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재의 에너지 프리즘] 부캉이와 루프트한자의 AeroSHARK

2026. 10. 15 한국투자증권 에너지/석유화학 애널리스트, 이충재 4분 읽기

💡 핵심 요약

  • 독일의 루프트한자 테크닉과 Surventis가 상어 피부의 미세 홈 구조를 본떠 공기 저항을 줄이는 항공기 코팅 필름 ‘AeroSHARK’ 테스트 시작
  • 이란 전쟁 장기화로 항공유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비행기 동체 저항을 줄여 연료를 1% 절감하는 ‘AeroSHARK’ 기술로 연간 약 51억 달러의 비용 절감 효과 예상
  • 수급 불안 장기화 속에서 세계 1위 항공유 수출국인 한국은 뛰어난 고도화 설비를 바탕으로 올해 1~8월 수출량을 13% 늘리며 세계 항공 산업의 안전판 역할 수행

| 부산 ‘부캉이’와 ‘AeroSHARK’, 뜻밖의 연관성

2026년 9월 18일 부산 북항 친수공원 인공수로에 몸길이 3미터의 상어 한 마리가 나타났습니다. ‘부캉이’라는 애칭까지 얻은 이 상어를 보기 위해 10월 11일까지 13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친수공원을 찾았다고 합니다. 관계 당국이 물줄기와 대형 그물까지 동원해 바다로 되돌려 보내려 했지만, 부캉이는 여전히 인공수로에 머물고 있습니다.

상어가 화제가 된 곳은 부산만이 아닙니다. 지난 9월 9일 독일 국적 항공사인 루프트한자(Lufthansa)의 자회사 루프트한자 테크닉과 Surventis(옛 BASF Coatings)는 항공기 본체 코팅 필름 ‘AeroSHARK’의 테스트를 시작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필름 이름에 ‘Shark’가 들어간 이유는 상어 피부를 본떠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눈에는 상어 피부가 매끈해 보이기만 하지만, 확대해 보면 작은 이빨 모양의 비늘로 덮여 있다고 합니다. 이 비늘의 표면에는 물이 흐르는 방향을 따라 미세한 홈이 있어서 바닷속에서 저항을 줄일 수 있습니다.

루프트한자 항공기 동체에 붙은 AeroSHARK 샤크스킨 필름, 연료 소비를 1% 줄이는 항공기 코팅 필름
▲ 에어로샤크(AeroSHARK) 적용 항공기 (출처: Lufthansa 공식 홈페이지)

| 상어 피부를 본뜬 항공기 코팅 필름, 연간 51억 달러의 절감 효과?

AeroSHARK는 이 원리를 비행기에 그대로 적용했습니다. 높이 약 50마이크로미터(㎛)의 홈이 새겨진 얇은 필름을 동체와 엔진 덮개에 붙이면, 연료 소비를 1%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1%는 얼핏 작은 수치로 보이기도 하는데요. 그렇다면 왜 이렇게까지 항공유를 절약하려 할까요? 기술 개발과 안전 인증, 필름 생산에 드는 비용을 생각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OPEC의 ‘World Oil Outlook 2026’에 따르면, 2025년 세계 항공 부문의 석유 수요는 하루 720만 배럴에 달했습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발표한 10월 첫째 주 유럽 항공유 가격은 196달러/BBL로, 1년 전보다 2배 이상 높습니다. 세계 항공 업계가 연료를 1% 덜 쓰면 하루 7만 2,000배럴, 연간 2,628만 배럴을 아낄 수 있습니다. World Oil Outlook 2026 자료가 언급한 항공 부문 석유의 절대 다수 수요가 항공유라는 점을 감안해 본다면 유럽 기준 항공유 가격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연간 51억 달러 가까운 큰 금액 또한 절약됩니다.

세계 항공 부문 연료 1% 절감 효과(OPEC World Oil Outlook 2026): 2025년 석유 수요 하루 720만 배럴, 연간 2,628만 배럴·약 51억 달러 절감

| 이란 전쟁 장기화, 왜 정유 제품 중 항공유 수급이 가장 불안할까?

이란 전쟁 장기화와 정유 설비 가동 차질로 연료비가 오르자 항공사들은 운항 계획을 바꾸고 있습니다. Reuters의 9월 16일 보도에 따르면 아메리칸항공(American Airlines)은 최근 연료비 상승으로 4분기 비용이 약 10억 달러 늘어날 것으로 보고 운항 조정을 예고했습니다. 유나이티드항공(United Airlines)은 12월 항공편을 일부 취소했습니다. 높아진 항공유 가격을 감당하기 어려워 운항 횟수를 줄이고 있습니다.

현재 중동과 러시아의 전황을 보면, 단기간에 세계 항공유 수급이 안정될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어렵습니다. 개인적으로 항공유는 정유 제품 중 수급 불안이 가장 오래 이어질 품목이라고 생각합니다. 품질 관리가 까다로워 오래 저장하기 어렵고, 유종과 정제 설비에 따라 생산 비중도 달라집니다. 즉, 도입 원유가 바뀌면 항공유 생산량도 바로 영향을 받습니다. 전쟁이 끝나도 손상된 유전과 정유 설비, 수출 시설을 복구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세계 항공유 생산 정상화에는 더 긴 시간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 세계 1위 항공유 수출국 한국, 세계 항공 산업의 안전판이 되다

이러한 항공유 수급 불안 장기화 위기 속에 우리나라 정유 업체들의 세계 항공유 시장 내 입지가 다시 한번 확인됐습니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6년 이후 세계 1위 항공유 수출국 자리를 계속 지켜왔습니다. 올해 1~8월 항공유 수출량도 약 6,898만 배럴로 전년 동기 대비 13% 늘었습니다. 수십 년간 수조 원을 투자해 건설한 고도화 설비 덕분입니다. 우리나라 정유 업체들이 축적한 생산 능력이 중동과 러시아의 정유 설비 가동 차질 속에서 세계 항공 산업의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 상어 피부에서 찾은 아이디어, 기후 대응의 해법이 될 수 있을까?

최근 우리나라 바다에 상어가 더 자주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기후변화에 따른 수온 상승 때문이라고 합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지난 6월 동해안의 대형 상어류 출현이 4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2건보다 3.8배 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수온 상승으로 우리나라 바다로 상어의 먹이가 되는 어종 유입량이 늘어나고, 상어도 따라오고 있다고 합니다. 부캉이의 등장도 기후변화로 달라지고 있는 우리 바다를 돌아보게 합니다.

루프트한자의 AeroSHARK 기술로 에너지 효율이 높아지면, 항공유 소비도 줄어듭니다. 이는 온실가스 배출 감소로 연결됩니다. 상어 피부에서 얻은 아이디어가 항공기의 에너지 효율 개선으로 이어지고, 이런 기술이 더 널리 확산되어 기후변화를 늦추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를 바랍니다. 최근 몸에 상처를 입었다는 부캉이도 회복해서 하루빨리 원래 살던 넓은 바다로 무사히 돌아가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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