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재의 에너지 프리즘] 열흘 사이 2배 이상 가격이 급등한 미국 천연가스와 세계 LNG 산업

2026. 01. 28 이충재, 한국투자증권 에너지/석유화학 애널리스트 3분 읽기

■ 2026년 1월 미국 천연가스 시장, 북극 한파로 인한 가격 변동성 크게 증대

■ 미국 천연가스 가격 급등락, 향후에도 기후 변화로 반복 가능성

■ 호주·카타르 LNG, 가격 경쟁력 상대적 유리

미국 천연가스 시장은 가격 변동성이 매우 큽니다. 수요가 집중되는 겨울철에는 가격변동성이 더 커집니다. 일부 트레이더들은 높은 변동성으로 인해 미국 천연가스 시장을GASINO(Gas + Casino)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2026년 1월 미국 천연가스 시장은 진짜 GASINO가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2025년 12월 5일 $5.5/MMBtu까지 상승했던 미국 천연가스 가격(이하 Henry Hub 기준)은 따뜻한 겨울이 예상된다는 기상 예보로 인해 2026년 1월 16일 $3.1/MMBtu까지 44% 하락했습니다. 따뜻한 1월이라는 예상은 북미 대륙을 덮친 북극 한파(Polar Vortex)로 빗나갔고, 미국은 남부 휴스턴조차 최저 기온이 영하 4도를 기록할 정도로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미국 천연가스 가격은 불과 열흘 만에 장중 $6.8/MMBtu까지 2.2배 상승했습니다. 1997년 이후 미국 천연가스 가격이 이 정도로 높은 변동성을 기록한 것은 코로나19 기간을 제외하면 이번이 처음입니다.

북극 한파로 미국 천연가스 생산 증가를 이끌고 있는 Permian 가스전이 위치한 중부 텍사스 지역도 영하 10도까지 기온이 하락했습니다.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면, 천연가스에 함유된 수분이 얼게 됩니다. 얼음은 천연가스 생산 설비의 배관을 막습니다. 미국 남부 지역의 가스전은 한파에 대비한 부대 설비도 갖춰져 있지 않습니다. 천연가스 생산 차질로 대체 에너지인 석유 수요가 늘어나며 벙커C유 정제 마진도 1월 들어 크게 개선되었습니다.

지난 열흘간 우리가 목격한 미국 천연가스 가격 급변동은 극심해지는 기후 변화로 인해 앞으로 반복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름철 폭염에 따른 전력 수요 급등 역시 발전용 천연가스 수요를 크게 늘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선 칼럼에서 몇 번 언급한 것처럼 2025년 12월, 미국 메이저 천연가스 인프라 업체 Energy Transfer(이하 ET)는 연간 1,650만 톤을 수출하겠다는 Lake Charles LNG 수출 터미널 프로젝트 추진 중단을 발표했습니다. ET는 LNG 수출 터미널 건설 투자금을 ‘LNG 프로젝트보다 수익성이 높고, 리스크는 낮은 Permian-Arizona 가스관 확장 사업’에 투입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애리조나는 TSMC, Intel의 반도체 생산 설비 구축과 Microsoft 등의 데이터센터 증설 등으로 전력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입니다. 이미 ET는 Oracle, Fermi America, CloudBurst 등 빅테크 및 데이터센터 운영사와 연간 1,200만톤 규모의 천연가스 공급 계약을 맺기도 했습니다.

ET는 북미 천연가스 가격 급등 등에 따른 미국 LNG 수출 프로젝트의 리스크를 높게 보고 있습니다. 미국 천연가스 가격이 $5-6/MMBtu까지 상승하면, 액화·운송비($4~5/MMBtu)를 감안한 LNG 수출 원가는 $9~11/MMBtu까지 상승합니다. 유럽(TTF) 천연가스와 동북아(JKM) LNG 가격이 일정 부분 유가에 연동된다는 것을 감안할 때, 미국 LNG 수출은 역마진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즉, 2026년 1월 북미 천연가스 가격 변동은 기후 변화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몇 번 더 반복된다면, 글로벌 LNG 시장의 판도를 바꿀 변수가 될 수도 있습니다.

2027년 카타르는 대규모 증설로 LNG 수출 설비가 1.26억톤까지 확대됩니다. 2030년 가동될 러시아와 중국을 잇는 가스관(Power Of Siberia 2)은 중국 LNG 수요를 약 4천만톤대체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글로벌 LNG 공급 과잉 우려가 컸습니다. 하지만 미국 천연가스 가격 상승은 미국 LNG 수출 업체들의 신규 프로젝트는 물론 기존 프로젝트의 수익성도 악화시켜 공급을 줄이는 역할을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국제 석유 가격이 현재와 같은 $60-65/BBL 수준으로 유지된다면, 세계 LNG 시장에서 미국 Henry Hub 천연가스 가격에 연동되는 미국 LNG의 가격 경쟁력은 약화되고, 유가 연동(Oil-indexed) 계약 비중이 높은 호주와 카타르 LNG의 가격 경쟁력은 강화될 수 있습니다. 호주, 카타르 등의 LNG 프로젝트는 강력한 경쟁자 미국의 공급 감소로 수익성이 개선될 수도 있습니다. 기후 변화가 만들어낸 2026년 1월의 미국 천연가스 가격 변동성이 미국에 쏠렸던 글로벌 LNG 수요를 전통의 LNG 수출국 호주, 카타르 등을 돌려놓을 계기로 작용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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