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속한 건설·부지 유연성·강화된 안전 설계 등 고루 갖춘 강점
■ SFR(소듐(나트륨)냉각고속로) 방식, 자원 활용도 향상 및 폐기물 부담 완화 주목
생성형 AI 확산과 클라우드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안정적이고 저탄소인 전력원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대안 중 하나로 소형모듈원자로(SMR, Small Modular Reactor)가 주목받고 있다.
| 왜 SMR인가? ‘작게 짓고, 나눠 설치하고, 단계적으로 늘린다’

SMR은 일반적으로 전기출력 수백 메가와트(MW)급 이하의 비교적 작은 원자로를 지칭한다. SMR은 표준화된 설계와 공장 제작 후 현장 설치를 하는 모듈 방식을 통해 건설 기간과 비용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아울러 SMR은 대형 원전에 비해 부지 선택의 폭이 넓고, 전력망 여건에 따라 단계적으로 증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산업단지, 도서지역, 데이터센터 전력은 물론, 지역난방 및 공정열 등 다양한 용도로도 쓰일 수 있다.

| “더 안전하다”는 목표, 핵심은 ‘설계별 검증’
기존 대형 원전이 사고 발생 시 펌프나 비상 발전기 같은 외부 동력을 이용해 냉각수를 공급하는 능동형(Active) 방식이었다면, SMR은 전기가 끊겨도 중력이나 자연대류 현상 등 자연의 물리 법칙을 활용해 원자로를 식히는 피동형 방식 채택이 가능하다.
SMR은 핵분열이 일어나 열이 만들어지는 부분인 노심(Core)의 열출력 밀도 및 열제거 정도를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고, 원자로를 대형 수조에 배치하는 등의 구성으로 자연순환, 중력 주입, 자연 응축 같은 피동 기능을 구현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또한 이런 피동방식은 운영 인력이나 부지, 비상전원 등에 대한 부담을 줄이려는 시장의 요구와도 맞아 떨어진다.
물론 SMR의 안전성은 설계별로 확률론적 안전성 평가(PSA, Probabilistic Safety Assessment), 규제기관 심사, 실증 운전 경험 등을 통해 검증되어야 한다.
| 검증된 경로 PWR(Pressurized Water Reactor, 가압경수로형) 방식, 폐기물 등 숙제
현재 가장 상용화에 가까운 방식은 경수로(특히 PWR 계열) 기반 SMR이다. 경수로는 전 세계 상업원전에서 장기간 운용되어온 경험이 있어, 기술 및 규제·운영·정비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익숙하다는 것이 강점이다. 냉각재로 사용되는 물은 원자로 내부 300℃ 이상의 고온에서도 액체 상태를 유지해야만 한다. 이 때문에 물에다가 엄청난 압력(약 150기압)을 가해 억지로 끓지 못하게 만든다. PWR이라는 이름에 ‘가압(Pressurized)’이 붙은 이유다. 고압을 견뎌야 하므로 원자로 용기가 매우 두껍고 튼튼해야 하며, 만약 배관이 터지면 고압의 물이 순식간에 증기로 변해 팽창할 위험이 있다. 아울러 경수로 계열은 대형 원전과 마찬가지로 사용후핵연료(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가 중요한 과제로 남는다. 저장·처분 정책, 사회적 수용성, 제도 정비가 병행되어야 한다.
| SFR(Sodium-cooled Fast Reactor, 소듐냉각고속로형), ‘자원 활용’과 ‘폐기물 부담 완화’의 해법
SFR은 물 대신 액체 소듐(나트륨)을 냉각재로 사용하고, 고속중성자 스펙트럼을 활용하는 고속로 계열 기술이다. SFR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신기술”이어서가 아니라, 원자력의 구조적 과제인 자원 효율과 폐기물 부담에 접근하는 방법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우선 폐기물 부담 완화(감용·유해도 저감) 가능성이 높다. SFR은 사용후핵연료에 포함된 일부 장수명 핵종(특히 초우라늄 원소)을 재활용, 변환(소각)하는 전략과 결합될 경우, 장기 독성(유해도)과 장수명 핵종의 총량, 열발생 및 장기 관리 부담 등을 줄일 수 있다고 평가된다. 이는 연료주기(재처리·연료제조·다회 재순환) 구성, 경제성, 확산저항성, 규제체계, 실증 경험 등에 따라 성과가 달라질 수 있으나 폐기물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기술적 선택지로서 주목을 받고 있다.
또한 소듐의 끓는 점은 섭씨 약 883도로 SFR 방식의 원자로 운전 온도(약 500~550℃)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PWR처럼 억지로 압력을 가할 필요가 없어 압력으로 인한 폭발 위험이 굉장히 낮다. 아울러 물은 중성자의 속도를 늦추지만(감속), 소듐은 중성자 속도를 떨어뜨리지 않는다. 이렇게 빠른 중성자(고속로)를 사용해야만 사용후핵연료(핵폐기물)를 태워서 없애거나 다시 연료로 재활용할 수 있다. SFR에서 쓰이는 소듐은 금속 고유의 뛰어난 열전달 능력을 그대로 유지한 채, 원자로 안에서 물처럼 자유롭게 흐르는 ‘액체 금속’ 냉각재다. 이 특성 덕분에 SFR은 PWR이 도달할 수 없는 고온·저압의 안전한 운전 영역을 확보할 수 있다.
높은 운전 온도는 전력 생산 효율 향상이나 산업 열·수소 생산 등으로의 응용 가능성을 넓히는 방향으로 논의될 수 있다. 물을 분해해 수소를 만들려면 고온의 열이 필요하다. 300도의 PWR 열로는 부족하지만, 이론적으로 500도 이상의 SFR 열은 수소를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데 활용될 수도 있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SFR은 ‘전기 생산+수소 공장’ 역할까지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빌 게이츠가 설립해 화제를 불러일으킨 테라파워의 모델이 SFR이다. 이 회사에는 아태지역 최대 민간 에너지 기업 SK이노베이션이 2대 주주로 참여하고 있으며 최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이 회사의 지분을 취득해 에너지 공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SMR 투자에 나서 관심을 모았다. 테라파워의 프로젝트는 소듐냉각로 계열과 에너지 저장 개념을 결합한 차세대 원자로로 알려져 있다. 이 프로젝트는 고속로 기술이 이론을 넘어 실증·상용화 단계로 가는 중요한 과정으로 평가되고 있다.

| SMR 시장 잠재력에 대한 전망 일치

SMR 시장 규모 전망은 기관별로 편차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것에는 이견이 별로 없는 분위기다. 다만 실제 시장 확대 속도는 규제 인증(표준설계 인증, 인허가), 첫 호기(FOAK) 건설 성과, 연료 공급망, 전력구매계약(PPA) 구조 등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2년 약 460TWh였던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2026년에는 1,000TWh를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이러한 환경 변화는 SMR에 대한 정책·산업계 논의 촉진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OECD/NEA(경제협력개발기구 산하 원자력기구)는 SMR의 시장성 확보 조건으로 표준설계의 반복 적용, 공급망의 산업화, 규제 인허가의 예측 가능성, 금융조달 구조 등을 핵심 변수로 제시한다. 즉 단기 ‘시장 금액’ 전망치보다, FOAK(첫 호기) 성과와 NOAK(후속 호기)에서의 학습효과가 실제 시장 확산 속도를 좌우한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최근 대형 전력수요 기업들이 원자력 기반 전력 조달 또는 차세대 원자로 개발 생태계 참여를 발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예를 들어 아마존은 2024년 X-energy에 5억 달러(USD 500 million) 규모 투자를 발표했고, 구글은 2024년 Kairos Power와 최대 500MW 규모의 원자력 전력 도입을 목표로 하는 계약(도입 프레임)을 발표했다. 이는 장기 전력 확보를 위한 옵션 다변화 전략으로 풀이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SMR의 확산이 기술 자체뿐 아니라 국가별 규제 역량, 부지·비상계획, 연료 및 사용후핵연료 관리 체계 등 ‘제도적 준비도’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고 예상했다.
| SFR 방식 SMR, 원자력 지속가능성 끌어올릴 유력 후보
SMR 상용화의 경우 지금 당장은 경수로 계열이 앞서 있다는 시각도 존재하나, 중장기적으로는 자원 활용도 향상과 폐기물 부담 완화를 목표로 하는 고속로 옵션이 에너지 전략의 중요한 축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결국 SMR은 단일 해답이 아니라, 용도·규제·공급망·사회적 수용성에 따라 조합되는 ‘포트폴리오’에 가깝다. 그중 SFR은 성공적으로 실증·상용화가 이어질 경우 원자력의 지속가능성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유력 후보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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