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油)레카] ‘황금낙타’, ‘뽀빠이’, ‘거위’가 모두 땅속 보물을 찾는다고?

2025. 06. 24 SK이노베이션 6분 읽기

‘펭귄’, ‘매드독(Mad dog)’, ‘황금낙타’, ‘케플러(Kepler)’, ‘뽀빠이’. 이들의 공통점을 떠올리기 쉽지 않죠. 동물이름, 유명 과학자, 만화 주인공 등 각각 전혀 다른 듯합니다. 눈치채기 어렵다고요? 사실 이들은 모두 석유 자원이 숨어 있는 유전(油田)의 이름입니다.

유전을 비롯한 에너지 프로젝트에 이런 흥미로운 이름들이 붙은 이유,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오늘은 이 독특한 이름들 속에 숨겨진 비밀을 함께 탐사해 보겠습니다.

먼저,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몇 가지 기본 개념부터 간단히 짚고 넘어가 보죠.

• 광구(Block): 정부 또는 관리기관이 에너지 회사에 탐사·개발 권한을 부여하는 지정된 지리적 구역을 지칭함; 각 블록은 고유한 번호나 명칭으로 식별되며, 한 블록 안에는 여러 개의 구조(Structure)나 필드(Field)가 포함될 수 있음

• 구조(Structure): 석유나 가스가 포획될 수 있는 지질학적 형상(예: 배사구조, 단층 구조 등)을 의미함; 주로 지질 탐사와 지구물리 탐사를 통해 확인되며, 석유·가스의 집적 가능성을 평가하는 초기 대상임

• 유·가스전(Field): 광구 내 구조에서 실제로 석유나 가스가 발견되어 상업적 생산이 가능한 지질학적 구조를 의미함; 한 필드는 하나 이상의 저류층(Reservoir)으로 구성될 수 있음

• 저류층(Reservoir):실제로 석유·가스가 저장되어 있는 다공성 암석층임; 한 필드 내에는 여러 개의 저류층이 존재할 수 있으며, 각 저류층의 특성에 따라 개발 및 생산 전략이 달라짐

• 유∙가스정(Well):석유나 가스를 탐사하거나 생산하기 위해 저류층에 뚫는 시추공임; 한 저류층 또는 필드 내에 여러 개의 유정이 있을 수 있으며, 유정의 위치와 설계는 저류층의 특성에 따라 결정됨

개념 공부를 마쳤으면 이제 ‘누가’, ‘왜’, ‘어떻게’ 이런 이름들을 붙였는지 알아보기로 해요.

Q1. 어떤 이름들이 있는 걸까?

북미 대륙 인근의 유전 및 가스전에서는 대중문화에서 등장하는 이름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멕시코만에 위치한 ‘Block Mississippi Canyon 387(MC 387)’ 유전은 ‘목이 달랑달랑한 닉(Nearly Headless Nick)‘으로 불립니다. 이 명칭은 해리포터 시리즈의 동명의 캐릭터에서 영감을 받은 것입니다. 델라웨어 분지(Delaware Basin)에 위치한 유전은 ‘캐슬 블랙(Castle Black)‘으로 명명됐는데, 이는 인기 TV시리즈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의 상징적인 요새에서 따왔습니다.

노르웨이와 영국 북해에서는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신들과 장소를 만날 수 있습니다. 북유럽 신화에는 전사들이 죽은 후에 가는 낙원, 발할라(Valhala)가 나옵니다. 노르웨이의 ‘발할 유전(Valhall Oil Field)’은 이 이름에서 유래되었습니다. 또한 오딘(Odin), 토르(Thor), 뇨르드(Njord) 등 북유럽 신화에서 빠질 수 없는 신들의 이름은 이 지역 유전들의 별칭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쉘(Shell)은 영국 내 5곳의 유전에 바닷새의 이름을 붙이기도 했습니다. 일례로 북해의 ‘브렌트 필드(Brent Field, Block 211/29)’는 그곳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바닷새인 검은 기러기(Brent Goose)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브렌트. 혹시 유가(油價) 관련된 뉴스에서 접하신 적 있지 않나요? 브렌트유는 두바이유, 서부텍사스유와 더불어 세계 3대 유종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우리말로 애써 풀어본다면 브렌트유는 검은 기러기 기름이 되겠네요. 북해에는 이 외에도 바다갈매기의 일종인 ‘키티웨이크(Kittiwake)‘에서 이름을 딴 ‘키티웨이크 필드(Kittiwake Field, Block 21/18)’와 ‘펭귄 필드(Penguins Field, Block 211/13a 및 211/14)’도 존재합니다.

여기서 잠깐!

SK어스온이 참여 중인 베트남 프로젝트에도 독특한 이름이 있다?

SK어스온이 참여하고 있는 광구들에도 재미있는 이름들이 붙어 있습니다. SK어스온은 1998년부터 베트남의 꾸롱(Cuu Long) 분지 내 Block 15-1에서 유전 및 가스전 개발에 참여 중인데, 베트남에서는 통상적으로 유전 및 가스전의 명칭을 동물과 색깔의 조합하여 짓는 관행이 있습니다. 이 광구 안에는 ‘사자(Su Tu, Lion)’라는 이름이 붙은 여러 구조가 존재하고, 색깔과 ‘사자’의 조합으로 구분되는 각 구조들은 ‘황금사자(Su Tu Vang, Golden Lion)’, ‘검은사자(Su Tu Den, Black Lion)’ 같은 명칭을 부여받았습니다.

또한, SK어스온은 2026년 하반기부터 베트남 15-1/05 블록의 ‘황금낙타(Lac Da Vang, Golden Camel)’ 구조에서 본격적인 상업 생산을 시작할 계획입니다.

아래 표는 SK어스온이 참여 중인 베트남 지역 프로젝트 현황을 요약한 것으로, 이들 구조의 독특한 이름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Q2. 공식 명칭도 있는데 왜 별명을 붙이지? 

SK어스온이 개발에 참여 중인 베트남 15-1/05 광구

간단하게 말하면 기억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석유 및 가스 개발 프로젝트는 보통 숫자와 문자로 이뤄진 공식 이름, 즉 광구(Block)의 이름으로 식별됩니다. 예를 들어 베트남의 “Block 15-1“에서 ‘15’는 베트남 정부에 의해 할당된 탐사 구역 번호를 의미하며, ‘-1’은 해당 구역 내 특정 위치나 계약을 구분하기 위한 식별 문자입니다. 인도네시아에 위치한 나투나 D 알파(Natuna D Alpha)의 경우, ‘나투나’는 이 가스전이 위치한 제도의 이름이며, ‘D’는 특정 광구를, ‘알파’는 개발 단계나 특정 위치를 나타냅니다.

하지만 광구는 넓은 지리적 구역으로, 여러 유전이나 가스전이 포함될 수 있으며, 내부에는 석유나 가스의 매장 가능성이 있는 구조와 석유를 추출하기 위한 유정도 존재합니다. 이런 복잡한 구조로 인해 공식 명칭은 기억하기 어려워 개발 현장에서 사용하기엔 불편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현장 팀과 프로젝트 관계자들은 더 직관적이고 기억하기 쉬운 별명을 프로젝트에 붙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이한 명칭이나 별명을 통해 프로젝트를 더 쉽게 식별할 수 있고, 프로젝트 참여자 간의 자연스럽고 친근한 대화를 유도해 소통도 훨씬 원활해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또한, 별명이 지역의 자연환경이나 문화를 반영한다면, 프로젝트가 현지와 더 밀접하게 연결될 수 있습니다. 이는 프로젝트의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는 데 일조하는 것이죠.

일례로 노르웨이의 “Block 34/10“라는 공식 명칭은 다소 기억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붙여진 굴팍스(Gullfaks)라는 별명은 노르웨이어로 ‘황금 블록’을 의미하는 굴블로켄(Gullblokken)에서 유래돼 사람들에게 더 쉽게 기억되고, 프로젝트의 가치까지 강조합니다. 결국, 별명은 단순한 이름 이상의 역할을 하며, 프로젝트의 성공을 돕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자리 잡게 됐습니다.

Q3. 독특한 이름들, 어디에서 영감을 받은 걸까? 

탐사 초기 단계에서 지질학자들은 지질학적 구조(Structure)를 기반으로 석유나 가스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대상을 ‘리드(Lead)’ 또는 ‘프로스펙트(Prospect)’로 정의하는데, 이는 해당 구조의 석유 시스템 요소와 자원 잠재력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용어입니다. 이후 탐사 작업이 진전되어 석유∙가스의 존재가 실제로 확인이 되면, 에너지 회사의 정책이나 정부 규정에 따라 프로젝트 또는 발견에 대해 공식적인 이름을 부여하게 됩니다.

모든 국가에 공식적인 규칙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경우 각국 정부는 유전 및 가스전의 이름을 정할 때 비공식적인 가이드라인이나 관행을 고려하도록 권장합니다. 예를 들어 영국에서는 혼동을 줄 수 있거나 부적절한 의미를 가진 이름, 혹은 발음하기 어려운 이름의 사용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노르웨이의 경우, 정부 지침에 따라 노르웨이어 기반의 명칭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예를 들어, 노르웨이의 중요한 해상 에너지 자원 중 하나인 북해의 대규모 유전/가스전 “트롤(Troll) 필드“는 북유럽 신화와 전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거인족의 이름을 딴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프로젝트의 위치와 관련된 자연환경, 문화, 역사를 고려해 이름을 붙이기도 합니다. 호주의 경우, 유전과 가스전에 물고기 이름을 붙이는 경향이 있는데요. 서호주 북쪽의 천연가스전인 “이크티스(Ichthys)“는 그리스어로 ‘물고기‘를 의미하며, 이는 지역의 해양 환경을 반영합니다. 빅토리아 해안 깁스랜드 분지의 해양 가스 및 유전은 “KTT 프로젝트“로 불리며, 훈제 청어(Kipper), 참치(Tuna), 전갱이(Turrum)의 첫 글자를 따서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이처럼 유전과 가스전의 이름은 식별의 용이성,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며 프로젝트의 특성과 지리적, 문화적 특색까지 잘 드러냅니다. 이름 하나에도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 것이랍니다!

이 외에도 홀스타인(Holsteins), 앵거스(Angus) 등 소의 품종을 가지고 작명한 곳, 술 이름(Whiskey Buttes)을 붙인 곳 등 유전들은 참으로 다양한 이름을 갖고 있습니다. 특정 유전에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세계 공통적으로 통용되는 닉네임도 있습니다. 새로운 유전 탐사를 위한 시추정(井)을 업계에서는 야생고양이(Wildcat)라고 부릅니다. 유전과 가스전의 독특한 이름들은 단순한 식별을 넘어,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반영하고,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작은 즐거움과 소통의 매개체로 작용합니다. 자원개발의 현장들은 대체적으로 심해, 밀림, 사막 등 사람의 접근이 쉽지 않은 험지(險地)에 놓인 경우가 많습니다. 다뤄야 하는 장비들도 상상이상의 엄청난 규모인지라 작업환경은 결코 녹록지 않기만 합니다. 그렇기에 이러한 이름들이 품고 있는 창의성과 유머가 더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유(油)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