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재의 에너지 프리즘] 미국과 이란의 전쟁: 수많은 예측과 전망 속에 확실한 것 한가지

2026. 03. 04 이충재, 한국투자증권 에너지/석유화학 애널리스트 4분 읽기

■ 미-이란 전쟁 발발과 중동 에너지 생산·수송 거점의 동시 마비

■ 중동 의존도 높은 아시아·유럽의 에너지 수급 위기 및 국가 운영 차질 우려

■ ‘경제 논리’에서 ‘안보 논리’로, 정유·석유화학 설비의 전략적 가치 재정립

2026년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현재까지의 언론 보도를 종합해 볼 때,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공습과 여론전 등을 통해 이란 시민들이 스스로 정권을 교체하도록 유도한다는 시나리오 하에 군사 작전을 추진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과거 미국은 지상군을 투입했던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성공적 민주 정부를 수립하지 못했습니다.

이란의 권위주의 독재 정부는 1979년 호메이니 혁명 이후 5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이란-이라크 전쟁, 경제 제재 등을 겪으면서도 유지되어 왔습니다. 외부의 다양한 압력 속에서 역설적으로 강력한 뿌리를 내린 권위주의 체제의 회복력과 경제적 이권으로 뭉친 이란 혁명수비대 세력은 부정할 수도, 무시할 수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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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막았습니다. 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친(親)이란 진영의 예멘 내 반군 세력이 [수에즈 운하-홍해-바브엘만데브 해협]을 봉쇄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에너지 수송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2026년 3월 2일 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산업의 핵심 지역인 Ras Tanura를 공격했습니다. 사우디 석유의 60~90%가 Ras Tanura를 통해 수출됩니다. 같은 날 이란은 세계 LNG 공급의 20~25%를 책임지고 있는 카타르 Ras Laffan도 공격했습니다. 이란의 공격으로 사우디아라비아는 정유 설비 가동 차질에 그쳤지만, 카타르는 LNG 수출이 중단됐습니다. 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으로 에너지 수송과 생산 모두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 수도인 리야드의 미국 대사관에도 공격을 가했습니다. 이번 사태가 단기간에 끝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관측이 늘고 있습니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러-우 전쟁)보다 에너지 수급 차질이 더 심각해질 수 있는 상황입니다. 러-우 전쟁 초반에는 러시아의 원유와 천연가스 수출이 정상적으로 이뤄졌습니다. 글로벌 석유 공급도 충분했습니다. 유럽 국가들이 천연가스 공급 부족을 겪은 정도로 피해는 제한되었습니다. 이 또한 미국의 지원 속에 시간이 지나며 안정을 찾았습니다.

지금은 상황이 다른 것으로 보입니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와 유럽 전체로 에너지 부족 사태가 확산될 수 있습니다. 셰일 에너지와 베네수엘라 자원 확보 등으로 에너지 자급에 성공한 미국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겠지만, 중동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와 유럽은 에너지 부족으로 국가 운영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원유의 6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송됩니다. 우리나라가 쓰는 LNG 역시 카타르에서 15~20%가 수출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석유/정유 제품을 약 2억 배럴가량 비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최악의 상황에서도 6개월 이상은 버틸 수 있습니다. 현재 정부도 사태 장기화 시 여수·거제 등 전국 9개 비축기지의 비축유를 국내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며, 석유공사도 비상 매뉴얼에 따른 긴급 점검에 착수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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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중동-말라카 해협-대만 해협’을 잇는 에너지 수송 차질을 과거부터 걱정하고 대비해 왔습니다. 이번 사태로 ‘중국의 근원적 불안’은 현실화됐습니다. 이번 사태를 예상하고, 대비한 것은 아니겠지만, 중국은 2025년 석유, 석탄, 천연가스 수입량을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렸습니다. 생산량 또한 사상 최대로 늘렸습니다. 2025년 하반기에는 정유 제품 수출도 줄였습니다. 사태가 더 악화되면, 전면적 에너지 자원 수출 통제도 일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의 정유 제품 수출 통제가 확인되면, 다른 나라들도 연쇄적으로 같은 판단을 할 것입니다. 공식적으로 발표를 하지 않는다고 해도 유조선의 움직임은 실시간으로 대부분 확인됩니다.

이번 사태가 어떻게 진행되고, 해결되어 나갈지는 알 수 없습니다. 예상치 못한 불상사 속의 계획에 차질이 생기고 사태가 극단으로 치달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파국만은 피하자는 합의를 바탕으로 극적 타협에 성공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2000년대 초반 이야기되었던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될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2026년 2월 말 일본 정유업체 이데미츠 코산(Idemitsu Kosan)은 2022년 세웠던 정유 설비 폐쇄 계획을 취소했습니다. 일본은 2000년 500만 BPD에 달했던 정유 설비 규모를 2024년 295만 BPD로 40%가량 폐쇄했습니다. 이데미츠 코산의 이번 결정으로 일본이 지난 25년간 추진했던 정유 설비 감축 흐름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이번 사태 이전에 시작된 글로벌 정유 설비 부족이 앞으로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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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정유 설비는 국가 안보의 핵심 요소로 부각될 수 있습니다. 이번 사태가 단기간에 끝나고, 세계 경제가 빠르게 성장할수록, 정유 설비 부족 현상은 더 심화됩니다. 이는 정제 마진 개선이라는 경제 논리를 넘어 국가의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정유 설비가 꼭 필요하다는 인식 변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현재 상황에서 미국과 이란의 전쟁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평화적인 방법으로 이른 시일 내에 사태가 마무리되길 바랍니다. 세계 경제 성장에 따른 정상적인 수요 개선 속에 정유/석유화학 설비의 설비 가동률이 높아지고 수익성이 개선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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