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영의 에너지 지오그라피] 예상보다 오래 걸릴 석유 공급 정상화

2026. 06. 22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수석전문위원 5분 읽기

호르무즈는 열렸지만 석유는 아직 막혀 있다… 정상화의 진짜 병목은 이제부터

유정 재가동부터 따개비 낀 선체까지, 회복 속도는 제각각

국가별 회복 속도 엇갈려… 완전 정상화는 2027년 초까지 지연 가능

이란 전쟁이 일단락되었다. 미국과 이란이 체결한 양해각서(MOU) 내용은 충격적이다. “왜 전쟁을 했을까?”라는 생각이 떠오를 정도로 이란에 유리한 내용이 많다. 특히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보유하는 것을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조항을 둘러싼 많은 논란이 발생할 것이다. 이란은 통과 통항에 대한 비용 징수를 금지하는 UN 해양법을 염두에 두고 ‘통행료’가 아닌 ‘수수료’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등대 등 항행 지원 설비의 운영, 사고 발생 시 구조, 환경오염에 대한 관리 등을 명목으로 수수료를 받는 것은 용인될 수 있기 때문이다. 1936년 몽트뢰 협약을 통해 보스포루스-다르다넬스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들에게 현재까지 수수료를 징수하고 있는 튀르키예가 이란의 모델이다. 과연 사우디아라비아, UAE 등이 이란의 시도를 용인할 것인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관심은 일단 통항 재개에 따라 원유 공급이 언제쯤 원활해질 것인지에 쏠려 있다. 봉쇄가 절정에 달했을 때 시장에서 사라진 원유는 하루 1,400만 배럴로 사상 최대 규모였다. MOU 체결 소식에 월가는 곧장 유가 전망을 끌어내렸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브렌트유 평균 전망치를 배럴당 90달러에서 85달러로, 모건스탠리는 브렌트유 전망을 100달러에서 90달러로 낮췄다. 전쟁 이전으로의 복귀가 예상보다 빠를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봉쇄가 풀렸다’와 ‘원유 공급의 정상화’는 전혀 다른 문제다. 수도꼭지를 돌리듯 산유국이 곧바로 생산량을 되돌릴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봉쇄가 남긴 후유증은 땅속 깊은 저류층에서 좁은 해협의 항로까지 곳곳에 켜켜이 쌓여 있다.

생산이 중단된 유정을 재가동하는 것은 단순한 스위치 조작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에너지 컨설팅사 우드맥킨지에 따르면 생산 중단 물량은 하루 최대 약 1,200만 배럴에 달한다. 통제된 속도로 신중하게 재가동할 경우 3개월 안에 종전 생산의 70%, 6개월 안에 90%까지 회복될 수 있다. 하지만 마지막 10%가 회복되기까지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고, 일부 유전은 영영 회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유정은 살아 있는 생물 같다. 유정의 회복 속도는 생산기간, 성숙도, 규모, 생산 중단 방식 및 기간에 따라 달라진다. 저류층의 성질과 품질, 원유가 기체로 분리되기 시작하는 압력(버블포인트), 지하수의 염도까지 모두 변수다. 급박하게 생산이 중단된 유정일수록 저류층이 손상됐을 가능성도 높다. 재가동할 때는 가스 처리와 물 재주입 설비를 동시에 되살려 저류층 압력을 유지시켜줘야 한다. 생산 재개 이후 한동안은 원유에 섞여 나오는 물의 비율이 평소보다 높아진다. 장비의 기계적 결함, 발전 설비 재가동, 배관의 건전성과 흐름 안정성 점검까지 땅 위의 과제도 만만치 않다. 멈춰 있던 기간이 길수록 손봐야 할 유정은 늘고, 비용은 불어나며, 회복은 더뎌진다.

회복 속도는 나라마다 다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의 회복 속도가 가장 빠를 것이다. 두 나라는 양질의 저류층을 보유했을 뿐 아니라,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송유관을 갖추고 있어 생산 중단 비중이 낮았다. 여기에 다른 국가와 차별화된 여유 생산능력이라는 완충 장치까지 갖추고 있다. 실제 사우디와 UAE는 합의가 가시화되자 시장 선점을 위해 선제적으로 공급을 늘리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쿠웨이트와 이라크의 회복은 더디다. 두 나라는 대체 수출로가 없어, 내수 물량을 제외하고는 생산을 멈춰야 했다. 생산을 재개시킬 유정이 많다. 여기에 더해 이들 국가의 회복 속도는 해상 물류의 정상화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수출로가 호르무즈 하나뿐인 쿠웨이트로서는 해협의 안전 통항이 확보되고 유조선이 제때 돌아오기 전까지 생산된 원유를 내보낼 방도가 마땅치 않다. 이라크는 전쟁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데 가장 오래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전쟁 이전에도 관리 부족으로 저류층이 노후한 유전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었고, 그에 따라 유정을 운영하기 위한 기술적 어려움과 복잡성도 다른 나라보다 크기 때문이다.

설령 유정이 되살아나도, 그 석유를 실어 나를 길이 막혀 있다면 소용이 없다. 수출 정상화는 네 단계를 거쳐야 한다. 첫째, 양방향 안전 통항의 보장이다. 선주는 해협에 부설된 기뢰가 말끔히 제거되고 어떤 제약도 없다는 확신 없이는 배를 띄우지 않는다. 둘째, 갇혀 있는 배들을 내보내는 일이다. 발이 묶인 선박은 1,500~2,000척으로 추산되는데, 이들이 폭 3.7㎞의 좁은 진출 항로를 차례로 빠져나가야 한다. 셋째, 유조선 적재·물류 체계의 복구다. 빈 배가 항만에 쌓인 저장분을 실어 나가 공간을 비워줘야 생산이 재개될 수 있는데, 다른 곳으로 향하는 유조선들을 재배치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넷째, 유정-송유관-저장-선적으로 이어지는 전체 가치사슬을 전쟁 이전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일이다. 여기에 보험과 선박의 물리적 상태라는 복병이 도사린다. 봉쇄 기간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전쟁 위험 할증료가 내려오고 선주와 보험사의 신뢰가 회복되어야 한다.

심지어 따개비도 변수가 된다. 수개월간 최소 인력만 남긴 채 정박해 있던 배들의 선체 아래에는 따개비와 조개류, 해조류가 두껍게 들러붙는 ‘해양생물 부착(바이오파울링)’ 현상이 빠르게 진행됐다. 독일 선사 하팍로이드에 따르면 봉쇄 기간 단 한 척을 옮기는 데도 상당한 청소 비용과 시간이 들었고, 청소 후에도 최고 속도가 정상을 회복하지 못했다. UAE 국영석유회사인 ADNOC은 전쟁 전 하루 130척에 이르던 해협 통과량이 80% 수준을 회복하는 데만 최소 4개월, 완전 정상화는 2027년 초 이전엔 어렵다고 예상하고 있다.

원유 공급 정상화 전망은 양면적이다. 모건스탠리는 7월 중순부터 증산이 시작돼 9월까지 손실분의 50%, 12월까지 80%가 회복되고 2027년 초 완전히 정상화될 것으로 본다. 골드만삭스는 더 낙관적이다. 통항량이 70% 수준으로만 회복돼도 걸프의 석유 수출은 전쟁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고, 이르면 7월 말 종전 수준 회복도 가능하다고 예측한다. 사우디와 UAE가 더 공격적으로 증산할 여지도 있다. 그러나 정상화가 지연될 가능성도 높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분쟁이 재발하거나 해상 운송이 차질을 빚고 기뢰 제거가 지연되면, 혹은 핵 협상이 틀어져 이란이 해협을 다시 봉쇄할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한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풀리고 원유 공급이 정상화되면 다행이지만 벌써부터 공급 과잉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세계은행의 전망에 따르면 2027년 유가는 브렌트유 75달러, WTI 70달러 선에 머물되, 하루 320만 배럴의 공급 과잉이 나타날 것으로 본다. 전쟁 직후의 공급 부족 공포가 불과 1년여 만에 공급 과잉 우려로 뒤집히는 셈인데, 이는 산유국들이 한동안 공격적으로 증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회복의 궤적이 가파를수록 그 끝에서 가격이 다시 무너질 위험도 함께 커지는 것이다. 물론 사상 최저 수준까지 내려간 재고를 회복하고 이번 사태를 계기로 많은 국가들이 전략 비축을 확대하고자 노력할 것이기 때문에 이런 수요가 생산 과잉의 충격을 일부 흡수할 것이지만 예상 밖의 가격 급변동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봉쇄 해제는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잠긴 유정과 갇힌 배, 따개비가 달라붙은 선체가 저마다의 속도로 더디게 깨어나고 있을 뿐이다. 해협은 열렸지만 석유의 흐름이 회복되기까지는 많은 변수가 존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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