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에너지 브리프] ‘전기의 시대’ 이끄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반세기

2026. 09. 11 SK이노베이션 3분 읽기

국제에너지기구(IEA), 시장-자본-정책의 삼위일체로 배터리 산업 발전

오일쇼크 당시 실험실에서 시작해 지금은 1,500억 달러 산업으로

배터리 공급망 구축, 에너지 안보 및 다양한 산업 경쟁력 높여

💡 핵심 요약

  • 연구실 수준에 머물던 리튬이온 배터리 기술… 미국·유럽의 기초연구·일본의 상업화·한국의 기술 도약·중국의 산업 굴기를 거쳐 1,500억 달러 규모의 핵심 산업으로 성장
  • 전기차 보급이 배터리 시장의 폭발적 성장을 견인… 2025년 배터리 수요는 2000년 대비 약 1,000배 증가하고, 평균 셀 가격은 97% 하락
  • 데이터센터·로봇·드론·국방까지 활용 분야 확대… 과학 역량과 제조 경쟁력, 예측 가능한 수요·인내 자본·정책 일관성이 배터리 산업의 승부처로 부상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최근 리튬이온 배터리의 역사를 정리한 자료(The rise of lithium-ion batteries)를 냈다. IEA는 리튬이온 배터리 기술이 1970년대 두 차례의 오일쇼크에서 출발해 지금은 반세기 만에 전 세계 자동차 산업과 전력망, 데이터센터, 국방·로봇산업까지 뒤흔드는 핵심 기술로 성장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연구실 수준의 기술에서 1,500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한 리튬이온 배터리의 역사를 미국·유럽의 기초연구, 일본의 상업화, 한국의 기술 도약, 중국의 산업 굴기로 이어지는 국제적 릴레이 측면에서 바라봤다.

| 오일쇼크가 낳은 기술, 상업화는 일본이 주도

IEA에 따르면 리튬이온 배터리 연구는 1973-1974년 오일쇼크 직후, 석유 수입 의존도가 높았던 미국·유럽·일본의 공공 대학과 연구소에서 시작됐다. 수송 부문의 석유 수요를 전기로 대체하고 재생에너지를 저장하겠다는 목표가 초기 연구의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정작 기술의 첫 상업적 성공은 자동차나 전력 부문이 아닌 전자산업에서 나왔다. 일본 전자 기업들이 1986년 사전 상업용 시제품 특허를 확보한 데 이어 1991년 세계 최초의 상용 리튬이온 배터리 제품을 내놓으면서, 소형·경량·재충전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앞세워 휴대용 전자기기 시장을 먼저 공략한 것이다.

| 한국의 기술 도약과 전기차 시대의 개막

2000년대 초 MP3 플레이어와 휴대전화가 스마트폰으로 진화하면서 배터리 수요의 중심이 바뀌게 되자, 한국 기업들은 더 얇고 유연한 배터리 설계에 사활을 걸었다. IEA는 이 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국 기업이 일본 업체들을 제칠 수 있었다고 올라섰다고 짚었다. 2010년까지 전 세계 배터리 수요는 10년 전보다 10배 넘게 늘었고, 규모의 경제와 기술 개선에 힘입어 같은 기간 평균 배터리 셀 가격은 약 80% 하락했다.

본격적인 폭발적 성장은 전기차(EV) 보급이 이끌었다. 일본 닛산은 1996년 세계 최초의 리튬이온 전기차 시제품 ‘프레리 조이’를 선보인 데 이어 1998년 ‘알트라’를 상용화했지만, 높은 가격과 짧은 주행거리 탓에 초기 전기차는 대중화에 실패했다.

전환점은 2000년대 후반 배터리 가격 하락과 함께 찾아왔다. 2008년 미국 테슬라가 고성능 프리미엄 전기차 ‘로드스터’를 출시했고, 2010년 닛산 리프는 세계 최초로 누적 판매 10만 대를 넘어선 전기차가 됐다. IEA는 2025년 기준 전 세계 연간 배터리 수요가 2000년 대비 거의 1,000배로 늘었고, 같은 기간 평균 셀 가격은 97% 떨어졌다고 밝혔다.

| 중국, 후발주자에서 20년 만에 세계 1위로

IEA는 중국의 부상도 주요 포인트로 언급했다. 중국은 2000년대 초 전략 산업 중 하나로서 전기차를 주목했지만 2010년까지도 리튬이온 배터리 산업의 주도권을 한국과 일본 기업에 내어주고 있었다.

IEA에 따르면 중국은 12차 5개년 계획(2011~2015년)부터 전기차를 국가 전략 산업으로 격상시키고, 2015년 ‘중국제조 2025’ 등 산업정책을 통해 육성해 나갔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전기버스 시범 사업과 2009년 ‘십성천량(十城千輛)’ 프로그램으로 공공부문에서 초기 수요를 창출한 뒤, 2013년 소비자 보조금과 2014년 취득세 면제를 통해 승용 전기차 시장을 본격 공략했다. 그 결과 2013년 2만 대 미만이었던 전기차 판매량이 2016년 30만 대 이상으로 급증했고, 국내 배터리 제조사 수는 2013~2015년 사이 세 배로 늘어 2016년, 217개사에 달했다.

특히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중국 정부는 자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한편, 토지 사용 특혜와 국가 주도 자본 지원으로 기업의 양적 성장을 도왔다. 여기에 리튬·흑연 등 핵심 광물 확보 전략까지 더해지면서, 중국은 세계 최대의 핵심 광물 정제국이자 콩고민주공화국·인도네시아 등 자원 부국에 대한 주요 투자국으로 자리 잡았다.

IEA는 보호 정책이 해제된 2019년 이후 중국의 국내 배터리 생태계가 이미 상당한 규모와 성숙도에 도달해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후 중국의 전략은 대량 생산 지원에서 글로벌 경쟁을 통한 기술 우위 확보로 전환됐고, 2022년 말 보조금이 전면 폐지되면서 상위 기업 중심의 시장 재편이 가속화됐다. 현재 중국은 세계 전기차 생산·수출의 70% 이상,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의 85%를 차지하며, 상위 두 개 배터리 기업만으로 세계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 IEA “큰 시장·인내 자본·정책 일관성이 승부처”

IEA는 오늘날 경쟁력 있는 배터리 산업을 구축하려면 과학적 역량과 대규모·고정밀 제조 능력이 동시에 필요하며, 충분히 크고 예측 가능한 수요와 인내심 있는 자본, 지속적인 정책 의지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다만 IEA는 오늘날의 시장 환경이 중국이 산업을 키우던 시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지적한다. 시장 규모가 커진 만큼 신규 진입 여지도 있지만, 경쟁은 훨씬 치열해졌고 제조 공정은 더 복잡해졌으며 혁신 속도도 빨라졌다. 실제로 2023년 기준 배터리 관련 특허는 전체 에너지 특허의 40%를 차지해, 단일 에너지 기술로는 전례 없는 비중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IEA는 신생 자국 기업에 대한 지원이 전략적으로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단기간에 선도 기업과의 규모·기술 격차를 좁히기는 어렵다고 봤다.

대신 최고 수준의 아시아 배터리 기업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고 파트너십을 맺는 방식이 과거에도 효과적이었고 지금도 유효하다고 평가했다. 북미와 유럽의 초기 배터리 산업도 한국과 일본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성장했으며, 현재도 두 지역의 배터리 생산능력 대부분을 한국·중국·일본 기업이 운영하고 있다.

| 전기차 넘어 데이터센터·로봇·국방까지

IEA는 배터리 기술이 계속 개선되고 수요와 응용 분야가 확대되면서 생산자 간 경쟁은 앞으로 더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비용·기술·제조 격차를 좁히는 데는 시간과 지속적인 투자, 장기적인 정책 의지가 필요하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고성능 배터리가 수송과 전력 시스템뿐 아니라 데이터센터, 로봇공학, 드론 등 이른바 ‘전기의 시대(Age of Electricity)’를 뒷받침하는 핵심 전략 기술로 부상하면서, 다변화되고 회복력 있는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 구축은 에너지 안보와 산업 경쟁력 차원에서 그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IEA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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