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입덕가이드] “이것까지 된다고?!” – 전기차 캠핑 처음 해본 N년차 차박러의 찐후기

2026. 06. 18 SK이노베이션 5분 읽기

저 차박 꽤 해 봤습니다. 장비 펼치는 거야 눈 감고도 하고, 불 피우는 건 이제 숨 쉬듯이 자연스럽고, 어느 계곡 가면 어느 자리가 그늘이 좋은 지까지 꿰고 있는, 딱 그 정도 됩니다.

근데 차박할 때마다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있었어요.

물놀이하고 나서 젖은 머리? 자연 건조 

밤에 선풍기 하나 틀고 싶으면? 보조배터리 잔량이랑 눈치 싸움

한여름 낮에 차 안에서 쉬고 싶으면? 엔진 켜고 에어컨 돌리거나, 아니면 그냥 더위를 참거나. 

부탄가스는 항상 서너 개씩 챙겨야 했고, 보조배터리는 항상 모자랐습니다.

그게 차박러의 숙명인 줄 알고 살았어요. 그러다 어느 날, 영상 하나를 봐 버렸습니다.

계곡에서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고 있는 사람이 나온 영상을요.

계곡에서요? 드라이기를요? 네가 왜 거기서 나와!

차박하면서 드라이기는 제 선택지에 단 한 번도 없었거든요. 그냥 우주의 법칙처럼 ‘당연히 안 되는 것’으로 분류해 놓고 살았으니까. 근데 이게 된다고요?

바로 전기차를 빌렸습니다!

| 잠깐, V2L이 뭔데요? 차에 콘센트가 달렸다고요?!

알고 보니 전기차에는 V2L(Vehicle to Load)이라는 기능이 있더라고요.

차 안에 저장된 전기를 밖으로 꺼내 쓰는 기능인데, 더 쉽게 말하면 “차에 220V 콘센트가 달려있다”는 거죠. 차가 커다란 이동식 배터리가 되는 거예요!

사용법은 어이없을 만큼 단순합니다. 차량 충전구에 V2L 멀티탭 커넥터 꽂기 → 끝!

이게 전부예요.

이번에 제가 빌린 더 뉴 아이오닉5 롱레인지의 배터리 용량이 84킬로와트시(kWh)인데, 4인 가족이 일주일 동안 쓸 수 있는 전기량과 맞먹는 수준이랍니다. 기존 내연기관차로 캠핑할 땐 보조배터리 잔량이 20~30%만 돼도 전전긍긍하곤 했는데, 그때와 비교하면 이건 정말 완전히 다른 차원입니다. 일단은 84kWh라는 수치를 믿고, 배터리가 100% 풀충전된 것까지 확인한 뒤 바로 출발했습니다.

| 에어컨도 틀고 70km 달렸는데 아직 팔팔(88%)해!

목적지는 단골 계곡 코스, 서울에서 70km 떨어진 경기도 양평 광탄리 유원지입니다.

익숙한 코스지만 준비물부터 달랐어요.

원래라면 부탄가스 서너 개, 가스버너, 보조배터리가 짐의 절반인데, 이번엔 그 자리에 전기그릴, 드라이기, 선풍기, 게임기가 들어갔습니다. 짐의 장르 자체가 바뀐 거예요.

에어컨 빵빵하게 틀고 달려서 한 시간 만에 도착.

광탄리 유원지까지 70km를 달려오고, 에어컨까지 계속 켰는데도 배터리 잔량은 88%. 시작이 좋더라고요.

차 문을 여는 순간, 풀 냄새와 물소리가 먼저 쏟아집니다. 어렵지 않게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평화로운 자연에서 힐링할 수 있다니! 이래서 캠핑을 못 끊는 겁니다.

| V2L 장착 완료 – ‘딸깍’ 한 번으로 계곡이 내 거실이 됩니다

어닝 텐트 치고, 테이블·의자 펴고, 잠깐 숨 돌리기. 이 과정은 내연기관이든 전기차든 똑같습니다.

근데 딱 하나, 이번에 달라진 게 있습니다. 차량 충전구에 꽂힌 V2L 멀티탭 커넥터!

차량 충전구에 밀어 넣으면 딸깍’. 한 번에 들어갑니다. 참 쉽죠~잉?

잘 되는지 확인할 겸 선풍기부터 멀티탭에 꽂아봤어요.

연결하자마자 쌩쌩 돌아갑니다.

보조배터리였으면 “얼마나 버티려나…” 하는 걱정부터 했을 텐데, 이번엔 불안하지 않았어요. 그냥 집에서 선풍기 켠 것과 완전히 똑같습니다. 역시 차박도 장비빨!

■ 물놀이도 마음껏, 난 드라이기 있는 차박러니까!

계곡에 왔는데 입수 안 하면 섭섭하죠.

처음엔 발만 살짝 담그려고 했는데, 시원한 계곡물에 신나게 놀았더니 어느새 머리까지 흠뻑.

예전 같았으면 타월로 몸 한 번 닦고 “뭐, 햇볕에 마르겠지”하며 마를 때까지 찝찝한 상태로 앉아 있었겠죠.

하.지.만 이번엔 드라이기를 꺼냈습니다.

집에서 쓰는 것과 바람 세기, 온도, 완전히 똑같습니다.

짧은 시간에 보송보송해진 머리카락 때문에 기분도 좋아졌고, 이게 된다는 것도 신기했어요.

동시에 이번 캠핑을 추억으로 남기려고 사진을 잔뜩 찍느라 방전 직전인 스마트폰도 멀티탭에 꽂아뒀는데, 드라이기를 돌리면서 충전해도 아무 문제없었습니다. 기기 하나씩 번갈아 가며 겨우겨우 충전하던 보조배터리 시절은 이젠 안녕!

■ 전기그릴로 나도 요리왕

물놀이를 하고 나니 허기가 져서 전기 그릴을 꺼냈어요. 솔직히 가스버너 오래 쓴 사람 입장에서 반신반의했습니다. “전기그릴은 화력이 약하다”는 말 워낙 많이 들었거든요. 삼겹살을 올려놓고 한참 기다려야 하나 싶었는데…

삼겹살이 생각보다 훨씬 빨리 지글지글 익기 시작합니다.

화력 자체는 가스버너랑 비슷한데요. 바람 불어도 불꽃 잡으러 허리 굽힐 일 없고, 부탄가스 잔량 걱정도 없고, 중간에 가스 갈아 끼울 일도 없습니다. 옆 칸에 라면도 같이 올렸는데 보글보글 금방 끓습니다.

계곡 뷰, 그리고 삼겹살에 라면. 이 조합으로 맛없게 먹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나와보세요!

경치가 반찬이라는 말, 이날 제대로 실감했습니다.

게다가 이토록 편하고 쉽게 요리를 할 수 있다니! 다음 번에는 전기포트도 가져와서 커피도 한잔 할래요.

■ 차에 누워서 하는 게임까지, 나만의 이동식 아지트

밥을 먹고 나니 몸이 나른해지고 무더운 날씨에 차량 외기 온도계는 31도.

기존에 내연기관차로 캠핑했을 땐 이 타이밍이 제일 애매했어요. 차 안에서 에어컨 바람을 쐬며 쉬자니 엔진을 켜야해서 엔진에 무리가 갈 것 같고, 에어컨 없이 버티기엔 너무 덥고. 그렇다고 선풍기를 계속 쓰자니 보조배터리 잔량은 넉넉하지 않고. 이래저래 편하게 쉴 수 없었죠.

이번엔 그냥 에어컨을 켰습니다. 이왕이면 뒷자리에 편하게 누워볼까?

2열 접으면 바로 끝납니다. 시트 접고 이불 한 장 깔기. ‘작업’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난이도예요.

시원하고 편안하게 뒷자리에 누워 있다 보니 어느새 잠이 들었습니다.

두 시간 자고 일어나서 계기판을 봤더니 배터리가 2%밖에 안 줄었더라고요. 이게 이번 여행에서 가장 놀라운 순간이었어요.

아직 넉넉하게 남은 배터리 덕분에 게임기 세트도 꺼내 보았습니다.

모니터랑 게임기를 연결하고, 반쯤 누운 채로 플레이. 두둥, 계곡 뷰 게임방 개장! 이게 현실이 되다니… 다음번엔 다른 뷰에서도 게임해 볼까 봐요.

| 결산 – 그래서 배터리 얼마나 남았는데?

드라이기, 선풍기, 휴대폰 충전, 전기그릴, 에어컨, 모니터, 게임기.

이걸 다 쓰고, 거기다 서울에서 양평까지 당일치기 왕복 140km의 여정.

집에 도착해서 배터리 최종 잔량을 확인해 보니 68%.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제가 좀 찾아봤습니다. 더 뉴 아이오닉 5에 탑재된 게 SK온의 4세대 NCM(니켈·코발트·망간) 파우치형 배터리더라고요. 같은 크기 안에 더 많은 에너지를 담을 수 있게 설계된 덕분에 84kWh 용량이 됐고, 장시간 가전제품을 풀로 돌렸는데도 여유가 있었던 게 이것 때문입니다.

충전 스펙도 인상적입니다.

  • ⚡ 급속 충전 기준 10% → 80%까지 약 18분
  • 🛣️ 한 번 충전으로 최대 485km 주행

거기다 SK온이 개발 중인 하이퍼 패스트 배터리가 상용화되면 (2029년 목표)단 7분 충전에 450km 주행이 가능해진다고 합니다. 7분이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커피 한잔 사 오는 시간이죠. 충전 기다리다 심심할 틈이 없어집니다.

| 차박 N년 차가 말하는 차이점

실제로 달랐던 것만 솔직하게 정리해 봤습니다!

구분 내연기관 차박 (과거의 나) 전기차 차박 (달라진 나)
잠자리 만들기 에어매트 깔고 한참 2열 접고 담요 한 장이면 끝
드라이기 선택지 자체가 없었음 그냥 꽂으면 됨 (집에서 말릴 때와 동일)
요리 가스버너 + 부탄가스 전기 그릴 (바람·가스 걱정 없음)
낮 에어컨 엔진 공회전 두 시간을 틀어도 배터리는 단 2% 소모
휴대폰 충전 용량 작은 보조배터리에 의존 배터리 잔량에 노심초사할 필요 없음
게임기·모니터 시도 불가 계곡 뷰 게임방 오픈 성공
전력원 보조배터리 및 이동식 발전기 전기차에 꽂을 V2L 멀티탭 커넥터

차박을 꽤 오래 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한 단계 레벨업 된 것 같습니다.

그동안 포기하는 게 당연했던 것들이 전기차의 V2L 기능으로 전부 가능해지더라고요. 차박을 더 잘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었는데, 그걸 이제야 알아버린 기분.

늦었지만 이제라도 깨달았으니 됐습니다. 다음 차박은 준비 단계부터 다를 예정입니다. 다음에는 커피포트도 에어프라이어도 한번 테스트해 볼 생각이에요. 진짜 프로 차박러의 여정은 이제부터입니다. 이제는 내게 이동식 대형 배터리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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