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재의 에너지 프리즘]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AI 전력 공급망의 탈 중국화

2026. 08. 21 한국투자증권 에너지/석유화학 애널리스트 이충재 4분 읽기

💡 핵심 요약

  • 미국이 지난 8월 6일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폴리실리콘·웨이퍼 등에 관세 15%와 최저수입가격을 결합한 수입 규제를 발표(12월 4일 시행), 특히 웨이퍼 하한선을 $100/kg까지 이례적으로 높게 책정함
  • 1~2년 내 데이터센터에 연결할 수 있는 발전원이 태양광뿐인 상황에서, 미국 태양광 공급망의 최대 병목인 웨이퍼를 겨냥해 자국 생산 유인을 극대화한 조치로 해석됨
  • 같은 기준이 2차 전지에도 유지될 전망으로, 북미에 선제 투자한 한국 기업의 반사이익 기대 시각
| 폴리실리콘부터 모듈까지, 미국이 그어놓은 네 개의 가격 바닥

2026년 8월 6일 미국 정부가 무역확장법 232조(Section 232)에 근거해 폴리실리콘과 파생 제품 잉곳(Ingot)과 웨이퍼, 태양전지, 태양광 발전용 모듈)에 대한 수입 규제를 발표했습니다. 관세와 최저수입가격(Minimum Import Price)을 결합한 형태입니다. 최저수입가격은 폴리실리콘 $21/kg, 잉곳과 웨이퍼 $100/kg, 태양전지 $0.22/Watt, 태양광발전용 모듈 $0.38/Watt입니다. 여기에 15%의 관세가 더해집니다. 올해 12월부터 시행됩니다.

웨이퍼가 태양전지가 아닌 잉곳과 함께 묶인 점이 눈에 띕니다. 웨이퍼는 보통 면적이나 장수를 기준으로 거래되는데, 잉곳처럼 무게로 최저수입가격을 결정했습니다. 이례적입니다. 이번 정책에 담긴 미국 정부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주목해야 할 부분입니다.

| 웨이퍼는 왜 태양전지가 아니라 잉곳과 묶였을까?

2026년 현재 폴리실리콘을 잉곳으로 가공한 후 썰어서 웨이퍼로 만드는 가공비는 약 4 cents/Watt입니다. 바이든 행정부 때 추진했던 첨단제조세액공제(45X)에 따라 웨이퍼 1m2(약 250 Watt)를 생산하면 12달러를 지원받습니다. 웨이퍼 생산 보조금은 4.8cents/Watt인 셈입니다. 폴리실리콘을 웨이퍼로 만드는 가공비(4센트)보다 생산 보조금(4.8센트)이 더 많습니다. 따라서 보조금을 받으면 미국 내 웨이퍼 생산 원가는 원료인 폴리실리콘 가격보다 낮아집니다. 생산 보조금 때문에 최종 제품 가격이 이미 원료 가격보다 낮음에도 웨이퍼 최저수입가격을 $100/kg으로 책정했습니다.

미국 정부가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 문제를 자국 내에서 해결하기 위해 이런 정책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선 칼럼에서 몇 번 다뤘던 것처럼, 중국을 제외한 세계 모든 지역에서 데이터센터 건설의 가장 큰 장애물은 전력 확보입니다. 현재 1-2년 내에 데이터센터 또는 전력망에 연결할 수 있는 발전 수단은 태양광 발전밖에 없습니다. 천연가스, 원자력, 석탄 모두 발전 설비 신규 건설에 최소 5-10년이 걸립니다.

| 1~2년 안에 데이터센터에 전기를 넣을 방법은 태양광뿐

미국에 데이터센터가 계획대로 늘어나기 위해서는 태양광발전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현재 세계 태양광 발전 산업은 중국이 사실상 장악하고 있습니다. 2025년 35기가와트(GW)에 달했던 미국 태양광 발전 수요를 채우기 위해서는 자국 내 공급망을 구축해야 합니다. 미국에는 Hemlock, Wacker와 같은 전통의 폴리실리콘 업체들이 있습니다. 태양전지 생산 라인도 빠르게 설치되고 있습니다. 웨이퍼는 현재 건설 중인 설비와 발표된 증설 계획까지 모두 합쳐도 20.3GW로, 모듈 생산능력(100.8GW)의 5분의 1 수준에 그칩니다. 미국 정부는 태양광발전 공급망의 탈 중국화를 위해 가장 먼저 보강해야 할 분야가 웨이퍼라는 판단 하에 최저수입가격을 매우 높게 책정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여기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이 있습니다. Hemlock의 대주주 코닝(Corning)은 2025년 4월 태양광발전용 잉곳/웨이퍼 증설을 발표했습니다. 이미 일부 설비는 가동을 시작했습니다. 코닝은 $100/kg의 최저수입가격과 15% 관세로 웨이퍼 생산을 통해 이익을 크게 늘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부족한 분야에 먼저 투자한 기업이 후속 정책으로 큰 이익을 얻게 되는 구조가 되었습니다.

| 먼저 투자한 기업이 이익을 얻는 구조, 다음 차례는 2차 전지

폴리실리콘과 웨이퍼는 제조 공정상 해킹이나 도청 장치를 넣을 수 없습니다. 폴리실리콘을 녹여 잉곳을 만들고, 이를 얇게 썰어 웨이퍼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미국 정부는 중국산 사용을 막기 위해 최저수입가격제를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얼마 전에는 해외에서 생산된 태양광발전용 인버터 사용까지 막았습니다.

2차 전지는 태양광 발전 제품과 비교하면 해킹, 도청 등에 훨씬 더 취약합니다. 데이터센터용 수요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 북미 BESS(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 출하량은 75.9기가와트시(GWh)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83% 증가했는데, 이 시장의 75%를 중국 업체가 점유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가 그대로 두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중국산 태양전지 수입조차 막으려 하는 미국 정부가 중국산 2차 전지의 수입 장벽을 낮출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미국 안에서 만든다고 예외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Ford는 CATL의 기술을 들여와 미시간주 마셜에 LFP 배터리 공장을 짓고 올해 생산을 시작할 예정인데, 중국 기술과 원료에 의존하는 설비는 첨단제조세액공제 대상에서 배제됩니다. Ford의 LFP 라인이 대규모 증설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좋은 반도체와 좋은 LLM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전력을 싸고,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미국은 지금 AI 전력망을 자국과 우방국의 부품으로 채우려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2차 전지 업체들은 2020년 이후 미국에 몇 십조원을 투자했습니다. 지난 몇 년의 어려운 시기를 버티며 북미 지역에 구축한 설비들이 앞으로 제 몫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아울러 정부 차원에서도 위와 같은 공급망 재편 흐름 속에서 우리 기업들이 불리한 위치에 놓이지 않도록 정책 지원이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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