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영의 에너지 지오그라피] 미국-이란 긴장 고조, 호르무즈 해협의 암운

2026. 02. 25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수석전문위원 5분 읽기

미국의 이란 공격이 가시화되면서 중동 지역의 긴장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중동지역에서 긴장이 높아질 때마다 관심의 대상이 되는 곳이 호르무즈 해협이다. 해협(Strait)은 육지 사이에 끼어 있는 좁고 긴 바다를 의미한다. 지형상 육지에서 바다를 운항하는 선박을 통제하거나 공격하기 쉬운 곳이고, 많은 경우 해상 무역의 핵심 거점으로 주변 국가들이 영해나 통항권 문제로 반응하는 곳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 이라크,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카타르 및 아랍에미레이트(UAE)가 위치한 페르시아만과 인도양을 연결하는 곳이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전적으로 이란 관할이라고 생각한다. 툭하면 봉쇄 위협을 이란이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도, 아니 구글맵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살펴보면 생각보다 복잡함을 느낄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북쪽은 이란 관할이지만 남쪽은 오만의 영역이다. 얼핏 지도를 보면 오만이 아닌 UAE 관할이라고 생각되지만 자세히 지도를 들여다보면 호르무즈 해협과 접해 있는 곳은 오만의 영역인 무산담 반도다.

무산담 반도는 오만 본토와 떨어진 월경지다. 우리에게 한 국가의 영토는 분리되지 않고 연속되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지만 유럽이나 중동의 경우 역사적으로 여기저기 분산된 영토를 가진 경우가 많았는데 무산담 반도 역시 마찬가지다. 무산담 반도는 오만에서는 육로로 연결되지 않고 UAE에서만 육로를 통해서 접근할 수 있다. 무산담 북부 지역에는 페르시아어에 기원을 두면서도 아랍어, 포르투갈어 및 힌디어 요소 등이 섞인 독특한 쿰자리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무산담 반도는 종종 사막의 피오르(Fjord)라고 불린다. 지리 시간에 빙하로 만들어진 독특한 노르웨이 해안 지형을 피오르드라고 배운 분들이 많을 텐데 정식 명칭은 피오르다.

무산담 반도도 노르웨이의 피오르와 마찬가지로 극적인 산악 지형과 미로 같은 만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면서 장엄한 풍경을 연출한다. 다른 점이라면 눈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이 곳이 오만 영토가 된 이유는 UAE 연방 형성 과정에서 이 지역의 전통적 거주 세력인 쉬후 부족이 지리적으로 인접한 에미리트 세력에 통합되기보다, 오랫동안 충성 관계를 맺어온 오만 술탄의 통치권을 따르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후 영국이 이러한 부족 간 연고 관계와 기존 지배 구조를 고려해 국경을 설정·승인하면서 오만의 영외영토로 남게 되었다.

호르무즈 해협의 폭은 가장 좁은 곳은 21해리(39km)이고 가장 넓은 곳은 52해리(96km)이다. 이란은 1959년, 오만은 1972년 각각 폭 12해리의 영해를 선언했다. 양쪽의 영해를 합하면 폭 24해리가 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보면 호르무즈 해협 전체는 오만과 이란의 영해다. 하지만 UN 해양법 협약에 따라 이 곳은 외국 선박과 항공기에 ‘통과통항권(transit passage)’이 적용된다. 이는 일반적인 영해에서 인정되는 ‘무해통항권(innocent passage)’보다 범위가 넓은 권리로, 선박과 항공기는 연속적이고 신속한 통과를 전제로 자유로운 이동이 보장된다. 이에 따라 연안국인 이란이나 오만은 원칙적으로 선박의 통행을 일방적으로 중단할 수 없으며, 잠수함의 잠항 통과 역시 허용된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세계로 운반되는 원유의 양은 하루 2천만 배럴로 전 세계 하루 원유 생산량의 20%가 이곳을 통과하는 셈이다. 최근에는 원유뿐 만 아니라 LNG 운송량도 증가해서 세계 LNG 교역량의 20%가 이곳을 통과한다. 페르시아만 안쪽에 자리잡고 있는 카타르가 세계적인 LNG 수출국이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 가운데 38%가량은 사우아라비아에서 생산되는 원유다. 세계 최대 산유국 가운데 하나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서쪽으로는 홍해를, 동쪽으로는 페르시아만과 접하고 있는데 대규모 유전은 페르시아만 연안인 동쪽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사우디산 원유 대부분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고 있다.

세계 원유 교역의 핵심 포인트인 호르무즈 해협은 초대형유조선(VLCC)를 비롯한 다양한 선박들이 운항하는 복잡한 곳이다. 선박 간의 충돌을 예방하기 위해 이곳에는 통항분리체계(TSS: Traffic Separation Scheme)가 운영되고 있다. 가장 좁은 지점을 기준으로 페르시안 만으로 들어가는 항로와 인도양으로 나가는 항로가 각각 3.2km의 폭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두 항로 사이의 3.2km구간은 중앙분리대 역할을 하는 완충지대다.

호르무즈 해협은 그 중요성에 비해 폭이 좁기 때문에 봉쇄하기 용이하다. 과거 1980년대 8년동안 진행되던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에도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둘러싼 긴장과 충돌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당시 이라크는 이란을 도발해서 이란으로 하여금 해협을 봉쇄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노력했다. 세계가 필요로 하는 원유 운송이 이란에 의해 봉쇄된다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국가들이 이란을 공공의 적으로 간주하고 무력행사에 나설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이란 역시 이라크의 의도를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무차별 봉쇄 대신 이라크의 원유 수출항인 바스라로 향하는 유조선만 골라서 공격하는 전술을 구사했다.

하지만 해협에 대규모 기뢰를 부설해 유조선의 운항 속도를 늦추어 공격목표를 식별하였기 때문에 공격 목표가 아니었던 여러 선박들이 기뢰와 접촉하면서 피해를 입기도 했다. 유조선의 안정적인 운항을 보장하기 위해 이 지역에 파견되었던 미 해군과 이란간의 갈등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고 그 과정 속에서 1988년 호르무즈 상공을 지나 두바이로 향하던 이란 항공 655편이 미국 순양함 빈센스의 판단 착오로 인한 미사일 공격으로 290명 탑승 승객 전원이 사망했던 비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2026년 2월 미국이 대규모 해군력을 동원해 이란을 압박함에 따라 수세에 몰린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언급하면서 반격에 나서고 있다. 이란의 해군력이 미국에 맞설 능력은 안되지만 기뢰를 이용해 해협을 봉쇄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육지에 살포된 지뢰와 마찬가지로 기뢰 역시 선박의 운행을 방해할 수 있다.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하였고 노벨상을 제정한 알프레드 노벨의 아버지인 임마누엘 노벨이 1850년대 러시아 제국의 항만 방어를 목적으로 개발해 실전에 사용되기도 한 기뢰는 시간이 지나면서 해류를 따라 떠다니는 부유식, 일정한 수심에 자리잡고 있는 계류식 등 다양한 형태로 발전했다.

이란은 다양한 기뢰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살포하면 호르무즈 해협은 자연스럽게 봉쇄된다. 부설된 기뢰를 제거하는 것은 소해(minesweep)라고 부르는데 많은 시간과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이란은 기뢰 이외에도 미 해군의 방어능력을 초과하는 대규모 드론을 동원하여 공격에 나설 수 있다. 양측의 전력은 일방적으로 미국이 우위지만 이란 역시 미국에 대해 상당한 피해를 입힐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양측의 무력 대결이 본격화될 경우 양측 모두 큰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국가는 우리나라와 일본, 인도 그리고 중국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운송량의 83%가 아시아로 향하는데 위에서 언급한 4개국의 비중이 69%에 이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더라도 예상과 달리 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대두되고 있다. 해협 봉쇄를 우려한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는 그동안 이를 우회하는 파이프라인을 건설해왔기 때문이다.

사우디의 경우 하루 700만 배럴 규모의 원유를 홍해로 우회시킬 수 있으며, UAE 역시 180만 배럴 규모의 송유관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해 오만만 연안의 후자이라 항구를 통해 원유를 수출할 수 있도록 대비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현실화될 경우 국제 에너지 시장은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유가 급등이라는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의 이란 공격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지, 아니면 더 큰 혼란과 불안으로 이어질지 세계는 불안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 관련 글

- [최준영의 에너지 지오그라피] 베네수엘라와 미국의 서반구 전략

- [AI 에너지 브리프] 베네수엘라의 ‘검은 타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