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AI 시대, 전력 공급을 위한 게임 체인저 SMR

2026. 04. 29 이정익,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 6분 읽기

인공지능 기술, 즉 AI 기술은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의 역사적인 대국에서 바둑이라는 게임을 아무리 인공지능이 발전하여도 인간을 이기기 힘들다는 기존 상식을 깨면서, 우리나라 사회에 일반인들도 AI 기술의 발전 속도를 체감하게 하였다. 하지만,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세돌은 인간이기 때문에 순간 에너지 소비량이 전기로 치면 수십 와트(W)에 불과하였지만, 알파고는 작게는 수십 킬로와트(kW)에서 순간적으로는 메가와트(MW)에 가까운 수준의 전기가 필요하였다. 즉, 알파고와 같은 AI 기술은 인간보다 우월한 연산 능력과 논리 능력을 보일 수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수천에서 수만 배 이상의 에너지 소비가 필요하다.

10년이 지난 지금, AI 기술은 많은 사람들이 핸드폰에 앱으로 사용할 정도로 범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AI 기술도 발전을 거듭하여 과거보다 에너지 소비량이 많이 감소하였지만,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만큼 품질 좋은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서 에너지 소비의 증가는 필연적이다. AI 시대를 맞이하여 AI를 서비스하기 위한 컴퓨팅 센터들의 에너지 소비가 증가할 것을 모두 전망한다. 하지만 이 에너지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최적의 에너지 솔루션은 특히 탄소중립이 중요한 시대에는 아직 미지수이다.

이런 최적의 에너지 솔루션 중의 하나이자 뜻하지 않게 갑자기 주목받게 된 것이 원자력이다. 원자력이 다시 주목받게 된 이유는 AI 기술의 확장이 인간이 통념으로 가지고 있는 AI가 못하는 일을 할 수 있음을 보이는 인식의 전환에서 일어났듯이, 원자력에서도 유사한 혁신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 혁신의 이름은 소형모듈원자로, 통칭 SMR(Small Modular Reactor)로 불리는 기술의 등장이다.

원자력의 통념은 ‘위험한 기술’이다. 통념이 생긴 이유는 역사적으로 70년대에 건설된 원자력발전소들 중 일부가 노심용융사고인 중대사고가 발생하여 방사성물질이 외부로 유출되거나 이로 인해서 주변 지역 주민들이 피해를 입는 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을 아무리 담보하더라도 원자력발전소를 아무 곳이나 건설할 수 없는 이유가 매우 낮은 확률이더라도 중대사고가 발생하여 방사성물질이 외부로 무분별하게 유출되면 충분히 주변지역 주민들이 대피를 할 수 있게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주변 지역 주민들이 대피를 할 수 있게 원자력발전소 주변의 지정된 구역을 우리는 ‘비상계획구역’ 또는 EPZ(Emergency Planning Zone)라고 한다. EPZ는 원자력발전소의 부지 결정에 상당히 중요한 요건 중 하나이며, 우리나라는 원자력발전소 주변 지역의 20~30km 반경의 원으로 지정한다.

SMR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이 EPZ를 반경 10km 이상으로 지정하는 대신 수백 미터 즉, 발전소 부지만으로 하여도 충분하다는 미국의 규제당국 판단이 공식화된 2023년부터라고 볼 수 있다. 즉, SMR의 안전성을 미국 정부가 인정하여 SMR에 의한 사고는 어떤 경우에도 주민들의 대피가 필요한 수준으로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지 않을 것임을 보증함에 따라서 SMR 기술은 처음으로 주변 주민이 위험하다고 느끼지 못할 수준의 원자력 기술의 탄생을 알린 것이다.

이런 안전성이 가능한 이유는 기존의 대형 원자력발전소와 다르게 SMR은 하나의 원자로에 적재되어 있는 방사성 물질이 낮은 출력으로 인해서 그 양이 적으며, 동시에 작은 원자로이기 때문에 냉각을 위한 표면적이 출력 대비 많아서 냉각이 훨씬 수월하여 노심용융이 일어나는 ‘냉각 상실’이 발생할 수 없는 구조적 특성 때문이다. 만약 SMR 기술의 안전성이 법과 규제만으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건설을 통해서 안전성과 함께 출력 제어나 경제성 등과 같이 실제 전력 수요에서 필요로 하는 성능까지 보일 수 있다면, SMR은 분명히 AI 시대에 무탄소 에너지원 중 수위를 다툴 기술로 보인다.

대형 원전과 SMR 비교

  대형 원전 SMR
전기 출력 1,000~1,700MWe 10~300MWe
건설 기간 5~10년 3년 이하
운영탄력성 대용량출력으로 고정 확장 가능, 부하추종운전 가능
(분산전원 및 신재생 백업 전원으로
활용 가능)
건설 리스크 현장 작업 비중이 높아
건설비 리스크 높음
공장 작업 비중이 높아
건설비 리스크 낮음
부지 면적 573m2/MWe 대형 원전 대비 단위 출력 당
필요 면적 1/2 수준
응용 발전용 발전, 수소생산, 정유, 선박추진 등

▲ 자료: 에너지경제연구원, PwC, 하나증권

하지만 원자력의 혁신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최근에 빌 게이츠가 투자하여 만든 테라파워라는 회사가 와이오밍 주에서 진행하고 있는 실험적 프로젝트는 원자력 에너지의 기념비적인 사업이 될 것이다. 이 프로젝트에서 보이는 것은 기존의 운영 중인 석탄화력 발전소를 과연 원자력이 대체를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의 대답이다. 하지만 기존의 원자력발전소 기술이 아니라 차세대 원자로인 4세대 원자로 기술 즉, 소듐냉각고속로(이하 SFR) 기술을 통해서 이 문제에 도전하고 있다. 이런 중요한 사업에 우리나라의 SK이노베이션이나 한국수력원자력과 같은 기업들이 함께 참여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원자력 산업이 국제적으로 차지하는 위상이며,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유사한 방향으로 연구개발이나 사업이 진행될 수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SFR 기술은 2000년대 초반부터 주목받아 온 물을 냉각재로 쓰지 않는 원자로인 비경수로 기반의 차세대 원자로 중 가장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4세대 원자로이다. SFR은 최초의 원자로인 시카고 파일-1을 실험하여 성공한 ‘엔리코 페르미’가 제안한 꿈의 원자로이다. 특히 SFR 기술은 감히 다른 에너지원에서는 상상도 못 할 연료를 만들면서 발전을 할 수 있는 기술이기도 하다. 이런 꿈의 원자로는 역설적이게도 인류 역사상에서 전구의 불을 최초로 밝힌 원자로 기술이면서, 동시에 2번째 핵추진 잠수함에 적용된 기술이기도 하다. 비록 SFR 기술의 난이도로 인해서 70년 가까운 세월을 연구개발하여 왔지만, 마침내 작년에 미국 규제 당국에서 SMR로 건설 허가를 받아서 현재는 석탄화력발전소를 대체하는 최적의 기술로서 가능성을 시험받고 있다.

▲ 소형모듈원자로(SMR) 나트륨(Natrium) 구동 원리 – 출처 : 테라파워(TerraPower) 공식 유튜브 채널

현재 건설 중인 SFR의 명칭은 ‘나트륨(Natrium)’ 원자로로 4세대 기술답게 여러 가지 혁신적인 요소들이 담겨 있다. 특히 그중 가장 큰 혁신은 열에너지 저장 기술을 최초로 원자력발전에 적용하여 원자로의 출력과 발전 출력을 서로 분리해 낸 것이다. 즉, 다시 말하면 원자로의 출력이 전력 수요를 따라갈 필요가 없이 원자로 출력은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중간의 에너지 저장 기술이 전력 수요에 상응하여 발전을 하면 되기 때문에 이는 운전 측면에서 큰 장점이다. 또한 SFR의 냉각재로 사용하는 소듐(우리말로 ‘나트륨’)은 인화성 물질인데, 용융염과는 반응을 하지 않아서 운전성뿐만 아니라 안전성도 함께 증진한 기술이라 가히 혁신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에너지 저장 기술과의 연계를 통해서 ‘나트륨’ 원자로는 10%의 출력 변동을 1분에 해낼 수 있는 매우 빠른 부하추종성을 가지게 되었으며, 이는 AI 시대의 데이터 센터에 전력을 공급하는 측면에 있어서 매우 유리한 기술이기도 하다.

현재 국내에서 개발 중인 혁신형SMR(i-SMR)도 2035년까지 국내에 건설하여 전력을 공급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SMR에 대한 규제도 SMR 기술의 혁신성을 올바르게 규제할 수 있게 많은 보완이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4세대 원자로의 국내 개발과 동시에 도입도 가까운 시일 내에 이루어질 수 있는 개연성이 높은 일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혁신적 기술에 대한 올바른 안전성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는 규제 체계의 개발도 정부 주도로 진행 중이다. 고무적인 일은 SMR 실증을 위해서 우리나라 지역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려고 하는 노력이 최근 보여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원자력발전소의 주민 수용성에 대한 우려가 점점 낮아지는 신호로도 보이며, 만약 SMR이 성공적으로 잘 실증된다면, 앞으로 AI 시대에 무탄소 전력원 확보에 대한 걱정은 한시름 놓게 될 것이다. 요약하면 미래에는 현재의 AI 기술과 같이 원자력에너지 기술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값싸고 친환경적으로 보급할 수 있는 보편적인 에너지 기술이 될 수 있을 것이며, 그것은 SMR 기술의 진화를 통해 이루어질 것이다. 종국에 이는 원자력에너지에 대한 인식의 대전환으로 이어질 것으로 조심스럽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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