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재의 에너지 프리즘] Google의 2026 환경 보고서와 AI 산업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경쟁

2026. 07. 24 이충재, 한국투자증권 에너지/석유화학 애널리스트 5분 읽기

■ 구글 전력 소비 폭증과 원전 한계, 현실적 대안으로 떠오른 BESS

■ 미국 데이터센터 정전 리스크와 전력난으로 PJM 용량 경매가 상한가국

■ 미·중 AI 주도권 경쟁 격화 속 미국 전력망의 대안으로 떠오른 한국 2차 전지

| 전력 소비 37% 급증에도 탄소 배출 감소, 비결은 무탄소 전력구매계약(PPA)

구글의 2026년 환경 보고서가 발표됐습니다. 2월 28일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에너지 수급이 전 세계적 이슈로 부상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AI 데이터센터 건설이 본격화되면서 전력 수급이 반도체 수급만큼이나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보고서는 탄소 감축 성과보다 구글의 전력 수급 관련 내용에 더 눈이 갑니다. 2025년 구글의 전력 소비량은 44테라와트시(TWh)로 1년 사이에 37% 증가했습니다. 구글 역사상 가장 큰 폭의 증가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의 3.5배 수준으로 전력 소비량이 늘어났습니다.

그런데 Scope 1* 및 Scope 2** 합산 기준 탄소 배출량은 2% 감소했습니다. 1기가와트시(GWh)당 탄소 배출량도 2019년 대비 47% 줄었습니다. 전력 소비량이 늘었지만, 탄소 배출량이 줄어든 것은 무탄소 전력 조달 때문입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아닌 ‘무탄소 발전’이라는 용어를 쓰는 이유는 원자력 발전 때문입니다. 구글은 2025년 한 해에만 12기가와트(GW) 규모의 무탄소 전력 구매 계약(PPA)을 맺었습니다. 2010년 이후 구글의 무탄소 전력 구매 계약 규모는 35GW에 달합니다. 구글은 AI 사업 성장에 따른 전력 소비 증가에 맞춰 무탄소 발전 비중을 높이겠다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환경 보고서에도 2030년까지 매시간, 모든 지역 전력망에서 무탄소 전력을 사용하겠다는 ‘24/7 무탄소 발전’ 목표가 서술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시간입니다.

*Scope1: 기업이 소유하거나 관리하는 설비에서 발생하는 직접적인 탄소 배출

**Scope 2: 기업이 외부에서 구매한 전기·열·증기·냉방 등을 사용함으로써 발생하는 간접적인 탄소 배출

| 원전·SMR은 장기 과제, 당장은 태양광·풍력과 리튬이온 에너지저장장치(ESS)뿐

구글은 넥스트에러 에너지(NextEra Energy)와 듀안 아놀드(Duane Arnold) 원전(아이오와/600MW)을 2029년까지 재가동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SMR(Kairos Power)과 핵융합(Commonwealth Fusion Systems)에도 투자를 했습니다. 하지만 원전 재가동은 3년 뒤에나 가능합니다. SMR과 핵융합 역시 2030년 중반에나 가능합니다. 당장 필요한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는 무탄소 발전 수단은 태양광/풍력발전뿐입니다. 태양광/풍력발전에는 전력 저장 설비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구글은 리튬이온전지(삼원계, LFP 등)를 넘어 CO2 배터리(전력이 남을 때 이산화탄소를 액체로 압축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기체로 팽창시켜 터빈을 구동)와 철-공기(Iron-Air) 배터리에도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차세대 ESS 기술은 아직 연구/개발 단계입니다. 언제 상용화될 수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지금 무탄소 발전을 보완할 수 있는 ESS는 리튬이온전지뿐입니다.

| Scope 3 배출 25% 증가, 반도체 협력사에 ‘2029년 무탄소’ 요구

환경 보고서에는 구글이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도 정리되어 있습니다. 앞서 서술한 것처럼 구글의 자체 탄소 배출량(Scope 1,2)은 줄였지만, Scope 3*** 배출(전체 공급망)은 25% 늘었습니다. GPU와 메모리 반도체 등 구글의 데이터센터 서버에 들어가는 부품이 무탄소 전력으로 생산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와 대만 등 글로벌 대표 반도체 업체들의 무탄소 발전 비중이 높아지지 않는 이상 구글의 Scope 3 기준 탄소 배출량은 줄어들 수 없습니다. 그래서 구글은 핵심 협력사들에게 2029년 말까지 제품 생산에 투입되는 전력을 100% 무탄소로 바꿀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 Scope 3: 기업의 밸류체인(Value chain) 전반에서 발생하는 그 외 모든 간접적인 탄소 배출

| 미국 전력난 현실화… DOE의 비상 명령과 PJM 경매 3년 연속 상한가

협력업체들에 대한 요구에 앞서 구글은 미국 내 데이터센터 건설을 위해 이미 달라진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7월 14일 구글은 미국 아칸소州에서 스틸 리버 에너지(Steel River Energy) 프로젝트를 착공했습니다. 미국 최대 규모의 태양광 발전(2.5GW)과 BESS(2.9GWh)의 결합 프로젝트지만, 미국 전력 수급 상황을 고려할 때 2029년 완공이라는 목표는 늦은 감이 있습니다. 올여름 미국에서 전력 수요 증가로 미국 에너지부(DOE)가 6월 30일부터 7월 3일까지 버지니아, 펜실베니아 등 PJM(전력거래기관) 관할 지역에 비상 명령을 내릴만큼 이미 전력 부족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비상 명령이 발동되면 50메가와트(MW) 이상 대형 전력 수요처(대표적인 것이 데이터센터)는 15분 내에 자체 발전 설비로 전력을 생산해야 됩니다. 15분 내에 자체 전력 공급이 되지 않으면 정전이 된다는 얘기입니다.

이와 같은 비상 명령은 2026년에만 벌써 세 번이나 발동됐습니다. 2026년 7월 현재 미국에서 가동되는 데이터센터 규모가 50GW밖에 되지 않음에도 이런 상황입니다. 미국에서 획기적 전력 공급 방안이 나오지 않는 이상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 차단은 더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는 7월 14일 있었던 2028-2029년 전력 거래 대상 용량 경매(Capacity Auction)에서도 확인됩니다. 용량 경매에서는 전력 수요 급등 상황에서 우선적으로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는 권리를 두고 가격 경쟁을 하게 됩니다. 일종의 전력 콜옵션(Call Option)입니다. PJM의 2028-2029년 용량 경매 가격은 $325/MW-Day를 기록했습니다. 3년 연속으로 법적 상한 가격에서 거래가 이뤄졌습니다. 안정적 전력 공급을 원하는 데이터센터와 부족한 신규 발전으로 인해 3년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즉, 2029년까지 미국에서 전력 부족 현상은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미국에서 부족한 전력 수요를 메울 수 있는 방법은 신재생에너지 발전과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의 결합 모델밖에 없습니다. 천연가스와 원자력을 이용한 전력 생산량이 당장 늘어나기 어려운 상황에서 안정적 전력 공급 수단은 신재생에너지 발전과 BESS뿐입니다.

| 미·중 AI 경쟁의 승부처는 ‘전력’… 최대 수혜는 한국 2차 전지

7월 16일, 중국 LLM 업체 문샷(Moonshot) AI가 미국 경쟁 업체들과 유사한 성능을 가진 키미-K3(Kimi-K3)를 공개했습니다. Kimi-K3는 딥시크(DeepSeek), 미니맥스(Minimax), Z.AI 등 중국 LLM과 미국 LLM 간의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향후 미국과 중국의 LLM, 더 나아가 피지컬(Physical) AI 시장에서 누가 승리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중국은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공급을 신재생에너지 발전과 BESS, 세계 최대 수력 발전 등을 통해 어느 정도 해결했습니다. 미국은 LLM 성능은 앞서 있을지 몰라도 전력 문제는 아직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미국과 중국 간 AI 산업을 둘러싼 경쟁이 격화될수록, 전력 수급은 점점 더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게 됩니다. 미국의 해결책은 BESS뿐입니다. 중국과 미국의 AI 산업을 둘러싼 경쟁 심화 속에 우리나라 2차 전지 산업이 더 큰 관심을 받게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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