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걸프 원유 수출, 전쟁 전 75%까지 회복
■ 정제제품 수출은 이전의 절반 못 미쳐
■ 디젤 도매가 배럴당 220달러 찍고 세계 석유 수요는 올해 260만 배럴 감소 전망
💡 핵심 요약
- 걸프 원유 수출은 전쟁 전 75% 이상 회복했지만 중동 정제제품 수출은 절반에도 못 미쳐… 원유 수출 회복에도 디젤 공급난 지속
- 중동·러시아의 공급 차질로 디젤 도매가 배럴당 약 220달러까지 급등… 9월 말 세계 관측 석유 재고는 2월 말보다 5억 900만 배럴 감소
- IEA, 수요 감소에도 경유 시장의 긴장은 2027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 중동 정제제품 공급 회복과 재고 보충이 시장 안정의 관건
중동 산유국들의 원유 수출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지만, 세계 경유(디젤) 시장의 공급난은 2027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원유는 바다를 건너오기 시작했지만, 이를 정제한 제품은 여전히 길이 막혀 있다는 진단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4일(현지시간) 발간한 10월 석유시장보고서(Oil Market Report, OMR)에서 “중동 분쟁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2027년 공급 과잉이 나타나기 전까지 석유 시장은 앞으로 몇 달간 더 큰 혼란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IEA는 9월 걸프 지역의 공급 회복세를 확인하면서도, 최근 역내 에너지 시설과 유조선에 대한 공격이 다시 늘어나 회복력이 ‘취약하다(fragile)’고 평가했다.
| 원유 수출은 75% 회복했지만 제품은 절반 이하
IEA에 따르면 9월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한 걸프 산유국의 원유 수출은 전월보다 하루 440만 배럴 늘어난 1,390만 배럴을 기록해 전쟁 이전 수준의 75%를 넘어섰다. 오만만(灣) 해상 환적(Ship-to-Ship Transfer, STS)이 활발해지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석유 물량은 하루 370만 배럴 늘어난 1,090만 배럴로 올라섰다. 아울러 사우디 동서 파이프라인 가동이 빠르게 재개되면서 해협을 우회한 수출도 하루 97만 배럴 증가한 560만 배럴에 달했다.
이에 힘입어 9월 세계 석유 공급은 전월 대비 하루 250만 배럴 늘어난 1억 230만 배럴을 기록했다. OPEC+ 증가분(하루 210만 배럴)은 사우디가, 비(非)OPEC+ 증가분은 아랍에미리트(UAE)가 이끌었다. IEA는 하반기 세계 공급이 하루 평균 1억 140만 배럴로 2분기(9,640만 배럴)보다 크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10월 들어 후티 반군의 공격이 늘어나 연말까지의 전망치는 사실상 손대지 않았다.
문제는 정제제품(석유제품)이다. 9월 중동의 정제제품 수출은 하루 190만 배럴, 액화석유가스(LPG) 수출은 67만 배럴에 그쳤다. 전쟁 전 수준(각각 하루 470만 배럴, 150만 배럴)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원유 흐름이 빠르게 살아난 것과 대조적으로 제품 수출 회복은 훨씬 더딘 셈이다.

| 디젤 도매가 배럴당 220달러로 ‘원유값의 두 배’
중동 수출 차질에 러시아와 일부 아시아 국가의 공급 감소까지 겹치면서 세계 경유 공급 가능량은 전년 대비 2분기 하루 150만 배럴, 3분기 170만 배럴 줄었다. IEA는 디젤 시장이 ‘극도의 압박’을 받고 있다고 표현했다.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9월 중순 싱가포르의 디젤 도매가는 배럴당 200달러를 넘었고, 유럽과 미국에서는 약 220달러까지 치솟았다. 이후 다소 내려왔지만 여전히 원유 가격의 두 배 가까운 수준이며, 위기 이전과 비교해도 두 배에 이른다. IEA는 기록적인 디젤 가격이 상품 가격을 끌어올리고 실질소득과 경제활동, 물가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공급 측면의 타격은 여러 갈래에서 왔다. 호르무즈 원유 유입이 끊기면서 아시아 정유사들이 가동률을 낮췄고, 이에 따라 2분기 중국·인도·한국의 경유 생산이 줄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정유 설비가 손상되면서 경유 생산과 수출이 급감했다. 9월 중동과 러시아의 경유 순 수출은 하루 82만 배럴로 1년 전보다 130만 배럴(60% 이상) 감소했다. 미국과 중국이 수출을 하루 61만 배럴 늘렸지만 공백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IEA는 최근 러시아가 경유 수출 제한을 완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장 균형을 크게 바꾸지는 못할 것으로 봤다. 수출을 가로막는 것은 규제가 아니라 가동 가능한 정유 설비 자체가 부족하다는 점이기 때문이다.
| 재고 5억 배럴 증발, ‘재고 회복은 2027년 하반기 이후’
공급 감소가 수요 위축보다 빠르게 진행되면서 재고는 계속 줄고 있다. OECD의 경유(gasoil) 재고는 7월 5억 6,500만 배럴로 분쟁 이전보다 5% 감소해 2023년 11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통상 겨울 난방 수요에 대비해 재고를 쌓아야 하는 3분기에 오히려 재고가 줄어드는 ‘역계절적’ 감소가 나타났다.

세계 전체로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9월 말 세계 관측 석유 재고는 2월 말보다 5억 900만 배럴 적다. 9월 한 달 동안 걸프 수출 급증으로 해상 운송 중인 석유가 1억 300만 배럴 늘었지만, 육상 재고가 1억 1,300만 배럴 더 줄면서 이를 상쇄했다. 육상 재고는 최소 2016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非OECD 원유 재고는 7,600만 배럴 줄었는데, 이 중 78%가 중국에서 나왔다.
IEA는 2027년 1분기에 정제 가동이 늘면서 경유 시장이 공급 초과로 돌아서겠지만, 2026년에 누적된 적자를 메우기에는 부족하다고 봤다. 계절적 변동을 넘어선 재고 보충은 2027년 하반기 이전에는 어렵고, 경유 시장의 긴장은 2027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IEA는 중동 제품 공급이 회복되지 않으면 추가적인 수요 감소, 그리고 그에 따른 막대한 경제적 비용을 치러야 시장이 균형을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수요는 이미 꺾여, 올해 하루 260만 배럴 감소
고유가는 이미 수요를 끌어내리고 있다. IEA는 2026년 세계 석유 수요가 하루 260만 배럴 줄어든 1억 240만 배럴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분기별 전년 대비 감소 폭은 2분기 500만 배럴, 3분기 370만 배럴이었고, 4분기에도 250만 배럴 감소가 예상된다. 전체 감소분의 4분의 1은 디젤이 차지한다.
2027년에는 하루 200만 배럴 수준의 부분적인 반등이 예상되지만, 그래도 세계 석유 소비는 2025년보다 하루 62만 배럴(0.6%) 적을 것으로 IEA는 내다봤다.
디젤은 경제활동과 밀접하게 얽혀 있어 가격 변화에 둔감한 편이다. 실제로 OECD 국가에서 7월까지 5개월간 수송용 외 경유 소비는 전년보다 8% 줄었지만, 수송용 디젤 소비는 2% 감소에 그쳤다. 각국 정부의 가격 완화 정책도 디젤 수요를 떠받쳤다. 그동안 미뤄온 난방유 구매도 북반구 겨울을 앞두고 있어 더는 미루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IEA는 4분기 경유 수요 감소 폭이 하루 100만 배럴로 오히려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 선물은 107달러, 실물은 134달러. 벌어진 가격 격차
원유 가격도 다시 뛰었다. 북해산 브렌트유(North Sea Dated)는 9월 한 달간 배럴당 26.17달러 오른 116.89달러를 기록했고, 보고서 작성 시점에는 134달러 안팎에서 거래됐다. 9월 11일 사우디 동서 파이프라인 폭격과 유조선 운임 급등이 상승세를 부추겼다. 일부 북해산 유종은 배럴당 160달러까지 거래됐다.
눈에 띄는 것은 선물과 실물 시장의 괴리다. 같은 기간 브렌트 선물은 13% 오른 약 107달러에 머문 반면, 실물 지표인 데이티드 브렌트(Dated Brent)*는 43% 급등했다. 당장 배럴을 손에 넣어야 하는 아시아 정유사들이 구매를 서두르면서 실물 시장의 긴장이 훨씬 크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데이티드 브렌트(Dated Brent): 구체적인 인도일(선적일)이 지정된 북해산 원유의 실물 화물 가격 기준
운임 급등은 정유업계의 수익 구조도 갈라놓았다. 원유 도입 비용이 치솟으면서 유럽과 아시아의 정제 마진은 크게 무너진 반면, 할인된 원료를 쓰는 미국 정유사들의 마진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유럽 정유사의 디젤 크랙(제품가와 원유가 차이)은 배럴당 100달러에서 10월 초 60달러 안팎으로 내려앉았다. IEA는 수익성이 더 악화하면 아시아와 유럽의 한계 정유사들이 가동을 줄일 수 있고, 이는 연말 시장을 더 조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 정제 가동량은 10월 하루 8,130만 배럴로 계절적 저점을 찍은 뒤 연말 8,460만 배럴까지 회복할 전망이다.
| G7, 비축유 방출 서두른다
국제 공조도 속도를 내고 있다. 주요 7개국(G7) 정상들은 10월 2일 지난 3월 11일 합의한 IEA 공동 비축유 방출(Collective Action)** 물량의 인도를 앞당기고, 앞으로 몇 주 안에 디젤을 우선 시장에 풀겠다고 밝혔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한 글로벌 에너지 수급 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인 4억 배럴의 전략비축유를 방출하는 공동 행동(Collective Action)을 결의함

IEA는 호르무즈발 원유 공급 차질로 2분기 한국의 경유 생산이 줄었다고 명시했다. 원유 흐름이 회복세로 돌아선 만큼 한국의 경우 정유사들의 가동률도 정상화될 여지가 있지만, 기록적인 운임과 원유 도입 비용이 아시아 정유사의 마진을 짓누르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라는 견해도 있다. 중동산 정제제품 수출이 전쟁 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 이어지는 한, 아시아 정유사가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여지는 남아 있다. 다만 그 기회를 살릴 수 있을지는 원료비와 운임이 얼마나 빨리 안정되느냐에 달려 있다는 해석이다.
결국 시장의 향방은 중동에 달려 있다는 시각이 다수다. IEA는 2027년 세계 석유 공급이 하루 770만 배럴 늘어나며 반등할 것으로 보면서도, 걸프 지역에서 재개된 공격으로 이 회복이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원유는 돌아오고 있지만, 시장이 체감하는 위기는 이제 디젤과 재고에서 계속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 지표 | 수치 | 비고 |
|---|---|---|
| 2026년 세계 석유 수요 | 1억 240만 b/d* | 전년 대비 -260만 b/d |
| 2026년 세계 석유 공급 | 1억 70만 b/d | 전년 대비 -580만 b/d |
| 9월 걸프 원유 수출 | 1,390만 b/d | 전쟁 전의 75% 이상 |
| 9월 중동 정제제품 수출 | 190만 b/d | 전쟁 전 470만 b/d |
| 9월 디젤 도매가 최고치 | 약 $220/bbl | 유럽·미국, 사상 최고 |
| 북해 Dated 브렌트 | 약 $134/bbl | 9월 초 대비 +43% |
| 세계 관측 재고 감소 폭 | 5억 900만 배럴 | 2월 말 대비, 9월 말 기준 |
*b/d = 하루당 배럴, 자료: IEA Oil Market Report (October,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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