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상남도 크기의 가스전, 해상 경계선으로 나눴을 뿐
■ 이란은 내수 중심, 카타르 수출 중심으로 동일 가스전 개발 운영
■ 가스전은 물론 양국 가스 처리 설비도 사실상 운명 공동체
미-이란 전쟁의 현장인 페르시아만 해수면 아래 약 3,000m,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천연가스의 보고가 놓여 있다. 이란과 카타르가 공유하는 이 ‘지하의 거인’은 이제 경제적 자산을 넘어 세계 경제를 뒤흔드는 거대한 에너지 폭탄이 되었다.
1. 지질학적 쌍둥이: 역사와 독특한 구조
사우스 파스·노스 필드(혹은 노스 돔)라 불리는 이 가스전은 지질학적으로 거대한 하나의 ‘단일 저류층’이다. 단지 해상 경계선에 의해 이란 수역은 ‘사우스 파스’, 카타르 수역은 ‘노스 필드’로 나뉘어 불릴 뿐이다. 이 가스전의 핵심은 쿠프(Khuff) 층이라 불리는 저류암에 있다. 2억~3억 년 전 고생대 페름기와 중생대 트라이아스기에 형성된 이 암석은 스펀지처럼 구멍이 많은 다공질(porous) 구조로, 가스를 머금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총면적 9,700 제곱킬로미터(km2) 중 이란이 약 3분의 1을 차지하며, 해저 2,750~3,200m 깊이에 거대한 가스 바다가 형성되어 있다. 특히 사우스 파스 쪽 가스층의 두께는 무려 450m에 달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이곳에 매장된 1,800조 입방피트(ft3)의 가스는 전 인류가 13년 동안 다른 연료 없이 살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이 거대한 단일 저류층이 만들어내는 가장 큰 특성은 ‘압력 공유 구조’다. 이란 쪽(사우스 파스)이든 카타르 쪽(노스 돔)이든 한쪽의 생산 변화는 장기적으로 압력과 유체 거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쪽의 시설이 파괴되어 압력이 급감하면, 반대편의 생산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종의 ‘운명 공동체’인 셈이다. 실제로 카타르는 2005년 북쪽 가스전 개발이 지나치게 빠르게 진행되면 저류층 압력이 낮아져 장기적인 생산 잠재력이 손상될 것을 우려해 신규 개발 프로젝트에 한시적 제한을 가한 바 있다.
2. 아살루예와 라스라판: 두 개의 심장, 다른 기능
가스전에서 뽑아 올린 가스는 각각 이란과 카타르의 거대 산업단지로 모인다. 이란의 관문은 걸프 해안가에 위치한 아살루예(Asaluyeh) 단지다. 사우스 파스는 이란 천연가스 수요의 약 75%를 공급하는 이란 에너지 안보의 핵심이다. 이 가스는 주변국들에 수출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이란의 국내 소비에 쓰인다. 이란은 전력 생산과 가정 난방의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아 아살루예 가스 처리 시설이 결정적으로 타격받으면 국가의 전력 공급이 중단되는 ‘블랙아웃’에 직면할 수도 있다.

카타르의 관문은 도하 북동쪽 약 80km에 위치한 라스라판(Ras Laffan) 산업단지다. 라스라판은 노스 필드에서 채굴된 모든 가스를 처리하는 핵심 에너지 허브로, 전 세계 LNG 공급의 약 20%가 이곳에서 시작된다. 미-이란 전쟁에서 라스라판이 자주 언론에 등장하는 이유다. 한국, 일본 등 아시아 에너지 수입국들에게는 말 그대로 ‘생명줄’과 같은 곳이다.
3. 사우스 파스 타격: 내수 마비와 글로벌 도미노의 시작
2026년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군사작전을 개시한 후 외신에서 가장 충격적인 일로 받아들인 것 중 하나가 3월 18일, 이스라엘이 이란의 사우스 파스, 아살루예 지역의 가스 시설을 타격한 일이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아살루예가 타격받으면 이란 국민이 필요로 하는 전기와 난방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다. 이란은 미국, 러시아, 중국에 이어 세계 4위의 천연가스 소비국으로, 가스 공급 차질은 전력 부족 사태로 이어진다. 산술적으로 이란은 LNG 수출국이 아니다. 따라서 아살루예 공급이 직접적인 물량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이란은 카타르의 라스라판 산업단지를 공격했다. 이란의 공격은 라스라판의 LNG 수출 용량 중 약 17%를 마비시켰으며, CEO 사드 알-카아비는 이 손실을 복구하는 데 3~5년이 걸릴 수 있다고 로이터에 밝혔다. 알-카아비는 이탈리아, 벨기에, 한국, 중국을 포함한 장기 공급 계약에 대해 최대 5년간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했다고 덧붙였다.
아살루예는 이란의 ‘내수 안보’를, 라스라판은 세계의 ‘에너지 안보’를 상징한다. 하지만 두 단지의 물리적 거리는 페르시아만을 사이에 두고 불과 200km 남짓하며 같은 가스전을 공유한다. 결국 아살루예의 불길은 곧 라스라판의 셧다운으로 이어지며, 이는 특히 아시아 지역의 에너지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사우스 파스와 노스 돔. 지하에서는 하나의 몸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지상에서는 서로 다른 깃발 아래 놓인 두 이웃. 단 하나의 지층이 흔들렸을 뿐인데, 그 진동은 이미 한국과 일본의 에너지 수입 계약서를, 유럽의 가스 현물 시장을 덮치고 있다.

결국 이란의 아살루예를 겨냥한 칼끝은, 카타르의 라스라판으로 돌아오는 결과를 낳을 개연성을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만약 공습으로 인해 해저 가스정(wellhead)의 통제력이 상실되어 대규모 가스 유출이 발생할 경우, 이는 곧 저류층 전체의 압력 강하로 이어진다. 이는 결국 이란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LNG를 공급하는 카타르 노스 필드의 생산 능력까지 도미노처럼 갉아먹는 결과를 초래한다. 같은 집의 한쪽 기반이 무너지면 다른 쪽 기단도 흔들리기 마련이라는 것이 지구 최대의 가스전이 가진 딜레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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