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드만삭스,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2030년까지 160% 폭증 전망”
■ ‘화재 제로’ 바나듐 배터리, 리튬이온 넘어 장주기 ESS 시장 게임 체인저로
인공지능(AI) 혁명이 가속화되면서 전 세계가 ‘전력 확보’라는 거대한 과제에 직면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AI 데이터센터발 전력 수요가 2030년까지 160% 급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거대한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발전소 건설만큼이나 중요해진 것이 바로 ‘에너지 저장 장치(ESS, Energy Storage System)’다. 과거 버려지는 전기를 담아두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던 ESS는 이제 단순한 보조 장치를 넘어 국가 에너지 안보의 핵심 인프라로 격상되고 있다.

| 2035년 글로벌 시장규모 972기가와트시(GWh) 예측치 나와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글로벌 ESS 시장 규모는 역대 최고치를 달성한 2025년(247GWh, 양수발전 제외)를 기점으로 2035년까지 연평균 14.7% 복합성장률이 지속돼 2035년에는 972GWh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 같은 예측에 발맞춰 2025년 ESS용 리튬이온배터리 출하량도 크게 늘어났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의 자료에 따르면 ESS용 리튬이온배터리 출하량은 550GWh로 전년 307GWh보다 79% 급증했다. 이 중 중국이 352GWh를 출하해 전체 시장의 64%를 차지했다. 전년 대비 117% 늘어난 수치다.
| 중국업체 약진 속, 국내 기업들의 분투
중국업체들의 생산량 증가는 정부 주도의 전력망과 재생에너지 연계 ESS 프로젝트의 본격 추진에 의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2025년 ESS용 리튬이온 배터리 출하량 기준 상위 7개사가 모두 중국 기업이었고, 이들의 합산 점유율은 83.3%에 달했다. 세계 최대 배터리 업체 CATL은 167GWh를 출하해 30% 점유율을 차지했다. 전년 대비 80% 늘어난 물량이다.
한편 국내 업체들은 국내 시장과 더불어 북미 시장으로의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전기차용 현지 생산라인을 ESS용도로 전환하는 등 발길을 재촉하고 있다. 전년도 북미 지역의 ESS 출하량은 88GWh로 16% 점유율을 기록해 중국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다만 북미는 주요 지역 가운데 가장 낮은 성장률을 나타냈는데 미국 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부과한 높은 관세 탓에 저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급이 어려워지면서 프로젝트 진행 속도가 둔화했다는 분석이 눈에 띈다.
| 정부, 2038년까지 23GW 규모 확충 계획
올해 ESS 국내 시장은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함께 활기를 띠는 분위기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에 따르면, 정부는 2038년까지 총 23GW 규모의 에너지 저장 장치를 확충할 계획이다. 특히 ‘ESS 중앙계약시장’ 도입은 시장의 관심을 더욱 높이고 있다. 과거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에 ESS 연계 시 공급인증서(REC) 가중치에 더 혜택을 주던 수익 구조는 정책에 따라 변동성이 매우 컸었다. 그러나 이번 ESS 중앙계약시장은 한국전력과 장기 고정 가격으로 계약을 맺음으로써 불안성이 해소되어 투자자들이 매력을 느낄 만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 ‘화재 제로·20년 수명’ 바나듐 배터리의 역습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ESS 시장의 시선은 4시간 이상의 전력을 저장할 수 있는 ‘장주기(Long-duration) ESS’로 향하고 있다는 게 전망이지만, 단주기 배터리도 빼 놓을 수 없다.
특히 바나듐(V, 원자기호 23번) 이온 배터리가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 물 기반의 수계 전해질을 사용하는 바나듐 배터리는 물리적으로 화재 가능성이 0%에 가깝다. 미국 에너지부(DOE) 산하 샌디아국립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바나듐 배터리는 인화성 물질이 없어 과열이나 외부 충격에도 폭발 위험이 없다. 수명 또한 리튬이온(약 7~10년)보다 2~3배 긴 20년 이상(20,000회 이상 충·방전) 사용이 가능해 생애주기 비용 측면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췄다.
| SK-스탠다드에너지, ‘K-ESS’ 연합군 결성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최근 아태지역 최대 민간 에너지기업인 SK이노베이션과 배터리 자회사 SK온은 바나듐 이온 배터리(VIB) 전문기업 스탠다드에너지와 손잡고 차세대 ESS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스탠다드에너지는 기존 바나듐 소재 배터리의 복잡한 레독스 플로우 방식*에서 벗어나, 리튬이온 배터리와 유사한 구조의 바나듐 배터리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기업이다.
*레독스 플로우(redox flow) 방식: 전해액을 탱크에 담아 펌프로 순환시켜 반응하는 방식. 펌프 구동 시 발생하는 기생 부하(자체 전력 소모)로 인해 에너지 효율은 낮음
이번 협력을 통해 SK온은 대량 양산 노하우를 바탕으로 셀 대면적화와 BMS(배터리 관리 시스템) 기술을 고도화하며, SK이노베이션은 정유 공정 부산물에서 바나듐을 회수해 원재료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자원 순환형 모델’을 구축할 예정이다. 김부기 스탠다드에너지 대표는 “바나듐 배터리는 화재 위험이 없어 도심형 데이터센터나 대규모 재생에너지 단지에 최적화된 솔루션”이라고 강조했다.

| 글로벌 패권 경쟁… “안전과 시간이 승부처”
미국과 중국은 이미 장주기 ESS를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 중이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ESS 설치 시 최대 40%의 세액 공제를 제공하고 있다. 결국 누가 더 ‘안전하고 오래’ 에너지를 가두느냐에 ESS 산업의 성패가 달려 있다.
업계에서는 ESS 시장의 표준이 경제성과 더불어 장기적으로는 ‘안전’으로 이동할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이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전문기업인 SK온이 전기화학 임피던스 분광법(EIS)을 통해 화재 징후를 사전 감지하는 기술개발부터 바나듐과 같은 비인화성 소재 도입까지 보폭을 넓히는 것 등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업계 전문가는 “국내 업체들의 기술경쟁력은 충분하다”며 “국내 ESS 생태계 조성이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북미 지역을 위시한 글로벌 ESS 시장에서 진가를 발휘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ESS와 BESS, 같은 건가요? 다른 건가요?
에너지 산업 기사를 읽다 보면 ESS라는 용어와 BESS라는 용어가 혼용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BESS는 ESS라는 큰 울타리 안에 포함되는 개념입니다. 두 용어의 차이점을 알기 쉽게 정리해 드립니다.
1. ESS (Energy Storage System): ‘에너지 저장 장치’의 총칭
ESS는 전력을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공급하는 모든 종류의 기술과 설비를 통칭하는 넓은 개념입니다. 전기를 저장하는 방법은 배터리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 양수발전 (Mechanical): 전기가 남을 때 아래쪽 저수지의 물을 위로 끌어올렸다가, 전기가 필요할 때 물을 떨어뜨려 발전하는 방식입니다. 현재 전 세계 ESS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 압축공기 에너지저장 (CAES): 남는 전기로 공기를 꽉 압축해 지하 동굴에 넣어두었다가, 필요할 때 공기를 내보내 터빈을 돌립니다.
- 플라이휠 (Flywheel): 거대한 회전판을 빠르게 돌려 운동 에너지 형태로 전기를 저장합니다.
2. BESS (Battery Energy Storage System): ‘배터리’를 이용한 저장 장치
BESS는 ESS 중에서 ‘배터리(이차전지)’를 이용해 전기를 화학적으로 저장하는 방식만을 콕 집어 말합니다.
- 리튬이온 배터리 방식: 스마트폰이나 전기차 배터리를 거대하게 쌓아 만든 방식입니다. 현재 BESS 시장의 주류입니다.
- 바나듐 배터리 방식: 최근 안전성, 저장 능력, 자원 접근성 등으로 주목받는 차세대 BESS 기술입니다.
3. ESS와 BESS가 혼용되는 것 같아요
과거에는 산에 댐을 짓는 ‘양수발전(ESS)’이 대세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AI 데이터센터나 태양광·풍력 발전소가 늘어나면서 도심이나 좁은 부지에도 설치할 수 있고 반응 속도가 매우 빠른 ‘배터리 방식(BESS)’이 급격히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최근 산업계에서 말하는 ESS 시장 전망이나 투자 소식은 사실상 BESS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구분 | ESS (에너지 저장 시스템) | BESS (배터리 에너지 저장 시스템) |
| 정의 | 전기를 저장하는 모든 시스템 | 배터리를 이용한 전기 저장 시스템 |
| 범위 | 상위 개념 (큰 카테고리) | 하위 개념 (ESS의 한 종류) |
| 종류 | 양수발전, 압축공기 에너지저장, 플라이휠, 배터리 등 | 리튬이온, 바나듐, 나트륨황 배터리 등 |
| 비유 | ‘운송 수단’ (배, 기차, 자동차 포함) | ‘자동차’ (운송 수단 중 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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