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가능성을 확인하러 왔다가 새로운 시각을 얻었습니다” – 마주온 & Climate SOLVE Week에 참여한 ARUPONIC

2026. 09. 22 다핏 오디 엔드리안토노, ARUPONIC CEO 5분 읽기

💡 핵심 요약

  • 엔지니어링 팀에서 농업기술 분야 벤처로: 마주온을 통해 대학의 엔지니어링 팀에서 농업기술 벤처기업으로 성장한 ARUPONIC. 인도네시아의 농지 감소와 식량·영양 문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도시 공동체를 위한 스마트 아쿠아포닉스 시스템 개발
  • 농가 소득과 유통 문제를 동시 해결하는 모델 개발: 단순 모니터링 시스템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수질 자동 제어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Harvest Take Over’ 프로그램을 통해 파트너사와 함께 도시 농가 작물을 직접 매입·유통하는 등 안정적인 판로 지원
  • 자가치유 생태계(Self-Healing Ecosystem) 비전 구체화: 센서 고장 감지 및 최대 28시간 전 암모니아 발생 예측이 가능한 기기탑재형 AI 온디바이스(On-Device) 기술로 디지털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지능형 농업 생태계 구축

| 엔지니어에서 창업가로 거듭나다

선선한 9월 공기가 감싸는 부산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첨단 기술 인프라가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는 도시의 풍경이었습니다. 아루포닉(ARUPONIC)의 공동창업자이자 엔지니어링 부문 부사장인 사이풀라 아흐마드 무시안토(Saifullah Ahmad Musyanto), 그리고 창립자 겸 CEO를 맡고 있는 저 다핏 오디 엔드리안토노(Dafit Ody Endriantono)에게 인도네시아를 대표해 클라이밋 솔브 위크(Climate SOLVE Week)에서 보낸 순간은 벅찬 설렘과 깊은 성찰이 함께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우리는 첨단 기후기술과 현장의 도시농업 사이를 잇는 징검다리가 되겠다는 명확한 목표를 품고 인도네시아 수라바야(Surabaya)에서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왔습니다. 전 세계에서 온 혁신가들 사이에 서 있으니, SK이노베이션 E&S와 유디임팩트(UD Impact)가 인도네시아의 기후·에너지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한 청년 창업 지원 프로그램 ‘마주온’에 처음 참여했을 때와 비교해 우리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마주온(MAJU:ON)에 참여하기 전의 우리는 수라바야 국립전자공과대학교(Politeknik Elektronika Negeri Surabaya, PENS)의 연구실에서 제품의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는 데 몰두하던 엔지니어에 불과했습니다. 마주온은 우리를 진정한 기업가로 성장시킨 촉매제였습니다. 원시 텔레메트리(Raw Telemetry)* 데이터를 운영 효율화, 비용 절감, 그리고 실질적인 ESG 성과로 연결해 설득력 있는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원시 텔레메트리(Raw Telemetry): 원격 장치나 시스템에서 가공이나 필터링 없이 실시간으로 수집된 최초의 날것(Raw) 그대로의 측정 데이터

 ‘Climate SOLVE Week’의 일환으로 9월 8일,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BPEX)에서 열린 ‘2026 SOLVE 컨퍼런스’ 현장에서 (좌측부터) ARUPONIC의 엔지니어링 부문 부사장인 사이풀라 아흐마드 무시안토(Saifullah Ahmad Musyanto), 다핏 오디 엔드리안토노(Dafit Ody Endriantono) CEO가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Climate SOLVE Week’의 일환으로 9월 8일,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BPEX)에서 열린 ‘2026 SOLVE 컨퍼런스’ 현장에서 (좌측부터) ARUPONIC의 엔지니어링 부문 부사장인 사이풀라 아흐마드 무시안토(Saifullah Ahmad Musyanto), 다핏 오디 엔드리안토노(Dafit Ody Endriantono) CEO가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우리가 이 일을 하는 이유: 줄어드는 농경지, 늘어나는 필요성

실질적인 임팩트에 집중하는 이유는 우리가 고국에서 마주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더욱 분명해집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두 가지 위협이 동시에 커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경작 가능한 토지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아동 발육 부진(stunting) 비율로 극명하게 나타나는 심각한 영양 위기입니다.

ARUPONIC은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필요에서 출발했습니다. 우리는 도시 공동체가 도심 한복판에서도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유기농 농산물을 직접 재배할 수 있도록 돕는 스마트 정밀 아쿠아포닉스(Aquaponics)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ARUPONIC의 창립자 겸 CEO, 다핏 오디 엔드리안토노
▲ ARUPONIC의 창립자 겸 CEO, 다핏 오디 엔드리안토노

하지만 이러한 비전을 현실로 만드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폐쇄형 순환생태계에서는 수질 화학 성분이 미세하게만 변해도 수확물 전체를 잃을 수 있습니다. 이때 우리의 기술이 빛을 발합니다. 센서 스테이션(Sensor Station)과 전용 앱을 활용해 pH부터 수온까지 수질을 섬세하게 관리하는 과정을 자동화합니다.

하지만 곧,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도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농가를 실질적으로 돕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Harvest Take Over’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하는 이유입니다. 수확물을 직접 매입하여 HoReCa** 파트너 네트워크를 통해 유통함으로써, 생산자들이 농작물 재배 자체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HoReCa: 호텔(Hotel), 레스토랑(Restaurant), 카페(Café) 또는 케이터링(Catering)의 영문 앞자리를 딴 합성어

2026 SOLVE 컨퍼런스 현장의 ARUPONIC 부스에 전시된 장비(A1 게이트웨이, W1 센서 스테이션) 및 스마트 아쿠아포닉스 앱
▲ 2026 SOLVE 컨퍼런스 현장의 ARUPONIC 부스에 전시된 장비(A1 게이트웨이, W1 센서 스테이션) 및 스마트 아쿠아포닉스 앱

| 부산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우리에게 보여준 것

이러한 종합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품고 부산에 도착한 우리는 이내 놀라운 패러다임의 전환을 경험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익숙하게 접해 온 생태계와 비교했을 때 가장 눈에 띄게 달랐던 점은 딥테크(Deep-tech) 검증에 대한 높은 집중도와 체계적인 제도적 지원이었습니다.

부산의 기후테크 스타트업 육성 인프라는 매우 탄탄했으며, 초기 단계 기업의 성장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었습니다. 정부 지원의 테스트베드(Testbed)부터 부산기술창업투자원과 같은 연계 기관과의 빠른 연결에 이르기까지, 스타트업의 성장을 가속화할 수 있는 기반이 잘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이처럼 지원이 활발한 환경 속 네트워킹 세션에서 한 현지 투자자가 매우 날카로우면서도 큰 도움이 되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센서의 보정값이 틀어지거나 센서가 고장 났는데도 농부가 이를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우리 시스템이 어떻게 지속적인 식량 생산과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었습니다.

| 자가치유 생태계를 향해

그 하나의 질문은 우리의 비전을 단순한 자동화 그 이상으로 확장하도록 이끌었습니다. 우리는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센서를 만드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구축하려는 것은 수질에 이상이 생겼을 때뿐만 아니라, 센서 자체가 고장나기 시작할 때에도 농부에게 알려주는 ‘자가치유 생태계(Self-Healing Ecosystem)’입니다.

‘스스로 상태를 점검하는 지능형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우리의 비전은 Climate SOLVE Week에서 가장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순간 중 하나와도 정확히 맞닿아 있었습니다. 이번 컨퍼런스의 기조연설에서는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하는 AI의 급격한 발전이 과연 기후 위기 대응과 병행될 수 있는가, 그 딜레마를 화두로 던졌습니다.

우리는 AI를 정밀하게 적용한다면 기후 문제 해결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우리의 솔루션은 멀리 떨어진 클라우드 서버가 아니라 기기 자체에서 AI 모델을 구동합니다. 이를 통해 자체적으로 디지털 탄소 발자국을 낮추면서도 암모니아 발생을 최대 28시간 전에 예측할 수 있습니다.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대응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수라바야의 한 대학 연구실에서 일하던 엔지니어들의 가능성을 믿고 글로벌 무대에 설 기회를 준 SK이노베이션 E&S와 유디임팩트가 없었다면, 우리는 결코 부산에 올 수 없었을 겁니다.

인도네시아 현장에서 출발한 우리의 기술력에 한국에서 얻은 글로벌 인사이트가 더해졌다는 것. 그 경험은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바꿔 놓았습니다. 결국 우리는 기술 검증을 목적으로 찾은 부산에서 새로운 시각을 갖고 떠나게 되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열정적으로 해결하고자 했던 문제는 비단 한 국가에 머무르지 않고, 전 세계가 함께 고민해야 할 글로벌 과제였습니다. ARUPONIC은 더 이상 인도네시아의 농업기술 프로젝트가 아닙니다. 전 세계 어디서나 적용할 수 있는 도시 식량 안보 솔루션의 청사진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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