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에너지 브리프] CERAWeek 2026 종합 리포트: 이란 전쟁의 그림자와 AI 에너지 혁명의 교차점 (2026년 3월 23~27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2026. 04. 07 SK이노베이션 4분 읽기

미-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봉쇄, CERAWeek의 화두는 다시 ‘에너지 안보’

AI 전력 수요 폭증에 빅테크가 에너지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로 부상

SK이노베이션 E&S, CERAWeek서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과 미래 협력 방안 모색

| 에너지판 다보스 포럼이자 업계의 슈퍼볼

1983년, 에너지 시장 분석의 권위자인 대니얼 예긴(Daniel Yergin)과 비즈니스 전략가 제임스 로젠필드(James Rosenfield)가 의기투합해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서 케임브리지에너지연구소(Cambridge Energy Research Associates, CERA)를 설립했다. 이 에너지 리서치·컨설팅 기관은 에너지 시장과 지정학, 기술과 전략에 관한 독립적 분석으로 명성을 쌓아갔다. 매년 CERA 고객들이 한자리에 모여 에너지의 미래를 논의하는 임원 콘퍼런스가 열렸고, 프로그램이 5일 일정으로 확대되면서 현재의 이름 ‘CERAWeek’로 바뀌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 행사를 ‘에너지 업계의 다보스 포럼’으로, 폴리티코는 ‘업계의 슈퍼볼’로 표현했으며, CNBC는 ‘세계 최고의 에너지 콘퍼런스’라고 불렀다. 올해로 44회째를 맞은 CERAWeek 2026에는 89개국 2,350여 개 기업에서 1만 명 이상의 참가자가 몰렸으며 C레벨 임원 1,620명 이상, 각국 장관급 고위 관료 84명, 미디어 관계자 365명이 참석했다.

| 올해의 주제: “수렴과 경쟁”

올해 콘퍼런스의 주제는 “수렴과 경쟁: 에너지, 기술, 지정학(Convergence and Competition: Energy, Technology and Geopolitics)”이었다. AI는 에너지 산업과 기술 산업을 일찍이 없었던 방식으로 결합시키며 양측을 상호 의존적으로 만들고 있다. 동시에 지정학적 경쟁과 경제적 민족주의는 수십 년간 통합되어 온 글로벌 에너지 시장을 분열시키고 공급망을 파괴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외신들은 이번 CERAWeek가 전에 없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진행되었다며 콘퍼런스 분위기를 가감 없이 전했다.

| 핫이슈 1: 미-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올해 CERAWeek를 강타한 가장 뜨거운 이슈는 단연 미국-이란 전쟁이었다. 콘퍼런스 개막 전부터 그 여파는 상당했다. 로이터(Reuters)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Saudi Aramco)의 아민 나세르(Amin Nasser) CEO가 이란 분쟁을 이유로 CERAWeek 참석을 전격 취소하고 사우디에 머물기로 했다는 소식을 타전했다. 나세르 CEO는 이 행사의 대표적인 헤드라인 연사였다.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그는 화상 메시지도 보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외신들은 세계 최대 산유국 CEO의 불참 자체가 이란 사태의 심각성을 웅변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휴스턴 퍼블릭 미디어(Houston Public Media)는 이번 콘퍼런스에서 미국 에너지부 장관 크리스 라이트(Chris Wright)가 글로벌 석유 시장의 혼란에 대해 “아직 가격이 의미 있는 수요 파괴를 일으킬 만큼 오르지는 않았다”며 전쟁을 ‘일시적 혼란’으로 규정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셰브론(Chevron)의 CEO인 마이크 워스(Mike Wirth)는 이번 공급 차질이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보다 훨씬 심각하다며 “실제로 시장에 공급되지 못하는 원유와 가스의 양이 엄청나다”고 경고했다.

CNBC는 CERAWeek 현장에서 워스 CEO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매우 실질적이고 물리적인 영향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가고 있다”고 발언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Bloomberg)는 이 사태의 경제적 파급력을 수치로 집약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해협 봉쇄로 인해 하루 약 1,100만 배럴의 원유 공급이 차단되고 있으며, 이는 영국·프랑스·독일·스페인·이탈리아 5개국의 합산 소비량을 웃도는 규모다.

토탈에너지(TotalEnergies)의 CEO, 파트리크 푸야네(Patrick Pouyanné)는 CERAWeek 연단에서 “이 위기가 3~4개월 이상 지속되면 세계적인 시스템 위기가 된다. 전 세계 원유 수출의 20%와 LNG 용량의 20%가 걸프만에 묶여 있는 사태를 아무런 결과 없이 방치할 수는 없다”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 IEA) 출신의 에너지 분석가 폴 생키(Paul Sankey)는 “1973년 오일쇼크 이후 이런 수준의 공급 차질은 본 적이 없으며, 상황은 극도로 심각해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부족 사태는 악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타임(TIME)지는 에너지 업계가 성급한 대안 개발 대신 ‘관망’을 택했으며, 시장의 자본은 이미 AI 연계 분야로 빠르게 이동 중이라고 분석했다. 토탈에너지의 푸야네 CEO 역시 “지금은 신중해야 할 때”라며 투자 유보 입장을 밝혔다. 야후 파이낸스는 골드만삭스가 이란발(發) 리스크를 근거로 2026년 브렌트유 전망치를 당초보다 배럴당 10달러가량 상향 조정한 내용을 보도하며 이란이 위협 수위를 조절, 글로벌 물류망을 흔드는 ‘저비용 위협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동시에 언급했다.

| 핫이슈 2: AI 혁명과 전력 수요 폭발

전쟁 다음으로 CERAWeek를 지배한 주제는 인공지능(AI)과 에너지의 충돌이었다. 기술 기업들이 에너지 시장의 새로운 주요 플레이어로 부상했다.

외신들은 미국 에너지부 장관, 크리스 라이트와 셰브론의 CEO인 마이크 워스의 이야기에 주목했다. 라이트 장관은 AI 확산에 따른 에너지 수요 증가와 함께 미국의 에너지 및 기술 경쟁력 강화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워스는 미∙중 간 AI 주도권 경쟁이 에너지 수요를 확대시키고 있다며, 기존 수요와 AI 기반 신규 수요를 동시에 충족하기 위한 전력 생산 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알파벳(Alphabet)의 수석 부사장이자 CFO인 루스 포랏(Ruth Porat)은 미국이 AI 모델과 반도체 분야에서는 글로벌 선두지만 에너지 분야에서는 투자 부족으로 뒤처져 있다면서, 아마존과 알파벳은 AI 데이터센터의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전력망 인프라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으며, 핵에너지와 천연가스를 새로운 전력 공급원으로 꼽았다.

에너지 인프라 투자 기업 제너레이트캐피털(Generate Capital)의 CEO, 데이비드 크레인(David Crane)의 “미국 전력산업의 미래는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있는) 시애틀과 (애플이 있는) 쿠퍼티노(Cupertino)에서 결정된다. 워싱턴이 아니다”라는 발언도 중요하게 인용보도됐다. 이는 AI 패권을 쥐기 위한 빅테크 기업들의 폭발적인 전력 수요가 정부의 정책 속도를 앞질렀으며, 에너지 산업의 실질적인 ‘보이지 않는 손’이 공공 섹터에서 민간 테크 섹터로 완전히 이동했음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 핫이슈 3: 원자력의 부상

핵 전문 매체 앤스(ANS) 및 뉴클리어 뉴스와이어(Nuclear Newswire)는 CERAWeek에서 마이크로소프트와 엔비디아(NVIDIA)가 원전 허가·설계·운영의 전 과정을 AI로 가속화하는 협력 파트너십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양사는 에너지 개발자들이 활용할 AI 기반 통합 플랫폼을 구축해 건설 지연과 비용 초과라는 원전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월드오일(World Oil)은 CERAWeek에서 구글과 페르미 아메리카(Fermi America)가 협력하는 ‘프로젝트 마타도어(Project Matador)’에 주목했다. 이는 미국 최대 규모의 민간 전력망 중 하나가 될 수 있는 프로젝트로, 주로 핵에너지를 통해 데이터센터 전력을 조달하려는 계획이다. 페르미 아메리카의 CEO, 토비 노이게바우어(Toby Neugebauer)는 “구글 수준의 전력 공급을 위해서는 결국 가스 아니면 핵에너지 둘 중 하나”라고 못 박았다.

아울러 원자력규제위원회(Nuclear Regulatory Commission, NRC)의 위원장인 호 니에(Ho Nieh)는 “지금이 결정적 순간”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NRC가 수십 년을 내다보는 새로운 규제 체계를 설계할 때라는 것으로, 지금이 원자력 확대를 위해 규제·인허가 체계를 재정비해야 할 시점이라는 의미로 보인다.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전환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신중한 입장도 표명됐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에너지부 장관을 지낸 어니스트 모니스(Ernest Moniz)는 “어느 정도 추진력을 얻겠지만, 과거 대규모 오일쇼크에서 배운 교훈이 금방 잊혔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 핫이슈 4: 천연가스의 전략적 재부상

윌리엄스 컴퍼니즈(Williams Companies)의 CEO, 채드 자마린(Chad Zamarin)은 CERAWeek에서 미국의 풍부하고 신뢰성 높은 천연가스가 경제적인 대규모 에너지를 제공하면서 전략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평하고 AI, 데이터센터, 제조업에서의 수요 급증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 인프라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인허가 개혁을 촉구했다.

S&P글로벌은 셸(Shell) CEO인 와엘 사완(Wael Sawan)이 여름철 가스 수요 급등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중동 분쟁으로 인한 공급 부족이 에너지 가격 인상뿐 아니라 글로벌 성장 전망에도 불확실성을 더할 수 있다”라고 경고한 목소리를 비중 있게 보도했다.

CERAWeek 2026은 에너지 산업이 더 이상 ‘전환(transition)’이라는 단일한 방향성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정학적 리스크 속에서 에너지 안보가 다시 최우선 과제로 부상했고, 인공지능(AI)이 촉발한 전력 수요 증가는 산업의 판 자체를 바꾸고 있다. 여기에 원자력과 천연가스 등 기존 에너지원의 역할이 재평가됐다.

이번 CERAWeek는 ‘안보·기술·경제가 충돌하는 에너지 경쟁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음을 보여준 자리로 평가된다. 현재 에너지 산업은 두 개의 시계를 동시에 바라봐야 하는 국면에 놓여있다. 하나는 미-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지금 당장의 위기’이고, 다른 하나는 AI와 핵에너지 등이 재편하고 있는 ’10년 후의 에너지 지형’이다. 두 시계는 서로 다른 속도로 돌아가면서도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에너지 안보 없이는 AI 패권도 없고, AI 없이는 에너지 전환도 더디다는 것.

그동안 CERAWeek의 주요 인사는 단연 산유국 CEO들이었다. 올해는 달랐다. 중동 사태의 영향이 있었지만 아람코 CEO는 불참했고, 구글과 아마존의 임원들이 연단에 올랐으며, 원자력규제위원장은 “삽이 땅에 꽂히는 날”을 기다린다고 말했다. 에너지 산업의 무게중심이 다변화하고 있다. 걸프만의 유전에서 데이터센터의 서버실로, 배럴의 언어에서 기가와트의 언어로, 그리고 무엇보다 에너지는 안보와 기술 패권의 문제임이 이번 CERAWeek 2026을 통해 다시 한번 드러났다는 것이 외신들의 공통된 평가다.

CERAWeek 찾은 SK이노베이션
 
아태지역 민간 최대 에너지기업인 SK이노베이션도 이번 CERAWeek에 참여해 현재의 에너지 산업과 미래를 조망하는 기회를 가졌다.
 
SK이노베이션 E&S 이종수 사장은 현지 시각 3월 23일부터 25일까지 3일간 CERAWeek를 참관하고 셰니에르 에너지(Cheniere Energy), JERA 등의 에너지 기업들과 관심사를 논했다.
 
경영진 미팅 자리에서 특히 파트너 회사들은 SK의 LNG to Power Value Chain과 글로벌 확장 전략에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CERAWeek에서는 한국·미국·일본 3국 협력을 중심으로 에너지 안보와 공급망 전략을 논의하는 TESC(Trilateral Energy Security Committee) 세션도 진행됐다. 이 세션은 단순한 산업 논의를 넘어, 기술·정책·투자를 결합한 실질적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 세션에는 SK이노베이션 E&S 전종영 LNG Americas 법인장이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전 법인장은 이 자리에서 “미국의 풍부한 에너지 자원과 한·일 양국의 자본 및 기술력을 결합해, 단순한 자원 거래를 넘어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회복력을 높이는 실질적인 ‘액션 탱크(Action Tank)’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관련 글

- [AI 에너지 브리프] <분석> 호르무즈 위기, 글로벌 언론이 주목하는 진짜 수혜자는 누구인가

- [AI 에너지 브리프] 세계 최대 가스전 ‘사우스 파스-노스 필드’에 쏠린 눈, “한 지붕 두 가족의 운명”

- [AI 에너지 브리프] 미-이란 사태를 바라보는 국내외 시각들

- [이충재의 에너지 프리즘] 미국과 이란의 전쟁(2): 세계 LNG 산업의 변화

- [이충재의 에너지 프리즘] 미국과 이란의 전쟁: 수많은 예측과 전망 속에 확실한 것 한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