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재집권 이후에도 미국 셰일 생산 증가세 둔화, 2026년 정체 가능성 부각
■ 미국 주요 셰일 기업들, 비용 상승 부담 속 합병·해외 투자 확대 움직임
■ 셰일 둔화 시 에너지 자립·AI 전력 경쟁력·외교 전략까지 영향 가능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후 13개월이 지났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운동 기간 내내 바이든 행정부와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Drill, Baby, Drill’을 기치로 내건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1년간 미국 에너지 산업은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아직은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2025년 미국 석유(NGL 포함) 생산량은 2,363만BPD로 2024년 대비 79만BPD 증가하였습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마지막 임기였던 2024년 증가량(86만BPD)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입니다. 2025년 천연가스 생산 증가율 4.5% 역시 과거 대비 높은 수준은 아닙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전망에 따르면 2026년 미국 석유, 천연가스 생산 증가율은 2025년 대비 더 낮습니다.
최근 미국 주요 셰일 에너지 업체들의 달라진 행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2026년 2월 3일 Devon Energy는 Coterra Energy와의 합병을 발표했습니다. 두 업체의 합병으로 시가총액 580억 달러, 연간 석유 생산량 160만BPD의 셰일 에너지 업체가 탄생합니다. 두 업체는 컨퍼런스 콜을 통해 미국 내 유전 개발 비용 상승과 위험 확대를 주요 합병 사유로 밝혔습니다. Devon Energy는 미국 셰일 에너지 혁명을 가능하게 한 수압파쇄 기술 개발을 이끈 주역 중 하나입니다. 이런 업체가 미국 셰일 에너지 개발의 비용과 위험이 커졌다는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미국 내 생산성 높은 셰일 에너지 자산은 대부분 개발이 완료되었다는 뜻으로 해석이 가능합니다.
2026년 1월에는 Continental Resource(이하 Continental)가 아르헨티나의 셰일 에너지 매장 후보지인 Vaca Muerta에 앞으로 매년 2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Continental의 대주주 해롤드 햄은 트럼프 대통령과 매우 각별한 사이입니다. 트럼프 1, 2기 행정부의 내각 구성 당시 미국 에너지부 장관 후보로 여러 번 거명되기도 했습니다. 해롤드 햄 또한 개인 자산으로 아르헨티나 셰일 유전을 매입했습니다. Continental 역시 Devon Energy와 마찬가지로 미국 셰일 에너지 혁명의 주역 중 하나입니다. 이런 업체와 대주주가 모두 아르헨티나의 셰일 유전을 매입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Make America Oil Great Again’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미국 셰일 에너지를 이끈 업체들은 비용 상승을 걱정하고, 미국을 떠나 해외 투자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IEA가 2025년 9월 발표한 ‘The Implications of Oil and Gas Field Decline Rates’에 따르면 미국 셰일 에너지는 높은 생산 감퇴율로 인해 자본 투자가 축소될 경우 생산량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즉, 미국 셰일 에너지 생산량 유지를 위해서는 투자 확대가 필수적이지만, 높아진 금리와 낮아진 석유, 천연가스 가격은 업체들의 실적 악화, 재무 부담 확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앞서 밝힌 EIA의 2026년 미국의 석유, 천연가스 생산 정체 전망도 이러한 상황을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미국 셰일 에너지 생산 정체는 관련 업체들의 실적 악화로 끝나는 문제가 아닙니다. 셰일 에너지는 미국의 에너지 자립을 이끌어 국제 문제에 대한 개입을 최소화하는 물적 기반을 제공했습니다. 셰일 에너지 생산 감소가 나타난다면 미국의 외교 정책 방향도 수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아울러 하나가 더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미국 내 AI 산업 육성입니다. 대형 데이터 센터 운영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적입니다. 전력 요금 역시 경쟁 국가 대비 낮아야 합니다. 미국은 그동안 셰일 가스 생산량 증가로 낮아진 천연가스 가격을 이용해 세계 최저 수준에 전력을 생산해 왔습니다. 하지만 미국 셰일 에너지 생산에 문제가 생기면 전력 요금 또한 상승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은 중국처럼 신재생에너지를 자급자족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에 필수적인 미국 셰일 가스 생산에 문제가 생긴다면, 미국 AI 산업의 경쟁력 유지 또한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앞서 말한 미국 셰일 오일 업체들의 해외 진출, 셰일 에너지 생산 정체 전망, 대형 데이터 센터 전력 공급 차질 가능성 등을 바탕으로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에너지 관련 행보를 해석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정책의 핵심은 개입을 최소화하여 미국의 소중한 자산을 다른 나라에 낭비하지 않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2026년 1월 군사력을 사용해 베네수엘라 석유 자산에 대한 통제력을 확보했습니다. 2026년 2월 현재 이란 핵 개발 협상 관련하여 중동 지역에 2003년 이라크 전쟁 이후 최대 규모의 군사력을 집중 시키고 있습니다. 미국 항공모함 2대가 중동 지역에 배치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온실가스 관련 환경 규제 또한 완화하였습니다. 석탄, 천연가스, 석유 사용량 확대를 규제할 근거가 사라졌습니다. 이 모든 행보가 신재생에너지 자급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화석 연료로 미국 AI 산업을 지탱하기 위한 트럼프 행정부의 고육지책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2026년 미국 셰일 에너지 생산량이 감소한다면, ‘석유와 천연가스는 공급 과잉’이라는 세계 에너지 산업의 기본 가정이 무너지게 됩니다. 미국 셰일 에너지 업체들의 전략 변화와 트럼프 대통령의 달라진 외교 방향이 셰일 에너지 생산량 감소 때문은 아닌지 계속해서 상황 변화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2026년 4월에는 중국 베이징에서 미국과 중국의 정상 회담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정상 회담을 통해 석유,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 연료 산업은 물론, AI 산업과 이를 둘러싼 반도체, 신재생에너지/2차 전지 관련 다양한 정책 변화가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변화의 방향에 따라 우리나라, 더 나아가 세계 에너지 산업의 모습 또한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변화의 방향을 예측하고,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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