESS는 낮에도 그리드의 안전성과 유연성을 보장하는 데도 중요하다. 해외의 사례를 들자면, 칠레는 ‘아타카마’ 사막에서 가동 중인 228MW의 태양전지에 912MWh의 ESS를 연결하여 2026년 12월부터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예정이다.

이렇게 정부의 정책적 지원으로 인해 도약할 수 있는 환경을 맞은 국내 ESS 산업은 필연적으로 추후 세계시장에서 중국과 경쟁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세계 ESS 시장의 추이와 중국의 ESS 기술의 현황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며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먼저, 미국 시장에서는 중국산 ESS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어서 우리 기업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이미 LFP 가치사슬을 모두 갖추고 있는 중국이 LFP 배터리를 과잉 생산하고 있어서 우리 기업은 큰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현재, 중국은 LFP 양극재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26년 하반기에 ‘L&F’, ’에코프로비엠’ 등이 LFP 양극재를 양산할 계획이다.

세계적 재생에너지 시장 조사 및 자문 회사인 ‘Infolink Consulting’에 따르면, 세계 ESS 시장에서 중국의 CATL이 선두를 지키고 있고, 중국의 ‘HiTHIUM’이 2025년에 처음으로 2위를 기록하였다. 심지어 중국 소재 배터리 회사는 세계 시장 10위 내에 9개로서 절대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이외의 시장 규모는 299.8GWh로 2025년 세계시장의 49%를 차지하였으며, 당해 연도 하반기에는 중국 시장 규모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현재 이 시장에서도 점유율 상위 5개 모두가 CATL, BYD을 포함한 중국 업체이다. 우리 배터리 업체에게는 위기이자 기회이다.

여기서는 세계적 ESS 관련 뉴스인 ‘ESS News’의 주요 기사를 살펴봄으로써 우리 ESS 산업의 경쟁력에 보탬이 되고자 한다. 2026년 2월 10일 자 기사에 따르면, HiTHIUM은 자사의 6.25MWh의 ESS가 야외의 최대 산소 조건 하에서 대규모 화재 안전성 검사를 통과하였다고 한다. 즉 내열성 모듈 덮개, 강화 강철 캐비닛, 층간 내열성을 강화한 다층 컨테이너 구조를 갖는 1175Ah급 ESS 시스템이 어떠한 불도 단일 배터리 시스템에 국한시킨다고 한다. 이에 따라 이 회사는 2025년에 불가리아 회사와 2GWh의 ESS를, 그리고 우크라이나에도 같은 급의 ESS를 공급하기로 계약을 체결하였다.

다른 소식에 따르면, 중국의 ‘Wanxiang A123 시스템’사는 ESS 시장에 진출하였는데, 해당 기업의 100Ah급 ‘반고체전지(Semi-solid state battery: SSSB)’ 셀은 10개의 바늘로 구멍을 뚫어도 불이나 열폭주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SSSB란 액체 전해질 대부분을 고체전해질로 바꿔 에너지밀도를 향상한 전지를 이른다. 시스템 수준에서는, 액침냉각을 이용하여 셀의 온도를 2도 이내로 유지시키며, 압력을 감지하여 기존의 ‘배터리 관리 시스템(Battery management system: BMS)’보다 10분 전에 열폭주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참고로, 앞서 말했듯 ‘SK온’은 30분 전에 위험을 감지하니 Wanxiang A123 시스템의 ESS보다 20분 전에 열폭주를 감지하는 격이다.

또 다른 기사에 따르면, 스위스의 ‘Energy Vault’사는 미국의 ‘Peak Energy’와 함께 AI 데이터센터를 위해 1.5GWh급의 ‘소듐이온전지(Sodium ion battery: SIB)’를 채택할 것이라고 한다. LFP를 사용하는 다른 ESS들과는 달리 심하게 변하는 전력 수요에 보다 적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전해질 및 전해질-전극 계면에서 소듐이온의 전도도가 리튬이온에 비해 더 크고, 발열도 상대적으로 더 작기 때문이다. 또한, SIB는 영하의 저온에서 LFP에 비해 우수한 충방전 성능을 보인다. 이미, ‘Peak Energy’는 미국 콜로라도주에 그리드 크기의 3.5MWh급 SIB를 출시한 일이 있다. 2030년 중반에는 SIB는 대량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한다.

결론적으로, 앞선 예들은 중국 ESS의 기술 및 안전성이 상당한 수준에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면에서 리튬에 비해 훨씬 더 풍부하여 중국의 독점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소듐을 이용하는 SIB ESS에 대해서도 우리 배터리 회사들이 관심을 갖기 바란다. 이런 점들을 중장기적 시장 대응 전략에 효과적으로 반영하여, AI 산업의 발전과 함께 급속히 성장해 가는 ESS 시장에서 우리 배터리 회사들이 현재 세계 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고 크게 도약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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