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 세계경제포럼, AGI 도래에 대한 시각차… 기술적 낙관론과 경계론
■ AI 주권주의와 지정학적 무기화, 칩/공급망 통제 VS 글로벌 확산
■ 실질적 성과 증명과 사회적 허용
2026년 1월 19일(현지시간), 해발 1,500m의 알프스 산자락 다보스에 전 세계 130여 개국, 3,000여 명의 리더가 결집했다. 제 56회를 맞은 올해 세계경제포럼(WEF)의 슬로건은 ‘대화의 정신(A Spirit of Dialogue)’. 이번 포럼에서는 인공일반지능(AGI)의 도래를 예고하는 기술적 낙관론과, 이를 국가 안보의 도구로 삼으려는 지정학적 현실론 등이 제기되며 많은 이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 “시간표는 당겨졌다”: AGI 도래를 둘러싼 구루(Guru)들의 격돌
가장 뜨거운 감자였던 ‘The Day After AGI’ 세션에서 전문가들은 인류가 맞이할 ‘지능의 임계점’에 대해 서로 다른 경고장을 던졌다.

√ 초고속 도래론: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CEO는 “2년 내에 고도화된 전문직 업무가 자동화될 것”이라며 당장 닥칠 고용 시장의 붕괴를 경고했다. 아울러 권위주의 정권이 AI를 통해 ‘조지 오웰의 1894’와 같은 감시 사회를 구축할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했다.
√ 질적 성장론: 반면,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CEO는 “2030년까지 AGI가 도래할 확률이 50%이지만, 중요한 것은 도래 시기가 아니라 그 지능을 어떻게 과학적 발견(단백질 생성 AI 알파폴드 등)과 같은 ‘명백한 선(善)’에 집중시킬 것인가”라고 역설했다. 그는 “AGI는 단순히 업무를 돕는 도구가 아니라, 인류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꿀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내며 과학과 보건 분야에서 엄청난 가속을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 “AI 주권론”: 실리콘밸리의 기술 민족주의
이번 포럼에서 눈에 띄는 것 중 하나는 AI를 단순한 편의 기술로 보는 것이 아니라 ‘전략적 자산’으로 완전히 정의 내렸다는 점이다.

√ 기술의 무기화: 국방 AI의 선구자로 불리는 팰런티어의 알렉스 카프(Alex Karp) CEO는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과의 대담에서 기술과 안보의 결합을 역설했다. 그는 “미국과 서방의 AI 실력은 이제 전장에서 증명되어야 한다”며, AI를 국가 안보와 직결된 ‘이중 용도(Dual-use)’ 기술로 명명했다.
√ 공급망의 무기화: 아모데이는 “첨단 AI 칩(H200 등)을 중국에 공급하는 것은 중대한 국가 안보적 실수이며 이는 마치 북한에 핵무기를 파는 것과 다름없는 위험한 도박”이라는 발언으로 수출 규제에 대한 의견을 강력히 내비친 반면,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는 “AI 혜택이 전 세계로 확산되지 않으면 기술적 고립을 초래할 것”이라며 글로벌 보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비즈니스의 냉혹한 현실”: 거품론과 실행의 격차
화려한 기술적 논의 이면에는 기업 리더들의 실용적인 고민이 깊게 깔려 있었다.

√ 성과 부재의 위기: PwC의 모하메드 칸데 글로벌 회장은 CEO 설문 결과를 인용하며, “현재 기업의 56%가 AI 투자에서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는 기본 인프라 없이 유행(Hype)만 쫓은 결과다. CEO의 역할은 지난 25년보다 지난 1년 사이에 더 많이 변했다”라며 기초 인프라 없이 유행만 쫓는 ‘AI 워싱(AI-washing)’에 대해 일갈했다.
√ 금융계의 수용: JP모건 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AI를 ‘전기’에 비유하며, “일자리 감소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므로 정부와 기업이 즉각적으로 재교육(Reskilling) 시스템에 투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IMF 총재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Kristalina Georgieva)는 AI가 가져올 고용 시장의 변화를 ‘쓰나미’에 비유하며 경고의 목소리를 높였다. “AI라는 쓰나미가 노동 시장을 덮치고 있다. 일부 역할은 성장하겠지만, 상당수는 사라질 것이다. 특히 국가 간 ‘기회의 아코디언(벌어지는 격차)’ 현상이 심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교육 시스템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
| 2026 다보스가 남긴 과제: 사회적 허용(Social Permission)
이번 포럼에서 사티아 나델라 MS CEO가 던진 메시지는 울림이 크다. 그는 “AI가 에너지를 소모하며 생성하는 ‘토큰’들이 건강(Healthcare)과 교육의 질을 개선하지 못한다면, 사회는 이 기술에 대한 ‘사회적 허용’을 거둘 수 있다. AI는 이제 실험실을 벗어나 실제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도구임을 증명해야 한다.” 세일즈포스닷컴의 마크 베니오프 CEO가 던진 질문도 본질적 측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AI가 자살 코칭 등 부적절한 용도로 쓰이는 것을 경고하며, 소셜미디어 초기와 같은 ‘느슨한 규제’의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AI의 성공은 기술력을 넘어 결국 대중이 이 기술을 얼마나 ‘신뢰하고 허용하는가’에 달렸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편 세계적인 역사학자인 ‘유발 하라리’ 히브리대학 교수는 그의 저서 <넥서스(Nexus)>를 통해 AI가 도구가 아닌 행위자가 되고 있다라고 경고했듯, 이번 포럼에서도 AI의 자율성이 민주주의의 근간인 ‘대화’를 파괴할 수 있음을 역설했다. 그는 “인간의 문화는 언어로 이루어져 있으며, AI가 인간보다 언어를 더 잘 구사하게 된 순간, 인류 역사는 끝난다. AI는 대중을 조종하고 신화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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