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유 수출 회복에도 정제, 운송, 가스 ‘세 가지 병목’은 여전
■ ‘물량’보다는 ‘경로’와 ‘형태’에 주목 진단
■ 재고 여건 여전히 녹록지 않아
💡 핵심 요약
- JP모건, 중동 원유 수출이 전쟁 전 98% 수준까지 회복한 것으로 추정… 송유관·셔틀 탱커·환적 등 우회경로로 물량은 회복했지만 호르무즈 통항 위험은 지속
- 디젤 가격과 유조선 용선료가 급등하고, 유럽의 겨울 가스 수급 불안도 지속
- 공급 충격이 에너지 업종·관련 ETF 강세로 반영… 원유의 ‘양’보다 공급 ‘경로’ 및 연료 ‘형태’가 향후 에너지 시장 안정의 관건으로 부상
이란 전쟁이 8개월째로 접어든 가운데 중동산 원유 수출이 9월 들어 개전 이후 최고치로 올라섰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피격이 이어지는데도 물량만 놓고 보면 사실상 전쟁 이전 수준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시장의 긴장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 98% | 300만 b/d | 최대 6배 | 2배+ |
| 전쟁 전 대비 | 가동 불능 중동 정제능력 | 초대형유조선(VLCC) | 유럽 가스 |
| 9월 중동 원유 수출량 | – IEA | 일일 용선료 상승폭 | 10월물 VS 2월물 |
| – JP모건 |
01 | 원유 물량: “전쟁 중인 지역으로선 이례적인 회복”
오일프라이스닷컴(Oilprice.com)이 최근 미국 정부 지원 매체인 자유유럽방송(RFE/RL)의 해운·원자재 데이터를 분석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9월 중동 원유 수출은 개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JP모건은 9월 중동의 원유 수출량을 하루 약 1,750만 배럴로 추정하며 이를 전쟁 전의 98%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금융가에서는 전쟁 중인 지역에서 나온 수치로는 놀라운 회복이라고 진단했다.
해운업계 전문지 로이즈 리스트(Lloyd’s List)의 데이터도 유사한 방향이다. 미국-이란 간 종전 양해각서(MOU)가 무산되며 7월 중순 호르무즈 통항이 급감한 뒤, 원유 탱커의 해협 통과 건수는 꾸준한 상승 곡선을 그려왔다. 로이즈 리스트의 리처드 미드(Richard Meade) 편집장은 10월 1일, 온라인 브리핑에서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많은 이들이 불가능하다고 봤던 양의 원유가 걸프에서 빠져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평가는 데이터 업체마다 다소 온도차가 있다. 원자재 분석 업체 케플러(Kpler)는 사우디의 원유 수출이 2025년 평균 수준을 회복했다고 봤다. 반면 해양 정보업체 윈드워드(Windward)는 사우디 터미널의 9월 선적량이 8월의 4배로 늘었지만 1월과 비교하면 여전히 40% 가까이 적다고 언급했다.

| 회복을 이끈 네 갈래 우회로
● 사우디 동서 송유관: 홍해 얀부항으로 원유를 보내 호르무즈를 우회한다. 9월 10일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손상됐지만, 월말 얀부 선적이 늘어난 점으로 미뤄 일부 기능을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
● UAE 푸자이라 송유관: 오만만의 푸자이라항으로 이어진다. 이란의 공격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해협보다는 덜 취약한 경로다.
● 셔틀 탱커·선박 간 환적(STS): 소형 선박이 미 해군이 순찰하는 오만 연안 항로를 따라 선단을 이뤄 해협을 빠져나간 뒤, 오만만에서 대형 탱커에 화물을 옮겨 싣는다.
● 업계의 위험 감수: 인도 정유사들은 이 항로를 쓸 탱커를 직접 용선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위험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9월 30일에는 라이베리아 선적 탱커 3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던 중 정체불명의 발사체에 피격됐다. 미드 편집장은 수출 증가가 해협이 안전해졌다는 뜻이 아니라, 업계가 그 위험을 피해 가는 데 익숙해졌다는 뜻일 뿐이라고 말했다. 업계 분석가들 역시 위험이 이미 가격에 반영된 상태라고 보고 있다.
02 | 첫 번째 병목: 정제제품, 특히 디젤
원유 물량이 돌아왔는데도 연료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정제 단계에 원인이 있다고 보는 모양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9월 21일 노트에서 중동 산유국들이 2025년 하루 330만 배럴의 정제제품을 수출했지만, 개전 이후 최대 하루 300만 배럴의 정제능력이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의 정유시설 공격과 호르무즈 해운 차질이 겹치며 생산이 급감했다는 분석이다.
공백을 메울 여력도 크지 않다. IEA는 전 세계 정유시설이 이미 최대치로 가동 중이어서, 앞으로 몇 달간 공급이 더 빠듯해지고 가격이 오르는 것을 막을 선택지가 거의 없다고 경고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으로 러시아가 디젤 수출 금지 조치를 10월 말까지 연장하면서 디젤 부족은 한층 심해졌다.
그 결과는 소비자 가격에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10월 1일 발표된 유럽연합(EU) 통계에서 역대 디젤 소비자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원유 수출 회복에도 미국 디젤 가격 역시 급등했다. 정책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독일과 프랑스 측에 비상 디젤 비축분을 방출하지 않으면 미국의 디젤 수출 금지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고,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 장관은 유럽이 비축분을 풀 것이라고 강하게 확신한다고 밝혔다.

03 | 두 번째 병목: 운송, ‘바다 위 운임’의 폭주
우회 항로와 환적이 늘수록 같은 양의 원유를 옮기는 데 더 많은 배와 시간이 든다. 오일프라이스닷컴의 10월 1일 자 분석에 따르면, 장거리 원유 수송에 쓰이는 초대형 유조선(VLCC)의 일일 용선료는 전쟁 전 7만 5,000~10만 달러에서 2월 말 개전 이후 47만~60만 달러까지 뛰었다.

이 같은 운임 급등은 금융시장에서 극단적인 숫자로 나타났다. 원유 탱커 운임선도계약(FFA)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브레이크웨이브 탱커 해운 ETF(BWET)’는 연초 대비 약 4,050% 올랐다. 이 상품은 편입분의 약 90%가 페르시아만에서 중국으로 가는 VLCC 항로에 연동돼 있어 운임 급등의 정중앙에 놓였다. 다만 실제 선대나 용선 수입이 없는 구조여서, 호르무즈 통항이 정상화되고 운임이 꺾이면 하락을 받쳐줄 장치가 없다는 점도 함께 지적됐다.
04 | 세 번째 병목: 유럽의 겨울 가스
가장 직접적인 겨울 리스크는 유럽 가스 시장이다. CNBC의 에너지 뉴스레터 ‘파워 인사이더(Power Insider)’는 10월 1일, 유럽의 겨울 에너지 위기가 이미 시작됐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유럽 가스 재고가 ‘안정적’으로 보이는 것은 오로지 미국산 LNG 덕분이며, 텍사스·루이지애나 등에서 선적되는 LNG가 유럽의 수요를 맞추느냐 못 맞추느냐를 가르고 있다는 것이다. 카타르 가스 시설에 대한 사보타주로 유럽의 미국산 LNG 의존도는 더 높아졌다.
물량보다 더 큰 문제는 가격이다. CNBC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소(ICE)에서 거래되는 유럽 가스 10월물 가격은 2월물의 두 배를 웃돈다. 상당수 발전사는 이미 구매 단가를 고정해 뒀지만, 현물 시장에서 가스를 사야 하는 수요자는 가스 가격 상승과 LNG 운송비 상승이라는 이중 충격을 맞게 된다.
재고 여건도 녹록지 않다. CNBC는 앞서 8월 말 Gas Infrastructure Europe 자료를 인용해 EU의 가스 저장률이 약 63%로, 이 시기 기준 역대 최저 수준이며 5년 평균보다 약 18%포인트 낮다고 보도했다. 당시 분석가들은 아시아로 향하는 미국산 LNG를 유럽으로 돌리려면 유럽 가스 가격이 메가와트시(MWh)당 100유로를 넘어야 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05 | 금융시장이 읽은 신호
에너지 공급 충격은 주식·상품 시장의 성적표를 바꿔 놓았다. 오일프라이스닷컴에 따르면 3분기까지 S&P 500은 11.8% 올랐고, 11개 업종 가운데 에너지가 37.4%로 1위를 차지해 2위 정보기술(27.9%)을 앞섰다. 에너지 안에서도 명암은 뚜렷하다. 화석연료 대표 ETF인 XLE는 39.1% 올랐지만, 클린에너지 ETF인 ICLN의 상승률은 3.1%에 그쳤다.
수익률이 가장 컸던 곳은 기업 실적이 아니라 선물·파생상품을 통해 상품 가격을 직접 추종하는 ETF였다.
| ETF명 | 연초 대비 상승률 |
기초자산 | 상승 배경 |
|---|---|---|---|
| BWET(Breakwave 탱커 해운) | 약 +4,050% | 탱커 운임 선도계약 | VLCC 운임 급등, 백워데이션(Backwardation) 롤 수익 |
| UGA(미국 휘발유 펀드) | 약 +148% | 뉴욕상업거래소(NYMEX) 미국산 휘발유 선물 상품(RBOB) | 중동 연료 공급 차질 |
| BNO(미국 브렌트유 펀드) | 약 +121% | ICE 브렌트유 선물 | 9월 말 브렌트유 100달러 상회 |
| USO(미국 원유 펀드) | 약 +116% | NYMEX WTI 선물 | 대체 수요로 미국 원유 수출 증가 |
| DBE(인베스코 DB 에너지) | 약 +114% | 원유·휘발유·난방유·가스 | 에너지 전반의 동반 상승 |
– 자료: 오일프라이스닷컴(Alex Kimani), 2026년 10월 1일
기관들의 시각도 비슷하다. CNBC에 따르면 HSBC는 가스 가격 상승을 근거 중 하나로 지목해 BP와 토탈에너지스의 투자 의견을 ‘매수’로 올렸고, JP모건도 BP를 ‘비중 확대’로 상향했다. CNBC는 미국 LNG 수출업체인 셰니에르 에너지(Cheniere Energy)와 벤처 글로벌 (Venture Global)을 유럽 가스 부족의 대표적 수혜주로 꼽았다. 로이터가 9월 말 조사한 애널리스트들의 2026년 브렌트유 평균 전망치는 배럴당 89.05달러로, 한 달 전 85.08달러에서 높아졌다. 호르무즈 해운이 빠르게 정상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옅어진 결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06 | 전망: 물량이 아니라 ‘경로’와 ‘형태’가 관건
외신들의 보도를 종합해 보면, 이번 겨울 에너지 시장의 핵심 변수가 원유 생산량 자체에서 이동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원유는 송유관과 셔틀 탱커, 환적이라는 우회로를 통해 다시 흐르기 시작했지만, 그 원유를 디젤로 바꾸는 정제능력, 이를 실어 나르는 선박, 그리고 난방 수요를 받쳐줄 가스는 여전히 빠듯하다. 공급 ‘양’의 위기가 공급 ‘경로’와 ‘형태’의 위기로 전이됐다는 해석이다.
◆ 향후 주목할 변수
▶ 호르무즈 통항 안전: 9월 30일 탱커 피격 이후 추가 공격 여부와 셔틀·환적 경로 유지 가능성
▶ 중동 정제능력 복구 속도: IEA가 지목한 하루 최대 300만 배럴 공백의 회복 시점
▶ 미국·유럽 디젤 비축분 방출 협상: 미국 디젤 수출 금지 카드의 실행 여부
▶ 유럽 가스 저장률과 미국산 LNG의 유럽·아시아 간 배분, 가스 가격 100유로 돌파 여부
▶ 선물 곡선 구조: 백워데이션*이 콘탱고(Contango)**로 돌아설 경우 원자재 ETF 수익의 급격한 반전 가능성
*백워데이션(Backwardation): 선물 가격이 현물 가격보다 낮거나, 만기가 가까운 근월물 가격이 만기가 먼 원월물 가격보다 높은 역조 시장 상태
**콘탱고(Contango): 선물 가격이 현물 가격보다 높거나, 만기일이 멀어질수록 선물 가격이 비싸지는 정상적인 시장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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