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재의 에너지 프리즘] 미국과 이란의 전쟁(5): AI 데이터센터와 에너지 위기

2026. 05. 07 이충재, 한국투자증권 에너지/석유화학 애널리스트 4분 읽기

AI 시대의 폭증하는 전력 수요와 중동 에너지 위기가 정면 충돌

급증하는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속 기존 발전 체계의 한계 부각

값싸고 안정적인 전력 확보가 국가·기업 경쟁력의 핵심으로 부상

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이하 이란 전쟁)이 시작되고 10주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전력 집약적인 장치인 데이터센터, 즉 AI를 통한 경제 성장이 한창인 시점에 역설적으로 석유 생산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의 에너지 공급 차질이 발생했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파티 비롤 사무총장 또한 인류 역사상 최대의 에너지 안보 위기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세계 수요의 10%가 넘는 1,000만 배럴의 원유가 시장에서 사라졌습니다. 4월 초 미국과 이란이 휴전을 선언한 이후에도 호르무즈 해협은 정상화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휴전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통항량은 전쟁 이전의 일부에 그치고 있고, 이란 혁명수비대는 여전히 해협을 압박 수단으로 활용 중입니다. 이미 4월 중순부터는 미국이 이란 항구에 대한 봉쇄를 추가로 단행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은 이중 봉쇄 상태에 들어갔습니다.

에너지가 가장 많이 필요한 시점에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고 있습니다. 국제 유가는 두 달 사이에 2배 가까이 올랐고, 정유 제품(휘발유/경유/항공유 등) 가격은 3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일부에서는 사태 장기화 시 국제 유가 200달러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카타르의 LNG 수출 불가항력 선언 이후 아시아 LNG 가격도 2배 가까이 상승했습니다. 카타르 라스라판 단지 복구에는 3~5년이 걸린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지난 두 달간은 IEA의 전략 비축유 방출 등 재고 물량을 통해 원유 수급에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일본은 8천만 배럴, 15일 치 수요분을 풀었고 미국 또한 비축유를 방출했습니다. 하지만 IEA가 권고한 비축유 보유 물량은 3달 분량입니다. 이미 두 달이 지났습니다. 5월 말이면 이란 전쟁 개전 후 3달이 됩니다. 이미 필리핀은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미얀마는 자가용 운행을 격일제로 묶었습니다. 유럽에서는 디젤 부족 경고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5월 들어 세계 항공기 운항 횟수도 전년 동기 대비 30% 가까이 감소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에너지 공급 위기 속에서 빅테크 기업들은 데이터센터 구축에 유례없는 자본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2025년 빅테크 기업들의 설비 투자 규모는 4,000억 달러였습니다. 2026년은 이보다 75% 증가한 7,000억 달러, 2027년에는 1조 달러가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에만 1,900억 달러를, 아마존은 2,000억 달러를, 알파벳은 1,750억~1,850억 달러를, 메타는 1,250억~1,450억 달러를, 오라클은 500억 달러를 투자합니다.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어 구축되는 데이터센터는 인류가 만든 시설 중 가장 많은 전력을 소모합니다. IEA에 따르면 2024년 데이터센터는 세계 전력 수요의 1.5%의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2030년에는 전력 수요의 3%가 데이터센터에 투입되고, 전력 소비량은 미국에서만 1,000TWh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의 2025년 전력 소비량이 600TWh 수준이었습니다. 이는 그동안 에너지 다소비 산업이라고 비난받았던 정유/석유화학, 철강, 시멘트 등 전통적인 에너지 집약 산업의 전력 소비량을 넘어서는 수준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대규모 전력 수요 증가와 사상 최대의 에너지 공급 위기가 겹쳤다는 점입니다. 이란 전쟁 이전까지 빅테크 기업들은 두 가지 방향으로 전력 공급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첫째는 자체 발전 설비의 확보입니다. 메타는 테라파워 및 오클로 등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사와 손을 잡고 원자력을 통해 전력을 확보하려고 노력 중이며, 비스트라와의 추가 계약을 통해 최대 6.6GW의 원자력 전력을 확보하려 하고 있습니다. 가스 터빈 등을 직접 구해서 설치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IEA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운영사와 SMR 사업자 사이의 잠정적 전력 구매 계약 규모는 2024년 말 25GW에서 현재 45GW로 늘었습니다.

둘째는 반도체와 알고리즘의 효율화를 통한 전력 효율 개선입니다. 구글은 전력 효율성이 대폭 향상된 자체 TPU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메모리 소비를 최소화하려는 알고리즘 관련 논문도 계속 발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효율 개선 속도는 급증하는 AI 사용량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위에 언급한 전력 공급 대책은 중장기 대책입니다. 신규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는 최소 5~10년이 필요합니다. SMR 역시 상업 가동은 2030년 이후입니다. 따라서 당장 2030년까지는 기존에 건설된 화력 발전(천연가스/석탄) 발전량을 늘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었습니다. 아시아 LNG 공급 차질로 대안인 석탄 가격까지 오르고 있습니다. 전력 가격이 오르면, 데이터센터 운영의 경제성이 낮아집니다. 2030년까지는 천연가스와 석탄 발전밖에 대안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란 전쟁으로 전력 요금이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미국 데이터센터 경제성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세상을 바꾼 기술 혁신은 그에 걸맞은 새로운 에너지원의 생산 또는 발견으로 가능했습니다. 18세기 산업혁명은 석탄을 쓰는 증기기관이 있어 가능했습니다. 20세기의 제조업 성장과 국제화도 19세기에 발견된 석유로 자동차와 비행기가 널리 보급되면서 가능할 수 있었습니다. 20세기 후반의 가전 보급과 정보화 사회 또한 대규모 발전 설비, 즉 화력과 원자력의 보편화를 전제로 했습니다. 매번 핵심 기술의 도약 뒤에는 그 기술이 요구하는 만큼의 에너지를 새롭게 만들어내거나 발견하는 작업이 따라붙었습니다.

데이터센터/AI 산업 역시 안정적으로 성장하려면, 이에 걸맞은 새로운 에너지원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세계 어디서도 확실한 에너지 대책은 마련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 이야기되는 데이터센터의 우주 건설, 바다 건설 등도 확실한 에너지 대책이 마련되지 못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에너지 소비가 많은 장치를 돌려야 하는데, 인류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에너지 공급 차질이 발생했습니다. AI 기술은 점점 발달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에너지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습니다. 이란 전쟁 장기화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란 전쟁은 AI 시대의 국가와 기업의 진정한 경쟁력은 반도체뿐 아니라, 값싸고 풍부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란 사실을 더욱 부각시키게 될 것이라 판단됩니다.

지정학적 불안정성이 더욱 높아진 중동 외 지역에서 에너지를 확보하고,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화석 연료를 넘어서는 새로운 형태의 발전 에너지원을 개발하고, 상용화하는 것의 중요성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AI 시대의 승자는 가장 좋은 AI 모델뿐 아니라 최고의 AI 모델을 돌릴 수 있는 전력을 가장 안정적으로 확보한 국가와 기업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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