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적 경험, 지정학적 위치, 문화의 특성. 대한민국과 폴란드의 유사점을 나열하다 보면 결국 ‘평행이론’으로 귀결될 때가 많다. 또 하나의 평행이론이 대한민국 충청북도 증평군과 폴란드 실롱스크주 돔브로바 고르니차에서도 벌어진다.
7시간의 시차와 7,900km나 떨어져 있는 이 두 곳. 이 곳에는 이차전지의 핵심부품을 만들어 내는 SK이노베이션의 전자소재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이하 SKIET)의 심장이 뛰고 있다.
SKIET는 습식 분리막을 생산하는 유럽 첫 공장(법인명 SK hi-tech battery materials Poland, SKBMP)을 지난 2019년 폴란드 돔브로바 고르니차에서 설립했다. 충북 증평에 분리막 생산기지를 증설한 지 9년 후였다. 지리적 위치도 설립된 시기도 다르지만 이들 현장에서 일하는 구성원들의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는 자부심은 다르지 않다.

*결함검출 레시피(Recipe): 결함을 효과적으로 검출하기 위한 장비 설정
■ 아시아와 유럽, 균일한 품질을 위한 여정을 여는 아침
[폴란드]
토마시 그룹리더의 업무는 회사에 도착하기 전부터 시작된다. 매일 출근길에 그는 전화로 교대 근무 상황을 신속히 확인하며 하루를 준비한다. 24시간 운영되는 4조 2교대 시스템 속에서 그가 속한 품질관리 부서는 생산팀의 요구에 맞춰 유연하고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 출근 후에는 품질 회의에서 각 분야의 품질 결과를 세밀히 분석한다. 계획된 작업과 완료된 작업을 검토하고, 제품의 품질을 점검하며, 새로운 심층 분석 및 테스트 계획을 세우는 것이 그가 담당하는 업무의 핵심이다.

[증평]
출입 Gate를 통과하면 휴대폰 카메라를 가리는 보안 스티커를 부착하는 것으로 권중인 PM의 하루가 시작한다. 방진복, 방진화, 방진모, 그리고 마스크를 착용하고나면 이제 모든 준비가 갖춰진다. 공장 내 LiBS/CCS* 생산라인에 들어가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은 결함검사기 장비를 점검하는 것이다. 권 PM은 하루에 한두 번, 주 3~4회 라인을 드나들며 현장과 사무실 업무를 병행한다. 그의 업무는 증평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사업장에서든 검사기 관련 이슈가 발생하면 즉각적으로 대응해야 하고, 폴란드 사업장을 포함한 글로벌 사업장의 이슈들에 대해서 적절한 가이드를 제공해야 하기에 긴장을 늦출 수 없다.
*LiBS(Lithium-ion Battery Separator, 리튬이온 배터리 분리막): 리튬이차전지의 주요 소재 중 하나로, 전지 내에서 양극과 음극을 분리하여 전지 안전성을 유지하고 충방전 시 리튬 이온을 투과시키는 고기능성 고분자 필름
*CCS(Ceramic Coated Separator, 세라믹코팅분리막): 기존 LiBS의 한 면이나 양면에 SKIET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혼합무기물층을 보강한 제품으로, 배터리의 안정성과 직결되는 내열성과 관통성능을 크게 높여줄 수 있는 고부가가치 제품
■ 각자의 자리에서, 최고의 품질을 위해 열심히 달린다
[폴란드]
토마시 그룹리더는 돔브로바 고르니차 공장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품질관리 그룹을 이끌고 있다. 110여 명의 직원으로 구성된 이 그룹은 13개의 팀이 협력해 가며 공장에서 생산된 분리막의 품질을 관리한다. 품질관리그룹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분리막 생산의 전체 단계(LiBS 및 CCS의 반제품에서 완제품까지)의 품질관리를 책임지는 것이다. 각 단계별로 얼마나 업무가 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원하는 수준의 효과가 발현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필요 시 이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게 된다.
또다른 주요 업무는 관리 및 측정 장비의 감독이다. 현재 그의 조직이 관리하고 있는 장비는 420개가 넘는다. 이들 장비가 국제자동차특별기구(International Automotive Task Force, IATF) 표준이나 고객사 등의 요구에 맞는지 상시적으로 점검 및 교정하고, 내∙외부 공인실험실에서의 검증을 진행한다. 장비의 높은 효율성이 공장 전체 결과물의 정확성 증대로 이어지기에 긴장은 계속된다.
지식, 기술, 역량도 빼놓을 수 없다. 팀의 자율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건 하루도 거를 수 없는 일이다. 장기적으로 이런 분위기를 다른 생산공장까지 확대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물론, 증평 동료들과의 협업도 포함된다.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세스는 한국과 폴란드 공장 간 표준화의 근간이기도 하다.
매주 그는 다른 품질 담당 리더들과 전담 품질보증(QA, Quality Assurance) 검사관 회의를 진행하며, 조직적으로 문제를 논의하고 향후 과제를 계획한다. 주말에는 교대 근무 중인 팀들과 소통하며, 급작스러운 이슈가 발생했을 때에도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

[증평]
검사기술 엔지니어인 권 PM은 결함검사기 및 검사장비 최적화에 주력해 오고 있다. 검사기 앞에서 그의 움직임은 분주하다. 머리 속은 항상 고객을 향해 있고 각종 프로그램과 기계 장비 등 검사와 관련된 설비를 오간다. 검사기와 관련된 고객의 요구사항은 언제 어떻게 변화할 지 모른다. 그야말로 신속성과 효과적 대응이 철칙이다. 이를 위해 검사장비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고객의 세부 요구에 맞춰 검사의 조건들을 보다 다양하고 고도화된 체계로 관리해내야 한다. 검사 조건은 전 세계적으로 통일된 기준으로서 적용되어야 하는 영역이다. 따라서 검사 조건의 재∙개정 등 통합적인 이력관리를 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사무실에서 모니터를 들여다보면서 업무에 열중하다 현장으로 향한다. 검사기 화면을 통해 분리막을 직접 들여다보기 위해서다. 인라인(In-line) 검사의 모니터링뿐만 아니라 이와 같이 오프라인(Off-line) 테스트도 병행함으로써, 결함의 유출방지를 향한 완벽한 검사의 조건들이 만들어진다.
완전무결. 그의 업무에서 한 치의 오차라는 말은 절대로 용납되지 않는다. 검사기의 데이터나 시스템이 모순 없이 일관되게 유지되는 것, 즉 정합성(整合性)을 검증하고 운영 관리하는 것은 검사기술 엔지니어의 숙명과도 같은 존재다.

■ 물리적 거리를 뛰어넘은 협력의 힘
2010년 준공된 증평공장은 폴란드 법인 설립과 돔브로바 고르니차 공장 세팅 시기에 인력을 파견해 안정적으로 사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도우미 역할을 했다. 반면, 폴란드 공장에서는 시운전 시기부터 핵심 인력을 한국으로 보내 운영 기술과 노하우를 습득하며 역량을 강화해왔다. 어느 덧 돔브로바 고르니차 공장은 SKIET의 국내외 사업장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폴란드에서 구성원들이 출근할 채비를 할 때, 한국에서는 퇴근 시간이 다가온다. 그 다른 시간대만큼 언어와 문화, 담당 업무 및 경력 역시 상이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차이보다 닮음이 느껴진다. “고객에게 최고의 품질과 일관된 성능을 가진 분리막 제품을 공급한다”라는 공동의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One team spirit.” 그들은 얘기한다. “우리 제품이 어디에서 생산되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그 제품이 SKIET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