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창조적 파괴’의 현대 사례로 등장
■ 세계경제포럼(WEF)이 짚은 기술 혁명의 네 얼굴
세계경제포럼이 최근 유튜브 채널에 공개한 영상에서는 사이버보안·경제학·에너지·반도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진행 중인 기술 혁명의 현재와 미래를 조명했다. AI가 촉발하는 사기 범죄의 고도화, 창조적 파괴의 역사적 반복, 지속가능항공유(SAF) 보급 확대를 둘러싼 과제, 그리고 오픈소스 반도체 설계 RISC-V의 부상 등이 주요 사례로 다뤄졌다.
① AI 피싱: 조직범죄로 진화한 사이버 위협
“상사 이름으로 된 가짜 이메일 스레드, AI가 통째로 만들어낸다”
사이버보안 기업 가이드와이어(Guidewire)의 최고정보보안책임자(CISO) 제임스 돌프(James Dolph)는 대형 언어모델(LLM)이 피싱 공격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고 경고했다. 과거의 피싱 메일이 불특정 다수를 향한 조악한 문장으로 가득했다면, 이제는 AI가 상사·동료의 이름과 말투를 그대로 흉내 낸 완전한 이메일 스레드를 자동 생성해 특정 직원을 정밀 공략한다. 수신자에게는 긴박감을 조성하고, 중요한 데이터나 금전을 넘기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돌프는 사이버 위협의 성격 자체가 달라졌다는 점도 강조했다. 한때 개인적 호기심이나 과시욕에서 비롯됐던 해킹은 이제 기술을 체계적으로 수익화하는 조직범죄 모델로 진화했다. 그는 사이버 범죄가 찾는 좋은 먹잇감은 취약계층(vulnerable people)이며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이라고 단언한다. “어쩌면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부모님과 ‘보안’에 대해 얘기해 봤는지 가르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젊은 세대를 교육해 노인 등 취약계층이 이러한 사기에 노출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② 창조적 파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의 AI 낙관론
“역사는 항상 비관론자가 틀렸음을 증명해 왔다”
브라운대학교 명예교수이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피터 하윗(Peter Howitt)은 AI를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의 최신 사례로 해석했다. 창조적 파괴란 혁신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동시에 기존 기술과 일자리를 도태시키는 성장 메커니즘이다. 그는 증기기관·전기·컴퓨터 등 역대 범용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일자리 소멸을 우려했던 비관론자들이 결국 역사에 의해 반박됐다고 지적했다.
하윗은 새로운 범용 기술 도입 초기에는 으레 일시적인 생산성 둔화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기업과 사회가 새로운 기술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광범위한 부의 창출과 새로운 일자리 탄생으로 귀결된다며 “AI도 결국 모두에게 이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낙관론을 펼치면서도 전환기의 피해자를 외면해선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산업정책(industrial policy)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유연안정성(flexicurity) 모델로 기술 변화를 관리해 온 덴마크를 긍정적 사례로 들었다. 일자리를 잃은 이들에 대한 재교육·사회안전망 지원이 정부의 의무라는 것이다.
③ 지속가능항공유: 전체 항공 연료의 1%도 안 되는 이유
“규모의 경제와 안정적 구매 계약이 핵심 열쇠”
항공 산업 탈탄소화의 핵심으로 꼽히는 지속가능항공유(SAF)는 현재 전 세계 항공 연료 사용량의 1%에도 못 미친다. 월드에너지(World Energy)의 최고지속가능성책임자(CSO)인 애덤 클라우버(Adam Klauber)와 HSBC의 지속가능운송·연료 글로벌 헤드인 브라이언 피어스(Brian Peers)는 보급이 더딘 근본 원인으로 기존 항공유 대비 높은 가격 프리미엄과 원료(feedstock) 조달 비용을 꼽았다.
두 전문가는 돌파구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대규모 생산 시설 구축을 통한 규모의 경제 실현이다. 생산량이 늘수록 단위 비용이 하락하는 구조적 효과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항공사·생산자 간 장기 구매 계약(offtake agreement)을 선제적으로 체결해 투자 불확실성을 낮추는 것이다. 셋째, 은행이 생산자·수요자·투자자를 연결하는 조율자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SAF에서 구축되는 모델이 철강·해운·트럭 운송 등 다른 탄소집약적 산업의 탈탄소화에도 적용 가능한 템플릿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④ RISC-V: 누구나 반도체를 설계할 수 있는 시대
“반도체 설계 구도 변화 예고하는 오픈소스 명령어 집합 구조”
모든 컴퓨팅 기기 안에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연결하는 핵심 인터페이스인 ‘명령어 집합 구조(ISA, Instruction Set Architecture)’가 존재한다. x86(인텔·AMD)이나 ARM처럼 지금까지 주류 ISA(Instruction Set Architecture, 명령어 집합 구조)는 대부분 독점·유료 라이선스 기반이었다.

RISC-V는 이 구도를 뒤흔드는 오픈소스 ISA다.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고, 필요에 맞게 자유롭게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이미 전 세계 수십억 개의 기기와 컴퓨터에 탑재돼 있으며, 반도체 설계 진입 장벽을 낮춰 대기업 외에도 스타트업·연구기관·개발도상국 등이 독자적인 칩 설계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WEF는 RISC-V를 현대 컴퓨팅 생태계의 변화를 이끄는 핵심 기술로 주목했다.
* 본 콘텐츠는 세계경제포럼(WEF)이 공개한 유튜브 영상(https://www.youtube.com/watch?v=IoqG7ojrmNE) 내용의 핵심 사항을 발췌해 재구성했음. 해당 영상에는 ① James Dolph(Guidewire CISO) ② Peter Howitt(브라운대 명예교수·노벨경제학상 수상자) ③ Adam Klauber(World Energy CSO)·Brian Peers(HSBC) ④ RISC-V 소개순으로 네 꼭지가 담겨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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