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에너지 통계 2026’이 말하는 세계 에너지 지도의 균열과 재편
■ 발전 믹스에서 석탄 밀어낸 재생에너지, 대체 시스템으로서의 전환 논의 가능
■ 에너지 전환, 안보와 자원 접근성을 변수로 한 조합의 문제
2026년 2월,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운항이 사실상 멈추면서 전 세계는 에너지가 여전히 지리와 정치의 문제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런데 정작 그 충격이 닥치기 ‘직전’ 세계 에너지 시스템이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보여주는 자료가 최근 공개됐다. 창립 75주년을 맞은 Energy Institute의 「세계 에너지 통계 2026(Statistical Review of World Energy 2026)」이다. 이 보고서가 담아낸 2025년 한 해는, 위기 이전의 마지막 스냅샷이자 향후 에너지 전환 논의의 기준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스냅샷 안에는 상징적인 장면 하나가 담겨 있다. 태양광과 풍력을 포함한 재생에너지가 사상 처음으로 전 세계 발전량 증가분의 최대 원천이 되면서 석탄을 밀어낸 것이다. 다만 이 변화가 모든 나라에서 같은 속도로, 같은 이유로 일어난 건 아니다. 보고서는 오히려 그 반대에 방점을 찍고 있다. 세계가 ‘같은 목표’를 향해 가는 게 아니라, 에너지 안보라는 같은 절박함 아래 저마다 다른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이다.
1. 석탄이 밀려난 자리, 태양광이 채웠다
숫자로 보면 변화의 폭이 뚜렷하다. 2025년 세계 총에너지 공급(TES)은 600엑사줄(EJ)을 넘어섰고, 전년 대비 1.7% 늘었다. 이 증가분 가운데 재생에너지가 차지한 몫이 71~72%에 달한다. 태양광 발전은 한 해 동안 30% 성장했고, 발전믹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7%로 올라서며 풍력(8.4%)을 처음으로 추월했다. 원자력의 비중(8.8%)에도 바짝 다가섰다.
발전 부문에서는 더 상징적인 역전 현상이 일어났다. 석탄은 여전히 큰 비중(32.6%)을 차지하고 있지만, 수력을 포함한 재생에너지 전체 비중(33.4%)에 사상 처음으로 뒤처졌다. 화석연료가 절대량 기준으로는 계속 늘고 있음에도(실제로 2025년에도 모든 에너지원이 전년 대비 증가함) 성장의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오늘날의 데이터는, 청정 전력이 화석연료를 보완하던 시스템에서
– Kearney, 「Statistical Review of World Energy 2026」 서문 중
이를 대체하는 시스템으로의 구조적 전환을 보여준다.”

2. 같은 절박함, 네 개의 다른 길
그러나 이 보고서가 진짜로 던지는 메시지는 탈탄소화에 있지 않다. KPMG는 서문에서 이번 판의 핵심을 이렇게 요약한다. “세계 에너지 시스템이 빠르게 파편화하고 있다.” 수십 년간 세계는 불균등하게나마 한 방향, 즉 깨끗하고 통합된 시스템으로 나아간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그 공감대가 지금 깨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보고서는 주요 4개 경제권이 ‘에너지 안보 확보’라는 동일한 목표 아래 정반대의 전략을 쓰고 있다고 짚고 있다.
| 경제권 | 전략 | 핵심 근거 |
|---|---|---|
| 미국 | 화석연료 자원 우위 활용 | 원유 생산 21mmbpd(세계 21%), LNG 수출 세계 25.5%, 정유 능력 세계 2위(17.5%) |
| 중국 | 재생에너지 초고속 증설 + 화석연료 비축 병행 |
2025년 태양광 315기가와트(GW) 신규 설치(독일 전체 설비의 3배), 동시에 원유 비축량 약 14억 배럴 추정 |
| 유럽 | 화석연료 의존 축소 + 핵심 광물·LNG의 새로운 의존 |
러시아 파이프라인 가스 비중 40%(’21)→3.3%(’25)로 급감, 그러나 LNG·핵심 광물 수입 의존은 여전 |
| 중동 | 탄화수소 확장과 청정에너지 동시 투자 |
오일·가스가 TES의 97% 이상이나, 재생에너지 성장률은 세계 최고(+39% y/y) |
* 출처: Energy Institute, 「Statistical Review of World Energy 2026」, KPMG 서문(3쪽) 및 지역별 데이터(16~21쪽)
이 네 갈래 길이 뜻하는 바는 분명하다. 에너지 전환은 이제 ‘얼마나 빨리’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조합으로’의 문제가 됐다는 것. 그리고 그 조합을 결정하는 최우선 변수는 기후 목표보다 안보와 자원 접근성에 있다는 분석이다.
3. 1970년대의 유령 – 낯익은 충격, 다른 대응
보고서가 75주년 특집으로 가장 공들여 다룬 대목은 1970년대 두 차례 오일쇼크와의 비교다. 이번 호르무즈 해협 사태는 1973년 욤키푸르 전쟁을 계기로 OPEC이 독자적 가격 결정권을 행사하며 촉발된 1차 오일쇼크, 그리고 1979년 이란 혁명으로 촉발된 2차 오일쇼크를 자연스레 떠올리게 한다.
당시 충격의 크기는 지금 기준으로도 압도적이었다. 1973년 이전 연 7.8%씩 성장하던 세계 석유 소비는 1차 쇼크 이후 2.2%로 둔화됐고, 1979년 2차 쇼크 후에는 아예 감소세로 돌아서 회복하는 데까지 10년이 걸렸다. 1980년 유가는 물가 조정 기준으로 1970년대 초 대비 10배 뛰었다. 만약 1973년 이전의 성장 추세가 그대로 이어졌다면, 이미 1980년대 중반에 오늘날(2025년) 수준의 석유 소비가 이뤄졌을 것이라고 보고서는 추정한다. 결국 이는 두 차례의 오일쇼크가 세계 에너지 수요의 궤적 자체를 영구히 꺾어 놓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당시 각국의 대응은 ‘다변화’였다. 석탄·가스·원자력으로 공급원을 넓히는 식이었다. 이번 보고서는 오늘날에는 그 다변화의 역할을 재생에너지와 배터리, 전기화가 대신해 낼 잠재력이 있다는 점을 짚어낸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EU가 걸어온 길이 이를 증명한다. 2021년 19%였던 EU의 풍력·태양광 발전 비중은 2025년 30%까지 뛰었고, 2022~2025년 사이 신규 설치된 풍력·태양광은 총 720억 유로 규모의 화석연료 수입을 대체한 것으로 보고서는 언급했다.
“에너지 안보의 논리는 이제 ‘연료 공급원의 다변화’에서
– 보고서 Insight 1
‘의존 자체를 줄이는 것’으로 확장되고 있다.”

4. 그래도 남은 숙제 – 여전히 높은 수입의존도
재생에너지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것이 세계의 에너지 자립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2025년 무역 데이터는 주요 수요처들이 여전히 깊은 수입 의존 구조에 놓여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인도는 원유 소비의 86%, 중국과 유럽은 각각 73%와 75%를 수입에 의존했다. 가스도 마찬가지다. 인도와 유럽은 공급의 절반을, 중국은 3분의 1 이상을 수입에 기대고 있다.
이 대목에서 미국의 위치가 유독 도드라진다. 셰일 혁명을 거치며 미국은 2016년 이후 가스 순수출국, 최근 3년간은 원유까지 순수출하는 나라로 완전히 바뀌었다. 2025년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2,100만 배럴로 세계 생산의 21%를 차지하며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생산량을 합친 것과 맞먹고 있다. LNG 수출은 전년 대비 27% 늘었다. 다른 3대 경제권이 여전히 수입 의존이라는 구조적 취약성과 씨름하는 사이, 미국만이 그 취약성에서 벗어난 셈이다.

5. 남는 질문
보고서가 다루고 있는 2025년은 결국 ‘평시의 마지막 해’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재생에너지가 처음으로 화석연료의 성장세를 앞지르고, 석탄이 발전믹스에서 재생에너지에 밀려난 해였다는 점에서 분명 에너지 전환의 이정표가 하나 세워진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이 보고서는 그 전환이 하나의 방향으로 수렴하고 있지 않다는 점도 냉정하게 보여준다. 자원이 있는 나라는 자원을 사용하고, 자원이 없는 나라는 재생에너지로 눈을 돌리며, 모두가 나름의 논리로 ‘안보’를 이야기하고 있는 현실론이 보고서에 담겨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은 지금, 파편화된 대응들 가운데 어느 것이 유효하고 지속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들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고 대책들이 시행될 것이다. 1970년대의 교훈은 ‘다변화한 쪽이 살아남는다’는 것이었다.
* 본 콘텐츠는 Energy Institute, 「Statistical Review of World Energy 2026」(제75판, Ember 파트너십, KPMG·Kearney 협업) 원문 데이터 및 서문을 기초로 작성함. 인용된 수치는 2025년 실적 기준이며, 2026년 2월 호르무즈 해협 관련 사태는 해당 통계 마감 시점 이후 발생한 사건으로 보고서 서술에 한해 인용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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