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력발전은 태양광발전과 더불어 글로벌 재생에너지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산업 분야이다. 세계풍력에너지협회(GWEC, Global Wind Energy Council)의 Global Wind Report 2025에 의하면, 2024년 말 기준 전 세계 풍력발전 누적 설치량은 1,136기가와트(GW)로 이는 10년 전(2013년, 319GW) 대비 무려 250% 이상 증가된 시장 규모이다. 또한, 신규로 설치된 풍력발전 설비용량은 117GW로 2015년(63.8GW/年) 이후 연평균 7% 이상의 성장세를 이어가며 빠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 가운데 해상풍력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6.8%(8GW/年)로 해를 거듭할수록 이 비율 또한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이 보고서는 보여주고 있다.
전 세계 해상풍력 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는 국가는 중국으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바탕으로 해상풍력 산업 전반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해상풍력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중국의 대표적 정책 지원 사례로 ‘푸젠 싼샤 해상풍력 국제산업단지(푸젠 싼샤 단지)’를 들 수 있다. 이곳에서는 중국 정부가 직접 나서 해상풍력 관련 기업들의 연구개발(R&D) 활동을 지원함은 물론, 핵심부품의 생산, 조립, 그리고 수출까지 한곳에서 이뤄지는 산업기지로 육성하기 위해 연간 약 20조 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중국의 통합형 비즈니스 모델은 해상풍력 기술 및 시장 경쟁력을 국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모범 사례로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적극적인 육성 정책에 힘입어 2025년에는 중국이 전 세계 신규 해상풍력 터빈 설치의 약 75%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블룸버그NEF)
한국 정부 역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1) 달성 및 미래 글로벌 해상풍력 시장에서의 에너지 패권을 위해 해상풍력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과 더불어 국가 차원의 산업 인프라 확충을 위한 실행 방안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2월에 발표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의하면 국내 풍력발전 설비 보급 규모를 2030년까지 18.3GW 수준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2024년 말 기준 국내 누적 총 보급 규모가 2.3GW임을 고려할 때 이와 같은 도전적 목표치의 제시는 우리 정부의 해상풍력에 대한 매우 강력한 보급 확대 의지의 표명임을 알 수 있다.
(1)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파리 협정의 이행을 위해 각 국가가 자발적으로 정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
| 한국의 해상풍력, 정부의 제도적 지원과 민간 기업들의 적극적 참여
최근 국내 해상풍력 산업의 성장에는 정부의 제도개선 노력이 핵심적인 추진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에서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건설하려면 과거에는 최대 10개 부처, 29개 법령 검토를 거쳐야 함에 따라 최소 6년 이상의 긴 시간이 소요되었으나, 올해 3월 제정된 ‘해상풍력 보급 촉진 및 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해상풍력 특별법)’을 통해 불필요한 행정절차를 최소화함은 물론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해상풍력 발전사업의 추진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풍력발전 보조금(가격 지원) 제도도 최근 긍정적으로 개선이 되었다. 2023년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2)를 개편하여 해상풍력 분야의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3) 가중치가 상향되었다. 여기에 더해 주민 참여 비율에 따라 추가로 보상 비율이 높아지도록 하는 구조가 도입되었는데, 이는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풍력발전 사업 모델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변화라 할 수 있다. 또한, 해상풍력 고정가격계약 입찰제도는 경쟁을 통해 선정된 발전사업자와 정부가 20년 동안 정해진 가격으로 전력을 매매하는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재생에너지 사업에 있어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는 발전사업자의 안정적인 매출을 보장함으로써 발전사업자의 금융 조달 안정성을 높이는 데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국내 해상풍력 산업의 성장에는 국내 민간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도 그 동력이 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전남 신안 앞바다에서는 민간 주도 국내 최대 규모의 해상풍력 단지가 본격적으로 가동 중이다. SK이노베이션 E&S가 추진하는 이 프로젝트는 2025년 5월, 1단지가 상업 운전에 돌입했으며 10기의 풍력터빈이 연간 약 29만 메가와트시(MWh)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E&S는 1단지 인근 지역에 2단지와 3단지를 추가로 조성해, 총 900MW 규모의 대형 해상풍력단지를 구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2)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 Renewable Portfolio Standard): 일정 규모(500MW) 이상의 발전사업자(공급의무자)에게 총 발전량의 일정 비율(의무 공급량) 이상을 신재생 에너지를 이용하여 공급하도록 의무화한 제도.
(3)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Renewable Energy Certificate): 신재생에너지 설비로 생산된 전력량임을 증명하는 인증서로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에서 1메가와트시(MWh)당 1REC를 발급
|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떠오르는 해상풍력 기술들
해상풍력 발전산업은 재료·기계·전기·전자·토목·해양·조선 등 다학문이 결합된 대표적인 다학제 산업이다. 이에 따라 다양한 학문 분야의 전문가들이 상호 협력하여야만 혁신적인 문제해결 및 설루션의 개발이 가능해진다. 이와 같은 특수성으로 인해 해상풍력 분야의 기술개발과 그 신뢰성 검증에 소요되는 시간은 타 산업 분야 대비 속도가 더딘 것이 사실이다.
최근 해상풍력 시장에서 가장 큰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혁신 기술 분야는 단연코 초대형 풍력터빈이다. 2024년 말 기준, 상용화에 성공한 세계에서 가장 큰 해상풍력 터빈은 26MW급으로 얼마 전 해상 설치가 완료되었다. 해당 풍력터빈의 블레이드(Blade) 직경은 310m에 달하는데, 이 또한 현재까지 상용화된 풍력 블레이드 모델 중 세계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초대형 풍력터빈의 해상 설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해상풍력 터빈 설치선(WTIV, Wind Turbine Installation Vessel)이다. WTIV는 다수의 블레이드 및 타워 제품의 일괄 해상운송은 물론, 다양한 해양 및 지반 환경조건 하에서 초대형 해상풍력 터빈을 신속하고 안전하게 지지구조물 상단에 설치하는 작업에 사용된다. 전 세계적으로는 다수의 15~20MW급 풍력터빈 설치용 WTIV 선박들이 이미 건조되어 운용 중에 있다.

풍력터빈이 대형화되면서 블레이드와 지지구조물에 가해지는 하중도 점차 커지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해상풍력발전 시스템의 안전성을 정밀하게 진단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술의 필요성도 함께 증가하게 되었다. 특히 정보통신(ICT) 기술 및 디지털 트윈(4)과 같은 스마트 기술과의 접목은 해상풍력 유지관리(O&M) 분야의 효율성과 부가가치를 크게 향상시키고 있다. 한편, HVDC 송전 시스템(5) 기술은 대규모 해상풍력 전력을 최소한의 손실로 육상 목표 지점으로 이송하기 위한 기술로 최근 글로벌 해상풍력 시장에서 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4)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현실 세계의 물리적 대상(제품, 시설물, 생산공정 등)을 가상 환경(컴퓨터 등)에 똑같이 구현하는 기술
(5) 초고압 직류송전 시스템(High Voltage Direct Current transmission system): 발전소에서 발생되는 교류 전력을 직류 전력으로 변환시켜 송전한 후, 수전 지역에서 다시 교류 전력으로 재변환시켜 전력을 공급하는 송전 시스템.
| 해상풍력 산업구조의 변화와 이를 위한 국가 지원의 필요성
글로벌 해상풍력 산업은 이미 산업 생태계 구축 차원의 국가간 경쟁 산업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중국 푸젠성은 정부가 직접 나서 해상풍력 내수 보급 및 해외 수출을 위한 전략적 산업기지를 구축했으며, 유럽도 국가 차원의 해상풍력 공급망(Supply Chain) 관리와 함께 송전 인프라 및 해상 그리드(Offshore Grid) 설치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한국도 해상풍력을 미래 신성장동력 원으로 육성하기 위해 중국의 ‘푸젠 싼샤 단지’와 같은 해상풍력 특화 산업기지 구축에 대해 심도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또한, 한국의 해상풍력 산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초대형 풍력터빈 및 이의 설치를 위한 WTIV 개발과 더불어 해상풍력 전용항만 건설, 그리드망 확충, HVDC 송전 시스템 구축 등의 산업 인프라 개선이 시급하다.
2025년 5월 기준, 국내 해상풍력 누적 설치량은 약 320MW에 불과하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2030년까지 약 14.3GW 추가 설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해당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연간 약 2.4GW의 신규 설치가 필요하다. 한국 해상풍력 산업의 성공 여부는 위에 언급된 핵심 기술들의 개발과 산업 인프라의 조기 구축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국가 차원의 지원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추진해 나가는 그림을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