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ttery Deep Dive] SK온 4대 R&D ⑤편: 7분 급속충전 – 전극-충전 통합 설계로 구현한 Hyper Fast 배터리

2026. 04. 09 SK이노베이션 5분 읽기

전기차의 과제 ‘충전 시간’

수분 내 연료를 보충하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전기차는 충전 방식과 출력에 따라 수십 분에서 수 시간이 소요된다. 이러한 충전 편의성속도는 여전히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주요 요인으로 지적된다. 국제에너지기구 IEA의 <Global EV Outlook 2025>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판매는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며, 공공 충전 인프라도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인프라 확충만으로 충전 시간이라는 근본적 과제를 해소하기 어렵다. 글로벌 컨설팅 기관 PwC의 <eReadiness 2025>에서도 전기차 구매 후보자의 절반가량이 충전 시간을 주요 고려 요인으로 꼽았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국제학술지 RSC의 <EES Batteries>는 10분 이내 80% 충전을 목표로 하는 급속충전 기술을 전기차 배터리 분야의 핵심 연구 주제로 제시했다. 충전 속도 개선이 산업 경쟁력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면서, 완성차 및 배터리 업계는 배터리 셀 설계 기반의 급속충전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급속충전의 전기화학적 한계

급속충전이란? 전압과 전류를 높여 전력을 빠르게 공급함으로써 충전 시간을 단축하는 기술이다. 일반적으로 배터리 충전 상태(SOC) 10%에서 80% 구간을 짧은 시간에 채우는 방식으로도 정의된다. 완속충전이 낮은 전력으로 장시간 충전하는 방식이라면, 급속충전은 높은 전력으로 단시간에 에너지를 공급한다. 전류가 증가하면 충전 속도는 빨라지지만, 동시에 배터리 내부 반응 조건도 달라진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충전 시 양극에서 방출된 리튬이온이 전해질을 통해 음극으로 이동한다. 이후 음극 활물질* 내부로 삽입되며 에너지를 저장한다. 그러나 급속충전 환경에서는 상황이 달라진다. 높은 전류로 인해 전자가 음극에 공급되는 속도는 매우 빨라지지만, 리튬이온이 활물질 내부로 삽입되는 속도가 이를 미처 따라가지 못하게 된다. 이때 일부 리튬이온이 금속 형태로 환원되어 음극 표면에 남게 된다. 이러한 현상을 ‘리튬 석출’이라 하며, 반복될 경우 배터리 충전 용량 감소로 이어진다.

이와 함께 높은 전류는 열 발생을 동반한다. 온도가 상승하면 음극 표면의 고체 전해질 계면막(SEI Layer)이 불균일해지고, 성능이 열화되어 배터리 내부 저항 증가와 수명 저하를 유발한다. 결국 급속충전의 핵심은 전류를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충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튬 석출과 고체 전해질 계면막 열화 등의 리스크를 관리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음극 저항을 낮추고 음극 전위**와 온도를 정밀하게 제어하는 설계가 전제돼야 안정적인 급속충전이 구현된다.

*활물질: 리튬이온을 저장하거나 방출하며 전기화학 반응을 담당하는 핵심 물질

**전위: 특정 지점의 전기적 위칫값

18분에서 7분까지

이러한 기술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SK온은 2016년부터 전담 TF를 운영하며 급속충전 기술을 단계적으로 축적해 왔다. 2021년 선보인 ‘SF(Super Fast) 배터리’는 듀얼 레이어 코팅을 적용해 18분 급속충전을 구현했다. 해당 기술은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인 CES 2023에서 국내 업계 최초로 ‘최고혁신상’을 수상했다. 이어 2024년에는 급속충전 시간을 15분으로 단축한 ‘SF+ 배터리’를 선보였다. 듀얼 레이어 구조에 고용량 실리콘과 저저항 흑연을 배치해 리튬이온의 이동 거리를 줄이고, 이동 속도는 높였다. 또한 같은 해, 자기 배향 공법*을 도입해 기존 SF 배터리 대비 에너지 밀도를 8% 향상시키면서도 급속충전 성능은 유지한 ‘Advanced SF 배터리’도 공개했다. 이러한 기술 진화를 바탕으로 SK온은 올해 3월 인터배터리 2026에서 배터리 충전 상태 10~80% 구간을 7분 이내에 충전하는 ‘Hyper Fast 배터리’ 기술을 제시했다.

*자기 배향 공법: 음극 내 흑연 입자의 수직 정렬을 통해 리튬이온의 이동 경로를 단축해 주는 기술

7분을 가능하게 한 전극-충전 통합 설계

Hyper Fast 배터리는 7분 충전으로 약 450km 이상 주행이 가능하다. 이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이동 가능한 수준이다. 내연기관차의 주유 시간과 유사한 3분 충전만으로도 약 200km를 추가 주행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에너지 밀도가 높을수록 주행거리가 늘어나지만, 앞서 설명한 것처럼 고에너지 밀도화는 급속충전 환경에서 음극 저항 증가와 수명 저하를 동반할 수 있다. 그럼에도 SK온이 에너지 밀도 650Wh/L를 유지하면서 충전 속도를 높인 배경에는 SUFast(SUper-Fast)시뮬레이션 기반 프로토콜 최적화라는 두 기술의 결합이 있다.

1) 전극 설계 기술: SUFast
급속충전을 구현하려면 리튬이온이 전극 표면에서 음극 내부로 빠르게 삽입돼야 한다. 그러나 전극 슬러리 건조 과정에서 바인더가 전극 표면으로 이동하는 ‘바인더 마이그레이션’ 현상이 이를 방해할 수 있다. 바인더가 전극 표면에 집적되면 리튬이온의 이동 경로가 제한되고 음극 저항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SUFast는 바인더와 용매의 조성비 및 분포를 정밀하게 제어한 전극 설계 기술이다. 듀얼 레이어 코팅 공법을 적용해 포일 위에 슬러리를 두 번 코팅하는데, 이때 상하층 슬러리 조성을 최적화하여 바인더 이동을 억제했다. 이를 통해 음극 저항을 낮추고 리튬이온 삽입 환경을 안정화했다. 이러한 설계는 급속충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튬 석출 가능성을 줄이는 기반이 된다. 즉, 높은 에너지 밀도와 음극 저항 사이의 상충 관계를 전극 설계 단계에서 조정해 급속충전이 가능한 셀 환경을 확보했다.

2) 충전 제어 기술: 시뮬레이션 기반 프로토콜 최적화
전극 설계 기술로 음극 구조를 개선했다면, 충전 과정에서의 반응 조건을 제어하는 기술도 필요하다. SK온은 다중 물리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전류 변화에 따른 음극 전위 분포와 온도 변화를 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리튬 석출이 발생하지 않는 전위 범위를 안전 기준선으로 설정하고 충전 상태 구간별 최적의 전류 프로토콜을 설계했다. 이러한 전류 제어는 급속충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발열을 관리하고 고체 전해질 계면막의 열화를 최소화한다. 동시에 리튬 석출 발생을 억제해 안정적인 배터리 수명을 확보한다. 급속충전은 단순히 높은 전력을 인가하는 문제가 아니다. 셀 내부 반응을 예측하고 전위와 온도를 정밀하게 제어해야 한다. 시뮬레이션 기반 프로토콜 최적화는 급속충전을 예측 가능하고 제어 가능한 기술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산업적 의미를 갖는다.

상용화를 향한 로드맵

SK온은 2027년 파일럿 라인 테스트를 통해 양산성을 검증하고, 2029년 상업 가동(SOP)을 목표로 단계적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SUFast 기술은 기존 듀얼 레이어 코팅 설비를 활용해 슬러리 조성비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구현된다. 여기에 시뮬레이션 기반 프로토콜 최적화까지 더해지면서 Hyper Fast 배터리는 대규모 설비 투자 없이 기존 양산 라인에서도 생산이 가능하다. 이는 배터리 충전 성능과 양산성을 동시에 고려한 설계라는 점에서 상용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급속 충전의 새로운 기준

SK온은 급속충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터리 수명 저하를 개선하고, 충전 속도와 안전성을 높인 통합 설계를 제시한다. 전극 설계와 충전 제어 기술을 결합Hyper Fast 배터리는 급속충전 기술을 한 단계 확장했다. 충전 시간 단축으로 전기차 이용 경험을 개선하고 보급 확산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음 편에서는 SK온 기술 로드맵의 또 다른 전략인 ‘각형 온 벤트 셀’ 기술을 통해 배터리 안전성을 강화하는 설계 방안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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