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르무즈발 충격에도 명암 엇갈린 지역별 에너지전환 – BNEF 지역 전문가 10인 진단
💡 핵심 요약
- 준비된 자만이 버틴 6개월… 자국 자원과 비축 체계를 갖춘 중국·미국 등은 회복력 가져
- 거의 모든 지역에서 전기차·재생에너지 수요 증가… 동남아, 남미는 EV 판매 증가, 아프리카 태양광 수입 증가 등
- 기후변화 대신 에너지 안보가 탈탄소화 명분으로, 소비자 보호와 화석연료 수요 감축 상충 딜레마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미사일 공격을 가하면서 시작된 이번 전쟁이 6개월을 넘어섰다. 이번 전쟁의 파장은 지역마다 크게 갈렸다.
블룸버그NEF(BNEF)는 전쟁이 공식적으로 6개월을 맞은 시점에서 전 세계 지역별 담당 애널리스트들에게 “이 분쟁이 당신이 담당하는 지역의 에너지전환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 진단을 토대로 에너지 산업의 관점에서 지난 6개월을 정리했다.
| 한눈에 보기: 지역별 충격과 대응
에너지 수입 의존도, 대체 공급망 확보 여부, 그리고 위기 이전부터 쌓아온 에너지 안보 정책의 유무가 지역별 명암을 갈랐다. 아래 표는 BNEF 지역 전문가들의 진단을 요약한 것이다.
| 지역 | 핵심 충격 | 에너지전환 방향 |
|---|---|---|
| 한국·일본 | 호르무즈 통과 원유 70·90% 의존, 스팟 LNG 가격 급등, 석탄 발전 확대 |
– 한국: 2030년 재생에너지 100기가와트(GW)·발전 비중 20%+ 목표 명시
– 일본: 원전 재가동·재생에너지 논리 강화
|
| 중국 | 수입 의존 구조 속에서도 전략비축유·자국 가스 생산 확대로 충격 흡수 | 신차 판매 절반 이상 전기차, 청정에너지 장비 수출 5개월 연속 최고치 |
| 인도·동남아 | 베트남·필리핀 등 수입 연료 의존국 타격, 인도·인도네시아는 석탄 발전으로 일부 방어 |
인도네시아·필리핀 전기차(EV) 판매 전년 대비 2배, 인도 전기 이륜차·승용 EV 판매 반등 |
| 유럽 | EU 항공유 수입 절반·경유 수입 5분의 1이 호르무즈 경유, 예상보다 충격은 완만 |
5개 핵심 전력시장 재생에너지 비중 35%(2021년 24%)로 가격충격 일부 상쇄, 독일 육상풍력 12GW 확대 |
| 미국·캐나다 | 자국 가스·LNG 수출 능력으로 가스·전력 가격 안정, 유가 상승은 정유·생산업계에 호재 | EV 보조금 종료로 신차 EV 정체, 캐나다는 ‘에너지 초강대국’ 노선과 탈탄소 병행 |
| 중동 | 호르무즈 우회 능력이 명암 갈라 – 사우디·UAE 선방, 오만 반사이익, 나머지는 취약 | 재생에너지로 자국 소비 대체해 수출 여력 확보하는 전략 부상, 단기적으로는 자본비용 상승이 발목 |
| 아프리카 | 정제유 순 수입국(모로코·이집트·나이지리아 등) 발전기 연료비 부담 급증 | 중국산 태양광 수입 37%↑(2025년 상반기 대비), 대륙 전역으로 태양광 붐 확산 |
| 중남미 | 원유 수입 의존도 낮아 1차 충격은 제한적, 브라질·아르헨티나·가이아나는 오히려 수혜 |
브라질 EV 판매 급증(7월, 월 2만 5,000대 돌파), 중국산 EV 수입 폭증 |
| 호주 | 자국 가스 생산으로 전력 가격은 안정, 정제유 수입 의존으로 주유소 가격 급등·일부 품귀 |
2026년 상반기 EV 판매량이 2025년 연간 치에 근접 |
– 출처: BloombergNEF, “Six Months In: The Iran War’s Global Impact”(2026.8.28)
① 수입 의존 아시아, 충격과 정책 전환이 동시에
동북아 – “수입 분자(molecule)” 경제의 취약성 노출
BNEF 서울 애널리스트, 데이비드 강은 한국과 일본을 “수입 의존도가 극도로 높은 에너지 경제”로 규정했다. 개전 전 한국 원유 수입의 70%, 일본은 9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던 만큼 양국은 충격을 가장 먼저, 가장 직접적으로 체감했다. 전쟁 발발 직후 역내 LNG 현물 가격이 급등했고, 두 나라 모두 전략비축유를 꺼내 쓰는 동시에 도매 전력 비용 급등을 견뎌내야 했다. 전력 공급 안정을 위해 석탄화력 발전을 늘리고 값비싼 LNG 현물 물량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시간을 벌었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수입 에너지에 의존하는 경제를 지키는 데 얼마나 큰 비용이 드는지를 드러냈다.
이번 전쟁은 한국과 일본에서 에너지전환의 명분을 다시 세우는 계기가 됐다. 한국 정부는 지난 4월 호르무즈 사태를 명시적으로 언급하며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기가와트 확보, 발전 비중 20% 이상 달성 계획을 내놓았고 송전망·에너지저장장치(ESS)·전기화 투자도 함께 제시했다. 아울러 이런 관점에서 전기차 보급 속도도 끌어올리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일본은 2040년 전략에 이미 담겨 있던 원전 재가동과 일본 내 재생에너지 확대의 에너지 안보 논리를 한층 강화했다. 한편 걸프산 석유·가스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중국산 청정에너지 기자재 의존으로 맞바꾸는 데는 여전히 경계하는 분위기로 보인다.

BNEF는 이 지점에서 흥미로움을 발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두 나라 모두 현재는 화석연료 가격 충격을 완충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면서, 동시에 미래의 해법으로서 국내 생산 전력을 얼마나 확충하느냐가 관건이라는 견해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후 정책 하나만으로는 힘에 부쳤던 탈탄소화의 명분을 에너지 안보가 만들어주고 있다는 평가다.
인도·동남아 – 전력은 방어, 수송은 노출
BNEF 뉴델리 애널리스트, 샨타누 자이스왈은 남아시아·동남아시아의 경우 전력·수송 연료 가격 상승으로부터의 보호와 에너지전환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눈에 띈다고 평가했다. 인도와 인도네시아는 전력의 3분의 2가량을 자국산 석탄에서 얻는 덕분에 전력 부문에서는 상대적으로 충격을 줄일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번 전쟁은 베트남과 필리핀의 수입 연료 의존 구조를 적나라하게 드러냈고, 두 나라 모두 연료 보조금과 세금 감면, 전력시장 개입에 나서야 했으며, 특히 필리핀과 말레이시아에서는 가정용 태양광 설치가 급증했다.
전력 부문이 풍부한 대체 자원 덕분에 상대적으로 안전했던 반면, 수송 부문은 거의 모든 나라가 고스란히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의 월간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시기의 약 2배로 뛰었고, 베트남과 함께 두 나라 모두 판매 촉진을 위한 신규 정책을 발표했다. 인도에서는 지난 5월 휘발유 가격 방어 조치가 해제된 이후 전기 이륜차 판매가 꾸준히 늘었고, 승용 전기차 판매도 6~7월 월 3만 대를 넘어서며 지난해 같은 기간의 월 2만 대 미만에서 크게 반등했다.
② 자원 보유국의 갈림길: 준비된 완충력 대 단기 반사이익
중국 – 위기 이전에 쌓아둔 에너지 안보가 방패로
BNEF 상하이 애널리스트, 리오 왕과 베이징의 시시 탕은 중국 에너지 부문은 구조적 의존에도 불구하고 이번 위기를 비교적 잘 견디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쟁 이전부터 에너지 안보를 국가 정책의 핵심에 두고 자국 원유·가스 공급과 비축을 꾸준히 늘려온 결과, 중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석유 비축량을 보유하게 됐고 자국 가스 생산도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렸다. 이 덕분에 걸프 지역 분쟁의 충격을 흡수하는 동시에 수입 물량을 줄이면서 세계 시장의 균형추 역할까지 할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중국에서는 에너지전환과 에너지 안보가 서로 경쟁하기보다 상호 보완하는 관계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 BNEF의 진단이다. 빠르게 확대되는 재생에너지가 국내산 석탄 화력과 결합해 발전 부문의 자립도를 높이고 있다. 신차 판매의 절반 이상이 전기차로 채워지면서 휘발유 수요는 줄어드는 추세다. 태양광 모듈·전기차·배터리 등 청정에너지 기자재 세계 최대 생산국인 중국은 전쟁 발발 직후 한 달간 이들 제품 수출이 급증했으며 이후로도 달러 기준 최고치 경신을 5개월 연속 이어가고 있다.
미국·캐나다 – 회복력은 있지만 전환 동력은 약화
BNEF 워싱턴 애널리스트, 데릭 플라콜은 미국 경제가 지금까지 전쟁의 충격에 대체로 회복력을 보였다고 평가하면서도, 이는 화석연료 탈피의 시급성을 무디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풍부한 자국 천연가스 생산과 이미 최대치로 가동 중인 LNG 수출 터미널 덕분에 천연가스·전력 가격은 대체로 안정세를 유지했다. 반면 액체연료 가격 상승은 미국 석유 생산업체와 정유사에는 호재였지만, 물가 상승과 소비자 불만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휘발유 가격 상승은 하이브리드차와 중고 전기차 수요를 끌어 올렸지만, 연방 정부의 신차 구매 보조금이 사라지면서 신차 전기차 구매로는 크게 이어지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완성차 업체들도 트럼프 행정부 출범 초기에 내렸던 대형 내연기관 픽업트럭 중심·전기차 후순위 전략을 재검토하지 않고 있다.
캐나다는 상황이 다소 다른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판매와 전력 전기화가 가속화되며 국내적으로는 에너지전환이 진전되고 있지만, 동시에 비(非)중동산 원유·가스에 대한 세계적 수요 확대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겹치며 상황이 복잡해졌다. 전쟁 발발 이후 일부 국가들이 캐나다산 연료를 더 많이 사들이고 캐나다의 연료 생산 인프라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원유 수출 확대, 무역협정, 청정 전력·전기차 생산 확대, 탄소 포집 프로젝트 증설, 앨버타주의 탄소 가격 인상 등을 통해 캐나다의 ‘에너지 초강대국’ 지위를 강화하려 하고 있다.
중동 – 호르무즈 우회 능력이 승자와 패자를 갈랐다
BNEF 런던 애널리스트, 압둘라 알카탄에 따르면 중동 산유국들이 입은 경제적 타격은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할 수 있는 능력과 정확히 비례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는 기존에 확보해 둔 우회 수송 능력에 힘입어 충격을 완화했고, 앞으로 인프라 이중화 투자를 더 늘릴 것으로 보인다. 바다로 직접 나갈 수 있는 지리적 이점을 가진 오만은 오히려 ‘승자’로 떠올랐다.
반면, 나머지 지역은 선택지가 제한적이었다. 오랫동안 신뢰할 수 있는 세계 에너지 공급처로 여겨져 온 중동 지역의 우선 과제는 이제 화석연료 수출이 제약받는 상황에서 회복력을 높이고, 가능하다면 호르무즈 의존도 자체를 낮추는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이 전략에서 직접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풍력·태양광·저장장치 확대는 발전용 화석연료의 국내 소비를 줄여 수출 여력을 그만큼 늘려주기 때문이다. 다만 전쟁으로 이 지역의 조달 비용(부채 비용)이 높아지면서 단기적으로는 청정 발전 프로젝트의 경제성이 흔들리고 있다. 일부 프로젝트가 지연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번 전쟁이 중동 재생에너지 성장의 새로운 국면을 여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 BNEF의 전망이다.

③ 상대적으로 비켜선 지역, 그러나 완전히 무사하지는 못했다
유럽 – 예상보다는 완만했지만 겨울이 변수
BNEF 런던 애널리스트, 아디티야 바샤얌은 유럽이 걸프산 정제유 의존으로 인해 이번 전쟁의 위험에 크게 노출돼 있었다고 언급했다. EU 항공유 수입의 절반가량, 경유 수입의 5분의 1 정도가 호르무즈 해협을 거친다. 그럼에도 특히 취약할 것으로 우려됐던 항공유 공급에 대한 충격은 예상보다 완만했는데, 상대적으로 낮은 수요와 대체 수입선 확보, 역내 정유 설비 가동률 상승 등이 그 배경으로 꼽힌다.
유럽의 전력 시스템 역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보다 가스 가격 충격에 더 잘 버틸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었다. 유럽 5개 핵심 전력시장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021년 24%에서 현재 35%까지 올라왔고, 수요 감소와 맞물려 전력 가격 충격을 일부 상쇄했다.
다만 지금까지의 정책 대응은 에너지원 전환을 앞당기기보다 소비자를 고비용으로부터 보호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도움이 되지만 화석연료 수요를 줄일 유인을 약화시키고 이미 빠듯한 재정에 더 큰 부담을 지운다는 게 BNEF의 지적이다.
독일은 예외적으로 육상풍력 경매 물량을 12GW 늘리는 대응에 나섰고, BNEF는 다른 시장들도 최소한 재생에너지 목표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상향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기화 가속과 유럽의 높은 소매 전력 가격 문제 해결도 정책 의제의 우선순위로 올라오고 있지만, 아직 자금 지원은 제한적이다.
유럽이 10년 만에 최저 수준의 가스 저장량과 빠듯한 중간 유분(Middle Distillate) 시장 상황 속에서 겨울을 앞두고 있는 만큼, 중국처럼 대규모 전략 연료 비축을 구축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으로 거론된다.
아프리카 – 발전기 연료비 충격이 태양광 붐으로
BNEF 런던 애널리스트, 넬슨 은시템에 따르면 아프리카 국가들은 수입 석유제품에 대한 강한 의존도 때문에 타격을 받았다. 전쟁 이전부터 모로코, 이집트, 나이지리아, 가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주요국들은 모두 정제유 순 수입국이었고, 이후 이어진 전 세계 연료 가격 충격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아프리카 가정과 사업장 대부분이 불안정한 전력망 대신 휘발유·경유 발전기에 의존하는 만큼, 충격은 지역 단위에서 특히 뼈아프게 체감됐다. 전쟁으로 세계 연료 가격이 오르면서 발전기 가동 비용이 상승했고, 이는 여러 나라에서 이미 불안정하던 전력 공급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한 가지 반전은 값싼 태양광 설비, 주로 중국산 제품의 접근성이었다. 2022년 남아공 전력 위기, 2023년 나이지리아의 보조금 폐지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전쟁도 태양광 수요를 자극하는 요인이 됐다. 아프리카의 중국산 태양광 설비 수입은 2025년 상반기 대비 2026년 상반기에 37% 늘어 세계 어느 지역보다 큰 증가 폭을 기록했다.
과거 태양광 붐이 개별 국가 단위에서 일어났다면, 이번에는 남아공에서 나이지리아, 콩고민주공화국, 이집트, 모로코에 이르기까지 대륙 전체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게 BNEF의 분석이다.
중남미 – 수출국은 수혜, 수송 부문은 전기차로
BNEF 상파울루 애널리스트, 라파엘 라비올리오는 중남미의 경유 다른 지역들이 겪은 1차적 충격 상당 부분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웠다고 평가했다. 원유 수입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전쟁의 영향은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미 생산을 늘려가고 있던 브라질·아르헨티나·가이아나는 유가 급등과 걸프 지역 이외의 공급처를 찾는 수요 증가에 힘입어 사상 최대 수익을 기록했다. 구리·리튬 가격 상승은 칠레와 페루 등 역내 최대 수출국들에도 이익을 안겨주었다. 유가 상승은 세계 2위 바이오연료 생산국인 브라질이 휘발유 내 에탄올 의무 혼합 비율을 높이도록 하는 역할을 했다.
중남미의 배터리 전기차(BEV) 판매는 수입관세 인하, 세제 혜택, 배터리 가격 하락에 힘입어 증가세였는데, 그 증가폭이 한층 커졌다. 브라질의 월간 BEV 판매량은 지난 4월 처음으로 1만 5,000대를 넘었고, 7월에는 2만 5,000대를 돌파했다. 전쟁 발발 이후 브라질의 중국산 전기차 수입도 급증해, 4~5월 두 달간 순수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약 16만 6,000대가 수입되며 역대 최대 수입 실적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브라질에서 판매된 전체 차량(모든 동력원 포함)이 40만 1,000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규모다.
BNEF는 유가가 진정되고 에탄올 공급이 늘어나면 이런 전기차 수요 촉진 효과가 둔화될 수 있지만, 광업 부문에 대한 수혜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전기화가 에너지전환 금속에 대한 구조적 수요를 늘리고 있고, 공급 제약이 이어지는 한 자원 부국인 중남미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호주 – 가스는 자급, 기름은 여전한 아킬레스건
BNEF 시드니 애널리스트, 레너드 쿠옹에 따르면 호주는 풍부한 자국 천연가스 생산력과 LNG 업체들 덕분에 국내 가스 가격을 낮게 유지할 수 있었고 전국 전력 가격도 전쟁 이전 수준 또는 그 이하를 지켰다.
충격이 가장 크게 체감된 곳은 주유소였다. 호주는 정제유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한다. 전쟁 발발 직후에는 국제 현물가 급등과 함께 사재기가 겹치며 가격 급등과 일부 지역의 품귀 현상까지 나타났다. 공교롭게도 휘발유·경유 가격이 치솟은 시점은 호주의 첫 전기차 정책이 막 효과를 내기 시작한 시점과 겹쳤고, 그 결과 2026년 상반기 전기차 판매량은 2025년 한 해 전체 판매량에 육박했다.
다만, 초기 정책 지원이 줄어들고 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저비용 원유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는 남아 있다. 호주의 수송·농업·자원 부문이 국제 유가에 여전히 크게 노출돼 있는 만큼, 물가 상승 압력이 쉽게 꺾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게 BNEF의 진단이다.
④ 종합: 에너지 안보가 전환을 대신 설득하고 있다
BNEF의 10개 지역 진단을 관통하는 공통분모는 하나다. 에너지 자립도가 낮고 위기 이전부터 준비가 부족했던 지역일수록 충격이 컸고, 반대로 자국 자원과 비축 체계를 갖췄거나(중국·미국) 우회 인프라를 마련해 둔 지역(사우디·UAE·오만)일수록 회복력이 컸다는 점이다. 그리고 거의 모든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현상은 전기차·재생에너지·태양광 수요의 동반 상승이다. 소비자와 정부 모두 국제유가·가스 가격에 대한 노출을 줄이려는 유인이 커졌기 때문이다.
동시에 BNEF는 각국 정부가 대체로 단기적으로 화석연료 가격 충격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는 데 재정을 쏟으면서, 동시에 국내 생산 전력과 재생에너지가 미래의 해법이라고 말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화석연료 수요를 줄일 유인을 약화시킨다는 점과 소비자 보호가 상충할 수 있는 점은 유럽과 미국뿐 아니라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도 공통적으로 확인된 딜레마라는 것이다.
전쟁 발발 6개월이 지난 지금 세계 각국의 에너지 프로젝트 파이프라인이 극적으로 바뀌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기후 정책만으로는 얻기 힘들었던 탈탄소화의 정치적 명분을, 에너지 안보라는 프레임이 대신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 이번 6개월의 가장 뚜렷한 변화로 꼽힌다고 BNEF는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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