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재의 에너지 프리즘] LyondellBasell의 북미 사업부 적자와 우리나라 석유화학 산업의 미래

2026. 02. 05 이충재, 한국투자증권 에너지/석유화학 애널리스트 5분 읽기

■ 미국 에탄 크래커(ECC)의 원가 경쟁력 약화 및 수익성 악화

■ 중국은 소득 수준 향상에 따른 석유화학제품 수요 패러다임의 변화가 일어나

■ 국내 나프타 크래커(NCC)의 다각화된 제품 경쟁력 재평가 필요

글로벌 에틸렌 생산 규모가 연간 900만 톤에 달하는 석유화학 업체 LyondellBasell(이하 LYB)의 미국 사업부가 2025년 4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지역별, 사업부별 실적을 나눠서 발표한 2017년 이후 미국 사업부가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LYB는 2026년 1월 30일 열린 실적 설명회에서 높아진 원가와 에너지 비용(Integrated PE margins fell on lower prices and higher feedstock and energy costs)을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 에탄 크래커는 에탄을 원료로 씁니다. 설비 가동을 위해 필요한 전력, 스팀 등을 만드는 에너지로는 천연가스가 주로 쓰입니다. 2025년 미국은 가스 발전 비중이 45%에 달합니다. 즉, 미국 에탄 크래커도 천연가스 가격이 올라가면, 원료와 에너지 비용이 모두 상승합니다. 2025년 4분기 LYB의 미국 사업부가 적자를 기록한 것은 미국 에탄 크래커의 원가 경쟁력 약화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명확한 증거입니다.

우리나라 석유화학 산업의 원가 경쟁력 지표로 에틸렌 생산 원가를 이야기합니다. 에틸렌은 수많은 석유화학 제품 중 하나일 뿐입니다. 석유화학 제품 중 에틸렌 수요(2026년 예상 수요 2억 톤)가 가장 큽니다. 전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생산됩니다. 따라서 에틸렌은 우리나라 나프타 크래커의 글로벌 원가 경쟁력을 비교하는 대표적인 석유화학제품으로 생각되고 있지만, 에틸렌 생산 원가가 특정 국가와 기업의 석유화학 산업 경쟁력을 대표할 수는 없습니다.

21세기 들어 코로나19 기간을 제외하면, 우리가 기억하는 우리나라 석유화학 산업의 전성기는 2005년부터 2012년입니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가 일어났지만, 세계 각국 정부, 특히 중국 정부의 대규모 경기 부양(기차하향, 가전하향 등)으로 석유화학 제품 수요가 크게 늘어났습니다. 2005년 중국의 1인당 GDP는 1,750달러였습니다. 2005년 2,000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던 중국의 1인당 GDP는 2012년 6,300달러까지 급증했습니다. 7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빠르게 늘어난 소득은 중국인들의 생활 방식의 변화로 이어졌습니다. 대형 마트가 늘어나면, 비닐 봉지(PE) 등 포장재 수요가 늘어납니다. 당시 우리나라 유통 업체들이 중국에 진출할 정도로 중국 유통 산업은 빠르게 선진화되었습니다. 위생 수준이 높아지면서, 섬유/의복(Polyester/MEG), 페트병(PET/MEG) 등의 수요 또한 크게 늘어났습니다. 대형 주택 단지(PVC)가 조성되면서, 가전/가구/자동차 등의 수요도 늘어났습니다. 위에 언급한 석유화학 제품은 에틸렌을 원료로 생산됩니다. 당연히 에틸렌을 원료로 생산되는 석유화학 제품에 대한 수요 또한 크게 늘어났을 겁니다.

하지만 2025년 중국의 1인당 GDP는 13,000 달러까지 높아졌습니다. 이는 중국 전체 평균 수치입니다. 중국 주요 대도시(상하이, 베이징 등)의 1인당 GDP는 30,000 달러가 넘습니다. 우리나라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1인당 GDP가 15,000 달러 이상이 되면 석유화학 제품 수요는 GDP 성장률 정도로만 늘어납니다. 가전, 가구, 자동차 등 내구 소비재 보급이 어느 정도 완료되고, 소비의 축이 서비스 중심으로 이동하기 때문입니다. 이때부터 석유화학 제품의 수요 증가율은 GDP 성장률과 유사한 수준이거나 그 이하로 떨어지기도 합니다.

아울러 소득 증가에 따른 생활 방식의 변화 등으로 수요가 늘어나는 석유화학제품도 달라집니다. PVC로 만들던 창틀보다는 ABS로 만든 창틀을 선호하게 됩니다. PET병도 여러 번 다시 쓰다가 1번만 쓰고 버리게 됩니다. ‘Free BPA’ 등의 마크가 부착된 제품이 늘어나기도 합니다. 특히 중국은 신차 판매량 중 전기차 비중이 60%가 넘습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무겁습니다. 전기차용 타이어는 내연기관 자동차용 타이어 대비 합성고무도 20-25% 더 필요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석유화학 시장의 주력 수익 품목, 소위 ‘히트(Hit) 제품’의 변화로 이어집니다.

2022년 이후 우리나라 석유화학 산업의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사이클 산업의 특성상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중국, 인도, 대만 등의 석유화학 업체들이 저가 원유/나프타를 사용하면서 공급 조절이 과거처럼 되지 않고 있습니다. 진작에 ‘스페셜티 제품을 만들어서 대비했어야 한다’는 의견도 많이 들립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원가 경쟁력을 비교할 때는 에틸렌 생산 원가만 비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설비 공급 과잉을 이야기할 때도 주로 에틸렌만 이야기됩니다. 우리나라 석유화학 업체들의 주요 수출 지역인 중국은 이제 과거의 중국이 아닙니다. 중국의 1인당 GDP는 20년 사이에 7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소득 수준의 향상은 생활 방식의 변화로 이어집니다.

이제 에틸렌으로 생산할 수 있는 PE, PVC, Polyester(MEG) 등에 대한 수요보다는 에탄 크래커에서 생산되지 않는 기초 유분(프로필렌, 부타디엔, BTX 등)을 원료로 생산하는 석유화학 제품의 수요가 향후 늘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PVC는 ABS로, Polyester는 Spandex로 소비자의 선호가 변화합니다. Polycarbonate, MMA(인조 대리석) 등의 수요도 늘어납니다.

그럼에도 15-20년 전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2천 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던 시절의 프레임으로 석유화학 산업의 원가 경쟁력을 에틸렌으로만 비교하고, 우울한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은 모순입니다. 에틸렌을 제외한 다른 석유화학 제품들의 원가 경쟁력은 우리나라가 글로벌 최고 수준입니다. 에틸렌 역시 2025년 4분기 LYB의 적자에서 볼 수 있듯 원가 경쟁력의 변화가 생기고 있습니다.

미국은 에탄 크래커 업체들은 셰일 에너지 혁명으로 넘쳐나는 에탄을 바탕으로 중동 업체들 다음으로 값싸게 에틸렌 계열 제품을 생산해 왔습니다. 중동에서 수출한 석유에서 뽑은 나프타로 에틸렌을 생산하는 우리나라 나프타 크래커 업체들이 에틸렌 생산 원가만으로 비교하면 이길 수 없었던 게임이었습니다. 하지만 기후 급변에 따른 난방 및 냉방 수요,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 증가, 미국의 LNG 수출 확대 등으로 미국 에탄 크래커 업체들이 2025년 4분기 기록한 적자는 2026년에는 일반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와 원료 가격이 유사한 2006년에도 그랬습니다.

에틸렌 원가만 바뀐 것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석유화학 산업의 Hit Item도 중국의 소득 수준 향상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제 에탄 크래커에서 생산되지 않는 제품들의 수요가 늘어나는 시대가 곧 올 것입니다. 이미 2025년 말부터 부타디엔을 시작으로 SM(스티렌모노머), PX(파라자일랜) 등 NCC(나프타 분해시설, Naphtha Cracking Center)에서만 생산되는 제품을 중심으로 수익성 개선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정유 설비에서는 LPG, 휘발유부터 벙커C유까지 다양한 정유제품이 생산됩니다. 이들 제품이 모두 수익이 나는 것은 아닙니다. 벙커C유에서 적자를 보더라도, 휘발유, 등/경유, 윤활기유 등에서 수익을 냅니다.

수많은 석유화학 제품 중 하나인 에틸렌 생산 원가 비교만으로 우리나라 석유화학 제품의 원가 경쟁력을 폄하하고, 앞으로 사라질 수밖에 없는 산업이라는 결론을 내는 것은 섣부르다고 봅니다. 이러한 고정 관념은 이제 깰 필요가 있습니다. 에탄 크래커에서 생산되지 않는 제품들의 수요가 늘어나는 시대가 곧 옵니다. 중국도 더 이상 단순 제조업에 머무르고 있지 않습니다. IT, 전기차/2차 전지 등 첨단 산업에서도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했습니다. 이제 20년 전 ‘중국의 고도 성장기’의 잣대를 버리고, 중국 시장의 수요 변화 등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NCC의 다각화된 경쟁력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우리나라의 NCC가 현재의 설비로 이 같은 흐름에 편승할 수 있을 것인가 되물어 보게 됩니다. 무엇보다 산업 재편 방향이 고부가 설비로의 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여기는 까닭입니다.

■ 관련 글

- [이충재의 에너지 프리즘] 열흘 사이 2배 이상 가격이 급등한 미국 천연가스와 세계 LNG 산업

- [이충재의 에너지 프리즘] 그린란드와 미국 LNG, 그리고 중국

- [이충재의 에너지 프리즘] Vertiv가 밝힌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의 미래와 중국의 발 빠른 대응

- [이충재의 에너지 프리즘] 2026년 세계 에너지/석유화학 산업 전망: 데이터센터라는 새로운 수요가 만들어낼 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