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재의 에너지 프리즘] Vertiv가 밝힌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의 미래와 중국의 발 빠른 대응

2026. 01. 16 이충재, 한국투자증권 에너지/석유화학 애널리스트 4분 읽기

■ AI 산업 성장으로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의 중요성 증대

■ 안정적인 데이터센터 운영을 위해 직류(DC) 기반 전력 시스템 도입 필요 [Vertiv ‘Frontiers Report’ 2026.1.8]

■ AI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은 On-site 발전(가스 터빈, 수소 연료 전지, SMR 등) 및 마이크로그리드 방식이 대세가 될 것 [Vertiv ‘Frontiers Report’ 2026.1.8]

AI 산업 성장에 따른 전세계적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 장기화로 우리나라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돌파하고 있습니다. 메모리 반도체를 확보하기 위해 글로벌 Big Tech 업체 직원들이 우리나라에 상주하며 동분서주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도 있습니다. 반도체만큼이나 최근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것이 데이터센터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인프라 구축입니다.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데이터센터 건설에 따른 전력 요금 인상, 물 부족 등을 우려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데이터센터로 인해 전력 요금이 오른다면, AI 기업이 부담해야 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데이터센터 건설로 해당 지역의 전력 요금 인상, 물 공급 차질 등이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는 ‘지역공동체 우선 AI 인프라(Community-First AI Infrastructure)’를 발표했습니다.

미국 버티브(Vertiv)社는 전력 공급과 냉각 등에 특화된 기술을 가진 디지털 인프라 공급 업체입니다. Vertiv는 1GW 규모로 전력 수요가 커진 AI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수 기술을 보유한 업체입니다. 높은 성장 가능성으로 Vertiv의 주가는 OpenAI가 ChatGPT를 발표한 2022년 11월 이후 15배 상승했습니다.

2026년 1월 8일 Vertiv는 데이터센터의 효율적 전력 공급 기술 발전과 관련된 ‘Frontiers report’를 발표했습니다. 보고서에서 Vertiv는 크게 2가지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 2026년 1월 8일, Vertiv가 발표한 Frontiers report – 이미지 출처: Vertiv 공식 홈페이지

첫번째, 교류(AC)가 아닌 직류(DC) 기반의 전력 시스템으로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효율을 높여야 한다. 현재 데이터 센터까지 전력이 전달되기 위해서는 3~4단계의 변환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전력 손실이 많기 때문에 직류 사용이 가능한 구조로 전력 공급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제안입니다. 특히 초고압 직류 송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직류 전환으로 전력 변환 및 냉각 관련 설비가 줄면, 데이터센터 건설에 필요한 공간이 줄어드는 부수 효과도 있다고 합니다.  

두번째, 기존 전력망을 통해 1GW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전력을 얻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Vertiv는 발전 설비 및 송/배전망 부족, 전력 요금 인상 위험 등으로 인해 AI 데이터센터는 에너지 자립(Energy autonomy)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BNEF(BloombergNEF,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의 전망에 따르면 2030년 미국 데이터센터 규모는 150GW에 달합니다. 일부에서는 180GW를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데이터센터 규모를 150GW라고 가정하면, 2030년 미국 데이터센터 소비 전력만 900TWh에 달하게 됩니다. 이는 우리나라 전력 수요의 1.5배, 미국 전력 소비의 20-25%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입니다. 사실 앞으로 5년 내 미국에 150GW 규모의 발전 설비를 건설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이런 이유로 Vertiv는 AI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 방식은 On-site 발전과 마이크로그리드(Microgrid)가 대세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On-Site 발전 옵션으로는 가스 터빈, 수소 연료 전지, SMR 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Vertiv가 Frontiers report를 공개한 다음날 중국 공업정보화부(MIIT)도 ‘녹색 마이크로그리드’ 보급을 위한 가이드라인(산업 단지 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의 60%는 현지에서 소비)을 발표했습니다.

중국에는 이미 300개 이상의 Mircrogrid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번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이유는 Microgrid의 운영 실효성을 더욱 더 높이기 위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On-Site 발전을 통한 안정적 전력 수급은 Vertiv가 강조한 에너지 자립(On-site 발전과 Microgrid)와 매우 유사합니다. 이에 더해 중국 정부는 ‘녹색 마이크로그리드’는 태양광/풍력 발전뿐 아니라, 고효율 히트펌프, 2차 전지를 통한 전력 저장, 수소 에너지, 지능형 에너지 관리 제어 등이 일체화한 시스템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중국 정부가 수소 에너지를 강조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 지점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녹색 마이크로그리드에서 태양광/풍력 발전 설비와 수전해 및 연료 전지가 결합된 통합 수소 에너지 시스템을 우선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현재 기술로는 2차 전지(BESS)만으로 송/배전망에 연결되지 않은 1GW 데이터센터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어렵습니다.

즉, 수소를 우선 지원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정책은 BESS와 수소 에너지로 대형 데이터센터도 On-Site 발전, Microgrid로만으로 운영할 방법을 찾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 추정됩니다. On-Site 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으로 수소를 생산/저장한다면 수소 에너지 수요 확대의 가장 큰 난제였던 수송과 저장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수소를 On-Site에서 생산하고, 소비하면 막대한 비용이 드는 운송망 구축 없이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 정부의 구상이 성공한다면, 중국은 세계 최저 수준의 전력 비용으로 데이터센터를 운영할 수 있게 됩니다.

반도체 성능 향상과 효율적 AI 모델 개발로 AI가 우리 생활에 더욱 밀접해지면 전력 수요 또한 빠르게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미래에는 AI 산업의 주도권이 첨단 반도체, 효율적 AI 모델 개발이 아니라 데이터센터 관련 전력 인프라의 경제성으로 결정될 수도 있습니다. 미국 Vertiv社가 ‘Future’라고 말하고 있는 것을 중국 정부는 빠르게 현실로 만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첨단 반도체 개발만큼의 노력과 대비가 필요한 분야라고 생각됩니다.

[참고 자료] Vertiv, ‘Frontiers Report’, 202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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